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호

버섯에서 추출한 면역강화물질의 놀라운 효능

현장취재·일본의 AHCC 면역요법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입력2004-11-17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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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병원을 포함해 일본의 700개 병원에서 암치료 보조제로 채택한 AHCC 면역강화물질. AHCC 면역요법의 메카를 찾아 암치료 현장을 살펴보았다.
    서구의학에서 암치료는 암세포를 동거할 수 없는 적으로 간주해 완전히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외과수술로 암덩어리를 제거하고(cutting), 항암제로 암세포를 죽이고(killing), 방사선으로 태워버리는(burning) 방법을 채택한다. 현대의학의 발전에 따라 이들 3대 전통치료법은 놀랄 만한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암을 완전 정복했다고 볼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암과의 전쟁에서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정공법(正攻法)이 아니라, 환자가 원래 갖고 있는 면역력을 활성화시켜줌으로써 스스로 암세포와 싸워 이겨내게끔 유도하는 우회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면역요법(免疫療法)’이 바로 그것. 우리 몸속에서는 백혈구 속의 T세포·NK세포(자연살해세포)·대식세포 등 면역세포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일을 한다. 암환자의 경우 이 면역기능이 매우 약화돼 있다. 따라서 면역제를 투여해 이들 면역세포들을 활성화시키면서 암세포를 공격한다는 게 면역요법의 골자다.

    면역요법은 서구의학의 전통적인 3대 치료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특히 3대요법과 함께 사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를테면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한국위암센터의 김진복 교수는 ‘면역화학수술요법’이라는 복합적 치료법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위암 수술에서 세계 최다기록 보유자이기도 한 김교수는 위암절제 수술 후 항암제와 함께 면역증강물질인 크레스틴(Krestin, PSK), 피시바닐 등을 복합 투여해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김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수술만 받은 그룹에 비해 면역화학수술요법을 받은 그룹의 생존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암 전문의인 장석원 서울내과의원 원장 역시 독일, 일본 등에서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항암복합면역요법을 펼치고 있다. 장석원 원장은 면역요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암환자의 대부분은 면역력이 저하돼 있다. 그런 환자에게 수술 후 항암제를 먼저 투여하는 것은 허약해진 환자에게 더욱 심한 타격을 주는 행위다. 실제로 항암제 투여시 면역세포인 T세포와 NK세포의 수가 현저히 감소되고 나중에는 환자의 면역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 환자가 먼저 지쳐버려 결국 치료가 어렵게 되거나, 항암치료후 결과가 정상인에 가깝게 나왔어도 1∼2년 후 재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암환자들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항암제 투여도 암 종류와 병의 진행 정도, 개인의 상태에 따라 면역력을 강화시켜 가면서 치료해야 암을 이길 수 있다. 가장 좋은 암 치료약은 최첨단 항암제가 아니라 자기 몸속의 면역력이기 때문이다.”

    장원장은 모든 병이 그러하듯 면역요법도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면역치료가 모든 단계에 있는 암환자에게 효과를 보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말기보다는 초기가 더 좋다는 것.

    “암의 크기가 1cm 정도인 초기암인 경우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한 후에 면역요법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이때는 수술 후 몸속에 남아 있는 미세 암세포가 10만 개 이하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암 크기가 2㎝ 정도일 때도 수술후 조직적 검사상 전이가 없는 경우는 면역요법만을 시도할 수 있다. 이 경우 외에는 수술후 항암제 투여와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수술 직후 되도록 빨리 면역요법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항암제 치료가 끝난 후에 별도로 면역요법을 받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좋다는 치료법을 모두 해보고 최후의 수단으로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장원장의 부연 설명이다.

    그렇다면 암환자의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는 어떤 물질들이 있을까. 면역요법론자들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BRM((Biological Response Modifier, 생물학적 반응 조절물질)을 꼽는다. BRM은 면역세포들로 하여금 암세포를 우리 몸에 속하지 않는 이물질로 인식시켜 공격하도록 유도하며, 독성이 없고 인체면역능력을 변화시키거나 조절하는 데 큰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BRM이 치료목적으로 사용되려면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첫째 순도가 높아야 하고, 둘째 화학성분이 분명해야 하고, 셋째 실험실에서의 효과가 인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야 하고, 넷째 인체에 투여할 경우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이런 조건에 맞춰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BRM으로는 버섯의 균사체에서 추출한 다당류(polysaccharide) 물질로 크레스틴, 렌티난(Lentinan), AHCC (Active Hexose Correlated Compound) 등이 있고,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로는 미슬토(Mistletoe) 등이 있다. 이들 물질은 국내에서 면역요법을 시행하는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도 암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겨우살이의 영어식 이름인 미슬토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버섯 균사체에서 추출한 BRM 물질들 모두가 일본에서 개발됐다는 사실. 이는 면역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고 면역요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 암면역요법학계에서는 AHCC 열풍이 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AHCC에 대한 임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86년 일본아미노업화학에서 개발해낸 AHCC는 잎새버섯과 표고, 영지 등 버섯 균사체를 배양해 추출한 활성화당 복합물질. 원래 이것은 당뇨, 고혈압, 간염 등 만성질환 예방 물질로 개발됐으나 작용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던 중 암에 대해 강한 치유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특히 AHCC는 암환자에게 투여해도 부작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항암제 투여에서 일어나는 구토, 탈모, 통증 등 부작용을 경감시키는 특징이 있어 현재 일본의 국립 및 대학병원을 포함해 약 700개 병원에서 면역증강 보조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병원에서의 기초 및 임상 연구도 활발한 편. 간사이(關西)의대 카미야마 교수는 간 절제수술을 받은 암환자에게 AHCC를 투여한 결과 생존율과 치료효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일본 암학회와 유럽외과학회에 보고한 바 있고, 2001년엔 ‘전립선암에 대한 GCP와 AHCC의 병용(倂用)효과’라는 연구논문을 미국암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일부 대학병원 의사들이 이에 대한 임상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AHCC가 개발된 이후 15년간 이에 대한 꾸준한 기초 및 임상연구로 자신감을 얻은 일본의료계에서는 매년 국제적인 규모의 학술연구 보고회를 개최, 한국을 비롯해 미국·호주·중국·유럽 각국 등에 AHCC요법을 퍼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말 AHCC 면역요법의 메카로 알려져 있는 컴포트(COMFORT) 병원(일본 요코하마시 소재)을 찾았다. 이 병원에서는 말기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면역요법을 실시, 주목할 만한 임상 결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이 병원을 찾는 암환자들은 한 달 평균 100명에 이르고, 이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면역요법을 실천하고 있는 암환자들의 수도 400∼500명이라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 기자 일행이 컴포트 병원을 찾았을 때도 병원 대기실은 암환자들로 붐볐다.

    이 병원 이사장이자 AHCC 면역요법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우노(宇野克明) 박사를 만나보았다. 그는 면역 상태를 수치화시키는 데서부터 치료를 시작한다는 ‘암 면역 도크(Dock)’ 고안자이기도 하다.

    ―사람의 면역상태를 계량화시킨다는 것이 암치료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암면역도크란 암에 대한 면역 메커니즘을 자세히 검사함으로써 조기단계, 즉 이상 종양이 발생하기 전에 ‘암 체질’을 발견해 이에 대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검사법이다. 즉 어떤 사람이 암 체질인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를 진단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암을 다루는 의사들은 한결같이 암의 조기발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검진 시스템에서는 암으로 진행되기 전에 미리 차단하는 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이 좋아서 조기발견을 했다는 것도 사실은 이미 암세포 증식이 어느 정도 크기로 진행된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암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암 면역도크로는 암 발병에 대한 예측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보다 적절한 대응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 검사는 의외로 간단하다. 30cc 정도의 혈액을 채취한 뒤 암세포 공격에 관련되는 ‘인터루킨-12’ ‘종양괴사인자’ ‘인터페론-감마’ 등 사이토카인(세포활성화물질)을 생산하는 능력이나 ‘NK세포’ ‘헬퍼-T0, T1, T2, 세포’의 균형 등을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수치에 의해서 검사 대상자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판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노 박사의 설명은 면역학자들이 암을 면역 질환으로 이해하는 것과 그 맥을 같이한다. 면역학에서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의 몸이라 하더라도 매일 수백 혹은 수천 개의 ‘이상 세포’가 존재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은 암세포의 출현을 감시하고 죽여버리는 면역감시기구(면역세포)가 있기 때문. 이 면역감시기구는 각종 탐사장치를 가진 레이더 기지처럼 24시간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어서 암세포가 발생하는 즉시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 생긴 암세포의 99% 이상은 면역감시기구에 의해 억제 또는 파괴된다.

    그런데 이런 면역감시기구의 기능이 떨어지면 암세포가 면역감시기구를 교묘하게 피해 증식하여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사실은 또한 면역감시기구를 인위적으로 강화시켜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암도 치료할 수 있다는 원리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이러한 배경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이 면역요법인 것이다.

    우노 이사장 역시 ‘암면역도크’는 암 예방뿐만 아니라 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도 유효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암환자는 치료를 받는 동안 자신의 면역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X-Ray 검사나 CT 검사에 의해서는 발견할 수 없는 재발이나 전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암을 공격하는 세포를 강력하게 활성화시키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인터루킨-12’ 수치를 AHCC 섭취 전과 후로 비교해 보는 것이다. 컴포트병원 자료에 의하면 AHCC 섭취 전인 암환자의 인터루킨-12 평균치는 대략 7.89 Pg/ml이지만, 섭취를 시작한 지 반년 후에는 27.2 Pg/ml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버섯류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문나 일부 암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다. AHCC도 결국 버섯류에서 추출한 물질인데 일본 의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무언가.

    “AHCC가 버섯류에서 추출한 물질이긴 하지만 일반 버섯류와는 다르다. 몇종류의 버섯 종균을 2개월간 액체배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성분이 형성되고, 이를 다시 효소 처리과정(효소반응)을 거쳐 추출해낸 물질이다. 일반 버섯의 경우 보통 분자량이 1만 이상으로 나와 인체가 다 흡수하기 어렵지만 AHCC는 분자량이 5000 정도여서 인체에 흡수되기 좋은 구조다.

    이런 특징 외에 AHCC는 이전에 나온 버섯류 추출 면역제와는 달리 이 물질이 어떻게 인체에 작용하는지 그 기전이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밝혀졌고, 실제 임상에서도 부작용 없이 성공적인 결과가 계속 축적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의사들도 이에 호응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의대 암연구센터(마쓰오 호소카와 교수)·규슈의 구마모토의대(와타루 다카하시 교수)·간토의 쿄린의대(아기쿠니 야기타 교수)를 비롯해 미치카와·코하마·시추오카 국립병원과 대규모 종합병원 등에서 AHCC를 암치료 보조제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으로 컴포트병원측은 AHCC가 말기암환자의 면역력 증강에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1998년 6월부터 1999년 11월까지 이 병원의 암면역도크로 진찰받은 환자 38명에 대한 자료였다.

    이들 환자는 대부분 대학병원 등에서 말기암으로 진단돼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암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오로지 AHCC만 하루 3회(총 6g) 섭취하는 것이 암치료의 전부. 그런데 그 결과는 면역도크 검사상 NK세포가 활성화되고, 인터페론-감마 수치와 인터루킨-12 수치 등이 모두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HCC가 면역력 증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려주는 수치들이다.

    면역기능 수치뿐만 아니라 실제 환자의 상태 역시 놀랄 만한 변화가 있었다. CT촬영 등 일반적인 각종 암검사상 종양이 완전 소실(CR)된 것으로 나타난 환자는 2명(5.2%), 종양 크기가 50% 이상 축소(PR)를 보인 환자는 11명(29%)으로 전체환자 중 34.2%가 치료효과를 보였다. 또 종양 크기가 50% 이하 축소 또는 25% 이하 증대로 암진행이 정지(NC)된 것으로 해석되는 환자는 14명(36.8%)인데, 이들 역시 의학적인 효과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다. 그리고 나머지 11명(29%)은 AHCC 투여에도 불구하고 암이 계속 진행(PD)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우노 박사의 설명.

    “이 자료에서 주목할 점은 CR과 PR을 합친 34.2%라는 수치다. 우리 병원을 찾아온 말기암환자는 상식적으로 치유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고, 사실 환자 스스로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11명(34.2%)의 환자들이 치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기자는 종양이 완전 소실된 것으로 나타난 환자의 임상 기록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60대 여성으로 간암을 앓던 A씨 기록. 1999년 2월 컴포트병원에서 면역요법을 받기 이전 A씨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이미 간의 오른쪽 절반이 암세포로 검게 뒤덮여 있었다. 얼굴색이 흙빛에다 식욕도 저하됐고 전신 상태도 대단히 악화돼 언제 인생을 마감할지 말하기 곤란한 지경이었다. 그러나 AHCC를 섭취하기 시작한 지 4개월째에 접어든 6월에 검사를 해보니 종양이 놀라울 정도로 축소됐다. A씨는 6월의 검사 이전에 이미 몸이 호전됨에 따라 가족들과 일주일간 해외여행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후 치유가 진전돼 1999년 9월에 CT 촬영 결과 종양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암면역도크 검사에도 인터루킨과 인터페론의 명확한 상승이 있었는데, 특히 인터루킨-12의 경우 AHCC 섭취 후 10배까지 높아져 있었다. 우노박사는 컴퓨터에 입력돼 있는 A씨의 면역도크 검사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AHCC는 ‘꿈의 암치료약’으로 불리는 인터루킨-12를 유도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경구용 생리활성화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의약품이 아닌 건강식품으로서 인터루킨-12를 이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다.”

    암 발견 당시 종양이 너무 커 수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가 AHCC 섭취 후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어 나중에 회복수술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다. 방광암을 앓던 70대 남성 B씨의 경우다. 그는 방광의 종양이 너무 커진 단계에 있는데다 심근경색증이 있어 면역요법을 희망했다. 그는 1998년 4월 AHCC 섭취를 시작한 후 5개월째인 9월에 종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방광경을 통한 방뇨도 가능해졌다. 그 후에도 암의 크기가 현저하게 작아져 수술도 가능하다고 판단돼 회복수술을 받았고 정상인으로 되돌아갔다.

    암환자 치료와 관련해 우노 박사는 흥미로운 주장도 펼친다. 암세포가 너무 활성화돼 있을 경우 AHCC 효과가 경감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 그는 활성화된 암부위에 카테터를 통해 극소량의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이를 이른바 ‘카테터요법’이라고 부른단다.

    “암세포가 매우 활성화된 상태에 있는 암환자 경우는 AHCC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이때는 카테터를 집어넣어 암세포 부위에다 직접 항암제를 투여함으로써 암세포를 어느 정도 제어할 필요가 있다. 암세포 부위에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으면서도 일반 항암제 사용에서 규정하는 양의 10분의 1 이하를 투여하므로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서 AHCC를 투여하니까 환자들의 치료효과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현대의학의 전통적인 항암치료법과 AHCC를 함께 사용해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내과의 장석원 박사는 다음과 같은 환자 사례를 든다.

    “66세의 폐암환자 S씨는 종양 크기가 너무 커 대학병원측으로부터 화학요법으로 암세포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항암제로 종양을 어느 정도 제어한 S씨는 막상 수술 시점이 다가오자 수술을 거부하고 면역요법을 받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CT사진 등을 확인해보니까 면역요법만으로도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AHCC 같은 면역활성화물질을 투여했고 현재 종양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석원 박사는 면역요법은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면역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공격케 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나오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기간에 암세포는 계속 증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통적인 암치료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통적인 3대 치료술을 구사할 수 없는 말기 암환자의 경우도 최소한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현지취재에 동행한, 호스피스 전용병원인 대전 소망의원의 김태식 원장은 “말기 암환자들에게 AHCC를 복용케 한 결과 통증이 줄고, 식욕이 생기고, 잠을 자는 등 환자들의 삶의 질이 현저하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AHCC가 본격적인 암치료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기자 일행은 요코하마의 컴포트병원 취재를 마치고 도쿄의 한 백화점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미 백화점의 건강보조식품 코너에 AHCC라는 이름을 단 상품이 전시돼 있었다. 이 코너의 한 종업원은 “AHCC가 인체의 면역기능을 증가시켜 암 예방 등 건강을 지켜준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AHCC 열풍은 일반인에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현해탄을 건너 한국에도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일부 대학병원 의사들과 개업의들 사이에서 AHCC에 대한 임상연구논문을 준비하고 있고, 정식으로 AHCC를 수입하는 업체까지 생겨났기 때문이다. 면역요법 치료제 개발에 관한 한 일본보다 몇 수 뒤진 한국의 의료 현실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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