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호

인터넷 사업 선두 주자들의 성공 비결

  • 입력2006-11-03 14:2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디지털 문화·경제 전문지 ‘en@ble’ 편집팀이 선정, 취재한 유망 벤처기업인 3명의 인터넷 진출기》
    < 역경매 사이트 운영 >

    “유통 노하우가 성패 결정”

    (주)예쓰월드 김동필 사장

    19 52년 생. “인터넷 사업을 하기엔 너무 늙지 않았느냐”는 수군거림 속에 미지의 디지털 세상으로 뛰어든 (주)예쓰월드 김동필 사장(48). 창업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정말 살 맛이 난다. 한 달 평균 매출 성장률 30%. 수많은 경매 사이트 중 옥션 다음으로 매출액이 많은 업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근 20년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삼성전자 한 회사에만 몸담았던 전형적인 ‘아날로그 샐러리맨’이었다. 그러던 그가 나이를 무색케 하는 창의력과 도전정신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그의 성공 비결은 오프라인에서 쌓아온 풍부한 유통 노하우와 탄탄한 인맥, 훌륭한 창업멤버의 영입이었다.



    ―어떤 계기로 인터넷 경매업에 뛰어들게 됐습니까.

    “97년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99년 3월까지 반도체 부품수입 유통업체를 운영했습니다. 그때 미국에서는 인터넷 사업이 엄청난 붐을 일으키고 있었어요. 그걸 보고 국내에서 한번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을 하게 됐죠. 친구에게 유통업체를 통째로 맡기고 귀국해 사업 기회를 모색했습니다. 아이템 선정에만 4월부터 7월까지 꼬박 3개월을 쏟아부었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예쓰월드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예쓰월드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입니까.

    “역경매 방식으로 전자제품을 파는 것입니다. 리버스 옥션(Reverse Auction)이라고 하죠. 일반 경매는 공급자가 적정 가격을 선정하면, 소비자가 그 가격에 입찰하고, 계속해서 가격이 높아지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는 소비자가 가격을 제시하면 공급자가 그 가격에 입찰하는 식입니다. 입찰의 주객이 바뀌는 거죠.”

    ―취급 물품으로 전자제품만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티켓, 항공권, 컴퓨터 주변기기 등을 취급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내 사정에 딱 맞는 제품이 무엇인가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결론은 전자제품이었죠. 일단 비즈니스 볼륨이 큽니다. 전체 소비재 유통의 30%가 전자제품이고, 금액으로만 36조에 달해요. 표준화·규격화가 잘 돼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대리점이 많아 A/S에 따로 신경 쓸 필요도 없죠. 한 마디로 전자상거래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입니다.”

    ―인터넷 사업 경험이 없는데도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저뿐만 아니라 창립 멤버 모두 인터넷 사업에 별다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약점이 아니라 도리어 장점으로 작용한 겁니다. 뭐든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 선입견이 없었던 거죠. 우리만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낼 수 있었어요. 또 온라인 사업 경험은 없어도 오프라인 경험은 많아 각계각층의 인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죠. 그렇게 해서 종자돈(Seed Money)을 쉽게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유통 메커니즘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결정적이었어요.”

    ―국내 최대의 경매 사이트 옥션도 역경매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예쓰월드가 옥션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옥션은 일반경매가 주요 사업 분야입니다. 얼마 전부터 역경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재미를 못 보고 있는 걸로 압니다. 주로 개인이 내놓은 중고품을 파는데, 국내처럼 중고품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에 비해 우리 회사는 전자제품 특화전략이 맞아떨어져 실제로 적지 않은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뉴스 콘텐츠 제공업 >

    “미디어와 전자상거래 접목이 목표”

    (주)아이비즈넷 박병진(朴炳震) 사장

    인 터넷 사업의 수익성이나 모델에 대한 아무런 잣대도 없던 98년 9월. 당시 삼성SDS 직원이던 아이비즈넷 박병진(37) 사장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열망 하나로 동료 1명과 함께 안정적인 직장을 뛰쳐 나왔다. 공인회계사로서 가진 기득권도 함께 포기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마존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서적 수십 권을 주문한 것이었다. 이를 바탕 삼아 인터넷 비즈니스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꼼꼼하게 분석했다. 가치 있는 자료 하나를 만들기 위해 3∼4일을 인터넷 서핑에 바치기도 했다. 이렇게 작성된 리포트는 쌓이고 쌓여 현재 1000여 페이지의 콘텐츠를 자랑하는 아이비즈넷의 모태가 되었다.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아이비즈넷은 특별한 홍보나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적지 않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경품·이벤트를 통한 회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사이트들에 비하면 2만 명이란 회원 수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하루 평균 재방문율이 60%에 달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고객 충성도 측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이비즈넷을 기획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삼성SDS에서 근무하며 우연찮게 인터넷 비즈니스를 접했습니다. ‘바로 이거다’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무조건 사표를 쓰고 나왔죠. 딱히 뭘 해야 할진 모르겠으나 인터넷 분야에 뛰어들겠다는 뜻만은 분명했습니다.

    조그마한 오피스텔을 얻어 하루종일 인터넷 관련 서적을 읽거나 웹사이트를 서핑하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4∼5개월을 보내고 나니 인터넷과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 조금씩 눈이 뜨이더군요. 비즈니스 모델과 특성에도 관심이 가고요. 그 과정에 아이비즈넷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한 가이드, 그리고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기로 결심했지요.”

    ―인터넷 비즈니스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 해만 해도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의 실체는 ‘빈 깡통’에 가까웠습니다.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는 우수 콘텐츠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요. 향후 어떤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우수한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여건상 우리나라에선 콘텐츠 비즈니스가 어렵다”며 사업 방향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제공하는 정보가 진정 가치 있고 유용한 것이라면 충분히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습니다.”

    ―대형 언론사가 운영하는 사이트건, 순수 온라인 미디어건, 광고 이외에는 사실상 실현된 수익 모델이 없는 형편입니다. 아이비즈넷은 어떻게 돈을 벌 생각입니까.

    “많은 이들이 ‘너희는 뭘 먹고 사느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아이비즈넷의 느긋한 모습에 초조함을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아이비즈넷의 수익모델은 명확합니다. 모든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하되, 궁극적으로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에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1단계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 제공, 2단계 창업 정보 제공, 3단계 전자상거래와 연결’이라는 구도로 가는 거죠.

    지금은 막 2단계로 진입한 상황입니다. 휴렛팩커드,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같은 솔루션 업체들과 제휴하는 한편,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웹호스팅, 비즈니스 시작을 위한 솔루션 파인더 등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필요한 운영체제, 솔루션, 웹서버, 애플리케이션 등의 선택을 도와주고 서비스 중개도 하죠. 조만간 오프라인 컨설팅 조직도 만들 예정입니다. 아이비즈넷 사이트에서는 정보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선 실제 사업을 진행해 갈 겁니다.”

    ―아이비즈넷에는 분석성 뉴스만 있을뿐, 실시간 뉴스는 찾아볼 수 없는데요.

    “많은 이들이 아이비즈넷을 단순 뉴스 콘텐츠 생산 업체라 여기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이비즈넷은 일종의 ‘인터넷 비즈니스 메타 미디어리(Internet Business Meta Mediary)’인 거죠. 인터넷 비즈니스에 필요한 정보뿐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중개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비즈니스 정보가 취약한 것이 문제인데 곧 보완할 예정입니다.”

    ―전략적 제휴 제의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와 손을 잡을 때 특히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입니까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가장 쉽고도 어려운 일이 바로 전략적 제휴입니다. 제휴를 하면 양 회사 모두 이득을 보아야 하는데, 실무적으로 들어가면 그 균형을 맞추기가 상당히 힘들어요.

    상호 이익의 구체적 고리를 찾아낼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낫죠. 어느 한쪽이 너무 강해도 안 되고요. 서로 관련있는 사업 영역의 균형이 전략적 제휴에 기본원칙입니다.”

    뉴스 콘텐츠 제공 이렇게 한다

    ‘속보’ 힘겨우면 분석으로 승부

    인터넷 콘텐츠 사업은 시작이 손쉬운 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다. 커뮤니티 사이트처럼 회원을 쉽게 확보할 수도 없고, 준비할 것도 상당히 많다. 1, 2년 이상 꾸준히 콘텐츠를 축적해온 업체도 여전히 “일하기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인가.

    뉴 스 콘텐츠 사이트에 빅뱅이 시작됐다. 대형 신문사들이 분사를 통해 온라인 비즈니스에 기세를 올리고 있으며 순수 온라인 뉴스 콘텐츠 사이트를 개설하는 업체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3C’로 불리는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중 인프라 구실을 하는 것이 콘텐츠다. 미디어는 콘텐츠의 집합체. 기본 탄탄하고 효율적인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해선 미디어 서비스업 진출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 중 하나다. 이는 다른 말로 뉴스 콘텐츠로 성공할 경우 대자본과 제휴하거나 코스닥에서 시장 가치를 평가받을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뉴스 콘텐츠 제공업에는 많은 장애가 뒤따른다. 무엇보다 긴 시간, 고급 인력, 풍부한 자본이 필수. 그러나 어디에든 틈새는 있다. 아이비즈넷이 그 좋은 사례다.

    오프라인과 손잡는다

    기존 오프라인 신문사·잡지사들이 하나같이 온라인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는 이유는 자사의 막강한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최근 들어 봇물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온라인·오프라인 신생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미래지향적 가치와 비중은 온라인에 두고 있지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체 발간에도 많은 힘을 기울인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아 당장 오프라인과 연결하는 것이 용이치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미디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이메일 매거진인 emag21은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종이매체 ‘emag21’을 발간하고 있으며, 포털 사이트인 심마니도 ‘심마니 라이프(Simmani Life)’를 배포중이다. 이외에도 많은 온라인 콘텐츠 사이트가 홍보용 매체를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실행하고 있다. 아직은 온라인 매체만으론 일정 수 이상의 대중과 만나기 어려운 까닭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인력, 자본 규모에 맞는 사업 모델 창출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스 콘텐츠 사이트 시넷(Cnet)은 순수 온라인 미디어로 출발해 세계적 미디어로 자리잡은 신화적 매체다. 시넷은 막강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2∼3분에 한 건씩 속보성 뉴스를 띄우는 기동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렇듯 실시간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취재인력과 자금이 필요하다. 한두 사람으로는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석성 기사나 전문 분야 기사로 승부하는 것이 수다. 아이비즈넷이 인터넷 사용자에게 인정받는 이유도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한 탁월하고 희귀한 분석 뉴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가 힘이다

    뉴스 콘텐츠 사이트라 할지라도 회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토론을 이어가고 저마다 유용한 정보를 올린다면 사이트를 위해 이보다 더 좋을 일은 없다.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뉴스·정보를 비판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아이비즈넷의 기사 하나하나에는 회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Talk Back’이라는 기능이 부가돼 있다. 기사에 대한 생각을 교환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회원간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이다.

    다른 콘텐츠 업체와 제휴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해외 고급 뉴스에 대한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뉴스 콘텐츠 제공업

    ① 98년 9∼12월:창업준비기간

    ● 아이템 선정

    ● 사업기회 포착과 분석

    핵심키워드:시장 상황 분석을 통한 유망 분야 선택. 자신의 경력과 능력에 맞는 분야인지 검증

    ② 99년 1∼6월:뉴스 데이터베이스 축적

    ●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 생산

    ● 99년 4월 (주)아이비즈넷 설립

    ● 비즈니스 모델 3단계 전략 수립

    1. 인터넷 비즈니스 전문 콘텐츠만 생산, 충성 고객 확보

    2. 인터넷 비즈니스에 필요한 실질 정보 제공:솔루션, 서버, 호스팅 서비스 등

    3. 회원과 솔루션, 서버, 호스팅 서비스 업체 연결, 수수료 수익

    핵심키워드:수익 모델 창출. 단계별 비즈니스 모델 수립, 진입시기 결정

    ③ 99년 7월 15일:베타 사이트 오픈

    ● 축적된 콘텐츠로 시범 사이트 오픈

    ● 회원 반응 체크

    ● 콘텐츠 업데이트

    ● 엔젤자금 확보

    핵심키워드:회원 반응 주시하며 사이트 개편 작업 착수. 증자 시기결정.

    ④ 2000년 3월 8일:사이트 정식 오픈

    ● 비즈니스 모델 2단계 진입

    ● 비즈니스 모델에 맞게 사이트 개편, 파인더 기능 추가

    ● 매체를 통한 광고, 마케팅 본격 실시

    ● 본격 비즈니스를 위한 자본금 증자(창투사로부터 15억 투자받을 예정)

    ● 인력 충원:창업멤버 3명, 현재 15명

    핵심키워드:홍보·마케팅 비용을 계산해 투자받을 금액 산출, 비즈니스 모델 점검


    “인터넷방송은 미래 미디어산업의 핵심”

    인터넷종합방송국 CHATV 나원주(羅元柱) 사장

    최 근 인터넷방송국 채티비(CHATV)는 스튜디오를 갖춘 강남의 넓은 사무실로 이사했다. 이삿짐을 점검하던 나원주(30) 사장 눈에 제법 오래 잊고 있던 물건 하나가 들어왔다. 어느 구석엔가 처박혀 있던, 창업 초기 라면을 끓여먹던 냄비. 이른바 ‘일류대 인기학과’ 졸업자가 안정된 미래도 마다한 채, 오직 꿈을 이루기 위해 이를 악물었던 시간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이 구체적인 수익 채널을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려 있는 요즘, 나 사장의 채티비는 2월 한 달에만 3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보기 드물게 탄탄한 인터넷 벤처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요즘 대자본을 등에 업은 인터넷 방송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전범으로 삼은 것은 자취방 보증금과 낡은 컴퓨터 한 대로 창업한 채티비, 그리고 나 사장이 창안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증명하듯 채티비는 동영상 프로그램 제작, 인터넷 서비스뿐 아니라 인터넷방송을 위한 비즈니스 컨설팅도 실시하고 있다. 미래형 콘텐츠의 하나인 ‘멀티미디어 드라마’도 기획 제작중이다.

    ―인터넷방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93년 가을, 제대 후 전산실을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접했습니다. 대학 시절 민요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국제경제학이라는 전공보다 동료들과 함께 고생하며 무언가를 창작해내고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는 일이 훨씬 즐거웠어요. 그 생활의 연장으로 방송계 진출을 생각하다 인터넷 맛을 알게 된 후 두 매체의 결합을 꿈꾸게 된 거지요.”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할 생각은 없었습니까.

    “졸업 무렵 신문에서 이런 구절을 봤어요. ‘대만 대학생은 졸업을 앞두면 창업을 생각하는데, 우리 나라 젊은이들은 취업을 걱정한다.’ 저 역시 창업을 결심했지만 가진 건 의욕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방송 실무부터 몸에 익히려고 서강방송아카데미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방송은 수용자 입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됐지요.”

    ―첫 직장에서 웹PD로 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 실무를 배웠다고는 하지만, 인터넷방송에 대해 아는 바는 거의 없었습니다. 고민하던 중 큐넷(Qnet)이란 인터넷방송사 PD로 입사하게 됐죠. 방송 제작과 멀티미디어 작업을 주로 했는데, 명절 연휴 2~3일을 빼놓고는 매일 출근해 밤늦게까지 몰두할 정도로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도 놀라운 효과를 창출해내는 디지털 편집 시스템에 큰 매력을 느꼈지요.

    하지만 회사는 경기 불황과 당시 덜 발달된 인터넷 인프라 때문에 곧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사업으로서의 인터넷방송’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도 깨달았죠. 비즈니스의 기초를 배워야겠다 싶어 일반 기업에 들어가 영업사원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창업 초기는 어땠습니까.

    “더 나빠질 것도 없을 만큼 경제 사정이 안 좋던 98년 여름, 오히려 남보다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대학 시절 친구, 선후배들을 통해 모은 돈과 자취방 보증금을 합해 3000만원을 마련했죠. 보증금 3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얻고, 인터넷 전용선을 설치하고, PC서버 한 대, 작업용 PC, 소형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나머지는 오디오·주방기기까지 각자 집에서 쓰던 걸 가져와 사용했습니다. 매일 새벽 5시까지 일하고, 소파 겸용 간이침대에서 눈을 붙인 다음 아침 10시부터 다시 업무를 시작했지요. 그래도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채티비의 사업 분야는 무엇입니까.

    “먼저 자체적으로 기획·촬영·편집·서비스를 모두 진행하는 종합 인터넷 방송 서비스가 있습니다. 둘째,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동영상 쇼핑몰입니다. 동화상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인터넷홈쇼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셋째, 인터넷방송용 전문 영상물을 제작 공급하는 인터넷방송 프로덕션 운영입니다. 인터넷 생중계를 이용한 웹프로모션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타 방송사와 차별되는 핵심 역량은 무엇입니까.

    “첫째, 남들이 안 하는 것을 골라 하는 방송 기획 능력, 둘째, 경험을 통해 축적된 인터넷방송 솔루션 디자인, 셋째, 최상의 화질을 제공하는 인터넷방송 스트리밍 기술, 넷째, 실전을 통해 검증된 인터넷 생중계 노하우입니다.”

    ―채티비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단기적으로는 멀티미디어 통합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종합 방송업계 1위 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중기적으로는 웹, 케이블, 무선 단말기, HDTV 등 다매체 콘텐츠 서비스를 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멀티미디어 토털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 인터넷 웹캐스팅 사업 이렇게 한다 >

    독자적 매출 전략 수립이 생명

    인터넷방송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의 기본 특징에 맞는 쌍방향성과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웹캐스팅이야말로 가장 유망한 인터넷 비즈니스 아이템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인터넷방송국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금 벤처 창업을 통한 신규 진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종합인터넷방송사 채티비의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한다.

    ‘인 터넷방송국 이틀에 하나꼴로 설립’지난 3월 1일자 한국경제신문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98년 말 40개, 99년 말 120개던 인터넷방송국이 2000년 말이면 300개가 넘을 것이라는 인터넷방송협회의 ‘예측’을 아울러 전했다. 이미 많은 대기업과 중앙 언론사들이 인터넷방송 진출을 시작했다. 또 크고 작은 전문채널들이 속속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많은 인터넷 서비스 중에 인터넷방송이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인터넷방송은 인터넷의 특장점을 잘 살려서 사업화할 수 있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방송의 쌍방향성(인터랙티브)과 멀티미디어로서의 특징은 디지털 혁명 그 자체다.

    인터넷 방송은 쉽게 말해 원하는 정보(프로그램)를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그것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면 ‘인터넷방송’이란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라는 사실. 국제적으로는 웹캐스팅(Web Casting)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를 기본 삼아 인터넷방송 시청자들을 캐티즌(Catizen=Web Casting + Netizen)이라 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도입 초기, 형식의 유사성으로 인해 ‘인터넷 방송’이라 부르게 됐고 그 표현이 굳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어쨌든 캐티즌은 이미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보다 한층 높은 구매력을 가진 소비집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웹캐스팅, 즉 인터넷방송의 대열에 합류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문제는 대형 인터넷방송국의 물결 가운데 벤처 인터넷방송국의 창업과 존속이 앞으로도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소 인원 5명, 최소 자금 2억 원

    나 사장은 지금 인터넷방송사를 창업하려면 최소 인원 5명과 최소 자금 2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원은 기획, 마케팅, 웹 개발, 인터넷방송엔지니어, 웹PD 각 1명씩이고, 장비 구입 등 인터넷방송 인프라 구축에 약 1억 원이, 운영자금으로 약 1억 원이 든다는 계산이다.

    현재 한국 인터넷방송 비즈니스의 특징은 대부분 종합방송국이 아닌, 케이블방송처럼 특화된 전문채널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종교, 골프, 음악, 엔터테인먼트, 증권 등이 그 사례다. 특히 벤처 창업의 경우는 앞으로도 종합방송보다는 전문방송 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이는 곧 인터넷방송 비즈니스의 경우 획일화된 예산계획이나 수익모델을 예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는, 분야별로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이 얼마든지 가능한 분야라는 의미도 된다.

    문제는 채널의 성격이 아니라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확보한 곳이 드물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인터넷방송국이 기존 오프라인 미디어들의 수익모델인 광고 수주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 채티비 성공의 비결은 바로 이것. 광고 대신 전자상거래와 프로덕션 수입을 1, 2차 수익원으로 상정한 것이다.

    채티비의 주요 서비스는 다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터넷종합방송국(www.chatv.co.kr) 운영, 둘째, 동영상 쇼핑몰 운영(www.chatshop.co.kr), 셋째, 인터넷 방송 프로덕션(www.chatshop.co.kr/Production) 운영이 그것이다.

    인터넷 미디어로 프로그램 제작 및 제공, 그로 인한 광고 수익은 기본이고, 라이브 캐스팅, 동영상 VOD 제작, 동영상 상품정보 제작 등 인터넷과 동영상에 대한 전문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프로덕션 구실을 한다는 것이 강점. 이는 방송 실무와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성을 모두 아는 강력한 맨파워에서 비롯된다. 동영상과 인터넷에 관련된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내는 것은 이들에게 주어진 지속적인 과제다.

    이렇듯 인터넷방송은 어렵고도 쉬운 창업 아이템이다. 이미 여러 군데 인터넷방송국이 개설되어 있지만 전문방송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아직 비어 있는 분야도 많다. 또한 자신만의 특화 분야를 통해 독특한 수익 채널을 개발할 수도 있다. 창업을 꿈꾸는 벤처 지망생들에게 채티비 나원주 사장은 이렇게 조언한다.

    “인터넷방송은 기획력이 생명이지만, 질 높은 서비스를 위한 자금력도 중요하다. 아이템 개발에만 치우치다 보면 서비스가 부실해지고 회사 운영이 힘들어진다. 인터넷방송은 문화 창작이 아닌 비즈니스다. 독자적인 매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터넷 방송국 설립

    1. 96년 가을 ∼ 98년 여름:기본기 확립

    ● 방송 실무:방송아카데미, Qnet 웹PD

    ● 비즈니스 실무:일반 기업 영업 사원으로 거래처 관리

    핵심키워드:방송과 인터넷 결합에 대한 구체적인 학습

    2. 98년 여름 ∼12월:창업 준비

    ● 동업자, 창업 자금 2000만원 확보

    ● 사무실 임대 및 인프라 구축

    ● 핵심키워드:기획력 뛰어난 창립멤버 규합, 창업 자금 확보(지금은 최소 2억원 필요)

    3. 99년 이후:법인 설립, 본격 서비스 개시

    ● 사이버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이트 설립

    ● 인터넷방송 구축 프로덕션 정통부 정보화촉진기금 산업 선정

    ● 인터넷방송 포털 사이트로 홈페이지 개편

    ●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넷 생방송

    ● 즈믄둥이 밀레니엄 이벤트 생중계

    핵심키워드: 사업 다각화를 통한 독자적 수익 모델 확보 및 핵심 인력 확보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