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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위한 음식에 예술을 입히다

떡살 목조각장 김규석

  • 글·한경심 │한국문화평론가 사진·박해윤 기자

신을 위한 음식에 예술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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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위한 음식에 예술을 입히다
그래서일까. 떡살 재료로 엄나무는 쓰지 않는다고 한다. 엄나무는 귀신을 쫓는 나무라는 속설이 있다. 그런 믿음 말고 실제로 떡살에 적합한 나무의 조건은 뭘까.

“먹는 음식에 찍는 것이므로 우선 냄새가 나지 않는 나무여야 합니다. 그리고 물기(진)가 없어야 하고요. 숨구멍이 조밀한 조직의 나무면 좋지요. 소나무처럼 섬유질이 많은 나무는 그 섬유질이 먼저 닳으므로 쓰지 않습니다.”

그런 조건에 가장 잘 들어맞는 나무는 감나무, 먹감나무, 대추나무, 박달나무, 회양목 등이다. 다 단단해 잘 닳지 않는 나무다. 그중에서도 8할이 감나무다.

“어느 집에나 감나무 한두 그루는 심을 정도로 구하기가 쉬운 재료여서 감나무 떡살이 가장 많이 남아 있어요. 다식판은 잘사는 집에서만 썼지만 떡살은 서민도 다 썼기 때문에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든 것이지요.”

그런데 떡살로 쓰는 나무 중 금기하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사당이나 성황당에 있는 나무처럼 사람들이 비는 나무와 벼락 맞은 나무다. 사람들이 빌었다는 것은 그 나무가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담았다는 뜻이니 그런 나무를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벽조목(霹棗木)’이라 불리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도장으로 만들 만큼 재수 좋은 나무가 아니던가.



“벼락 맞은 나무는 부적 구실을 하지만, 집에 떨어질 벼락을 대신 받은 것이라 부정 탔다고 보기에 떡살 재료로는 쓰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이미 재액을 받아낸 것이므로 액땜하는 역할은 할지 몰라도 한편으론 ‘깨끗하지 못하다(不淨)’고 본 것이다. 신에게 올릴 떡에 찍는 떡살을 만들 나무는 인간의 마음이든 자연의 재해든 하나도 손이 안 간 깨끗한 나무여야 한다는 믿음이다. 이쯤 되면 떡살은 단순한 부엌세간 조리용구가 아니라 오히려 제기(祭器)에 가까운 게 아닌가.

스승 찾아 함평에서 경기도까지

신을 위한 음식에 예술을 입히다

봉황의 날갯짓을 연상시키는 김규석의 목조각 작품. 향나무를 상감해 깎아낸 것으로 매우 독특하다.

먹을 것이 흔해지고, 신령스러움이 미신으로 치부되는 오늘날 떡 한 조각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먹는 사람은 차치하고 떡 만드는 이도 의미를 알고 떡에 살을 박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김규석 장인은 맞지 않게 찍힌 떡살 문양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혼례 때는 다산을 상징하는 포도나 복을 의미하는 박쥐, 기쁨을 배로 한다는 쌍희(囍)자 문양을 쓰고, 생일상이나 회갑상에는 장수를 뜻하는 국수나 거북, 십장생 등을 주로 찍습니다. 또 장례나 제사에 올릴 떡에는 윤회사상을 담은 수레바퀴 문양을 넣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문양이 엉뚱한 곳에 들어가면 이상하지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떡살 전문 목조각장으로 무형문화재가 된 그이지만 사실 그도 예전엔 떡살에 문외한이었다. 처음 목조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떡살이 그의 삶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1959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김규석은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목조각장 이주철 선생 문하에 들어가면서 목조각 인생을 시작했다.

“선생님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골프 치는 나체여인상을 조각한 유명 조각가 이수영 선생의 아들로, 호랑이를 처음 목조각으로 만들었을 만큼 솜씨가 뛰어난 분입니다.”

이주철 선생은 호랑이를 비롯해 소를 끌고 밭을 가는 모습 등 한국적 풍속을 묘사한 조각에 뛰어나 흔히 ‘풍속조각가’로 불렸다. 이런 조각은 외국인에게 기념품으로 많이 팔려 이 선생이 운영한 ‘국제공예’는 한때 직원이 100명에 달할 만큼 잘됐는데, 1970년대 들어 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저는 국제공예가 망한 다음 제자로 들어갔지요. 그래도 조각 실력이 뛰어난 선생님 밑에서 목조각의 기초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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