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는 40대 중반의 가장이다. 다슬기를 잡아서 파는 그를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중학생인 딸도 키우고 있는 ‘다슬기’는 10년 넘게 다슬기 잡는 일을 해왔다. 겨울 한철을 빼고는 1년 내내 다슬기를 잡으러 다니는데, 새벽에만 3~4시간을 일해 하루 30만~50만원을 번다. 건강식품인 다슬기는 아주 비싼 값에 팔린다. ‘다슬기’는 다슬기를 전기로 지져서 잡는다.
‘다슬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먹고살만했다. 집 두 채가 있었고 통장 잔고도 1억원가량 됐다. 시골 사람치고는 괜찮은 살림. 하지만 그는 얼마 전 재산을 다 날리고 충남 금산의 한 후미진 동네에 4000만원짜리 전세 빌라를 하나 얻어 이사했다. 대도시에서 넉넉한 살림을 살던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이곳으로 쫓겨왔다.
노름빚 때문에 노예생활
‘다슬기’는 지난 1년간 노름을 하다가 전 재산을 날렸다고 했다. 처음에는 동네사람들과 소일거리 고스톱(1점에 500원)을 시작했는데 점점 손이 커지면서 산도박이라 불리는 일명 ‘아도사끼’판에 뛰어들었다가 된통 당하고 알거지가 됐단다. 아도사끼판에 들어간 지 딱 6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요즘도 노름을 계속하고 있다. 다슬기를 잡지 못하는 겨울이 되면서 끼니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밤이면 밤마다 ‘하우스(노름장)’를 기웃거린다. 빈털터리가 됐지만, 노름빚을 빌려주는 사채업자 ‘꽁지’는 다슬기에게 열심히 ‘산성(노름빚)’을 대준다. 봄이 되면, 다슬기가 잡히면,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직 4000만원 정도 노름빚이 남았어요. 날 풀리면 다슬기 잡아서 갚아야죠.”
50대인 ‘청룡’은 원래 인삼을 재배했다. 왜 청룡이라 부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오랫동안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왔다. 한때는 인삼농사를 꽤 크게 짓는 농부였다는데, 그는 현재 종적이 묘연하다. 노름빚 3000만원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어느 날 밤 갑자기 동네를 떴다. 처자식은 노름에 미쳐 가족을 버린 그를 떠난 지 오래다. ‘청룡’의 집 주변에는 아직도 그가 돌보던 인삼밭 200평이 버려져 있다. 그에게 산성이 물린 꽁지 G씨(30대 후반)는 “잡히면 죽인다”며 오늘도 그를 찾아다닌다.
2명의 ‘용담’은 장사꾼이자 농사꾼이다. 금산의 용담이란 동네에서 매운탕을 파는 식당도 하고 가스집도 하며 작지만 밭농사도 짓는다. 두 사람은 항상 붙어 다녀서 그냥 ‘용담’ 혹은 ‘용담팀’으로 불린다. 같은 판때기에만 앉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이 가족이거나 최소한 ‘절친’이라고 알고 있다. ‘용담’은 노름 실력이 아주 좋아 큰돈을 잃지는 않았다.
부동산업을 하는 K사장과 S사장은 얼마 전 꽁지에게 빌린 노름빚 1000만원가량을 털고 자유를 찾았다. 노름빚이 있을 때는 꽁지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노예생활을 해야 했다. 안 그러면 당장 빚 독촉이 오기 때문이었다. 빚을 갚기 위해 판때기에 앉아야 했고 판때기에 앉으면 또 빚이 느는 악순환이 계속됐지만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자유는 찾았지만 두 사장은 여전히 노름을 그만두지 못했다. 손이 근질거리고 본전이 생각나 언제든 판때기에 앉을 태세다. 또 노름빚이 생길 것을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결국 두 사장은 자유를 찾은 지 이틀 만에 판때기에 앉았다. 기자가 들어간 판때기가 이들의 복귀무대가 됐다. 기자가 판때기에 뛰어든 날엔 겨울바람이 아주 매섭게 불었다.
노름의 꽃 섯다와 아도사끼
2006년 9월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문화관광부 앞에서 기독교사회책임과 한국미래포럼 등 35개 단체로 구성된 도박척결기독교연합이 주최한 단도박기도회가 열렸다. 이들은 도박공화국으로 만든 참여정부가 잘못을 반성하고 도박산업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투로 하는 게임은 더 다양하다고 했다. 일단 ‘노름의 꽃’으로 불리는 ‘섯다’(2장으로 하는 게임)가 있고 고스톱, 도리짓고땡도 많이 한다고 한다. 또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소로’라는 게임도 하는데, 쉽게 말하면 3장으로 하는 ‘섯다’라고 보면 된다. 고스톱은 주로 아줌마들이 하고 본격적인 도박판에서는 섯다나 도리짓고땡을 많이 한다고 K사장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농촌에서 벌어지는 노름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산도박, 길도박이라 불리는 ‘아도사끼’다. 몇 년 전 화제를 뿌린 드라마 ‘타짜’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계동춘이 산속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놓고 하던 도박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아도사끼는 카지노의 바카라와 룰이 비슷한 게임으로 2장의 화투를 받아 끝수가 9(갑오)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38광땡 같은 일명 ‘족보’는 없다. 수십 명의 사람이 양옆에 앉아 두 패 중 한 곳에 베팅을 해 이기면 베팅 금액만큼을 받는다. 양쪽 베팅 금액에 차이가 생기면 창고(하우스)가 메워주고 남는 것도 창고가 가져간다. 위에서 소개했듯, 아도사끼판에 들어갔다가 6개월여 만에 4억원가량의 전 재산을 날린 ‘다슬기’의 얘기다.
“아도사끼는 판이 크죠. 한 게임에 수천만원 이상이 걸려요. 20~30명이 한꺼번에 거니까 당연히 판돈이 커지죠. 매일 이 산 저산 옮겨 다니면서 하고, 장소도 좀 넓어야 해서 주로 산에 비닐하우스를 쳐놓고 합니다. 게임마다 ‘똥(창고비)’ 10%를 떼는데 나중에 돈을 다 잃으면 하우스에서 가져온 돈의 5%를 개평으로 줍니다. 그러면 그 돈으로 또 노름해서 다 죽는 거지. 결국은 똥으로 다 죽게 되어 있어요. 돈을 따는 사람이 없다니까요.”
동네마다 벌어지는 판때기
도박문제는 잊을 만하면 언론에 오르내린다. 전문도박단이 잡혔다느니, 경찰이 어디에서 도박판을 덮쳤다느니 하는 소식은 신문 사회면의 오랜 단골 기사다. 도박 빚으로 자살한 사람들, 풍비박산이 난 가정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바다이야기 사건도 따지고 보면 도박에 중독된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도박을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억대의 도박판, 전국을 다니며 사기도박판을 벌이는 타짜들의 모습도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사실 큰 문제는 영화 소재로나 쓰일 만한 억대 도박판, 사기 도박판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생활도박이 더 문제다.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도박을 하다 걸린 아줌마나 ‘다슬기’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우리 이웃의 얘기다. 한 노름꾼의 말이다.
“큰 도박보다는 동네노름판이 더 문제예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규모인데, 단속도 쉽지 않고 피해도 심각하죠. 사실 노름판이 많기도 많고요. 다 동네사람인데 누가 누구를 단속하겠어요.”
기자가 동네노름판 취재를 위해 찾은, 인삼으로 유명한 충남 금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노름꾼은 “인구 5만의 이 작은 군 읍내에만 20개가 넘는 상설노름판이 성업 중”이라고 알려줬다.
하지만 동네노름판이라고 해서 그냥 ‘심심풀이’ 정도로 보면 큰 오산이다. 겉으로야 아는 사람들끼리 장난처럼 벌이는 노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돈이 사람을 잡는 악순환이 영화 속 판때기와 다를 바 없다. 브라운관에서만 봐왔던 도박판 설계자인 꽁지, 창고 등이 모두 있었고 이들로 인한 도박 피해도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렇다면 대체 판때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일까.
일단, 판때기가 만들어지는 데는 7~8명이 필요하다. 하우스를 제공하는 창고가 있어야 하고 선수들에게 판돈을 대주는 꽁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창고와 꽁지가 거느리는 5~6명의 선수가 있어야 비로소 판때기는 만들어진다.
창고가 내주는 하우스는 보통 빌라나 아파트에 만들어진다. 창고는 자기 돈으로 집을 얻어 하우스를 차리고 손님들을 불러 모은다. 단속이 뜨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호텔이나 여관 등으로 그때그때 장소를 변경한다. 요즘에는 시골에 비어 있는 집이 많아 아예 집을 세내어 판때기를 까는 경우가 많다.
꽁지는 판에 앉은 선수들에게 산성이라 불리는 노름빚을 빌려준다. 이것을 두고 흔히 ‘산성을 내린다’ 혹은 ‘산성을 받는다’고 한다. 판때기에서 산성을 받을 때는 한 바가지, 두 바가지 같은 표현을 쓰는데 기자가 들어간 기본 판돈 100만원의 노름판에서는 기본 한 바가지가 100만원이었다. 돈을 다 잃은 선수는 꽁지에게 한 바가지(100만원)씩 돈을 빌린다. 꽁지는 이것을 꼼꼼히 기록한다.
산성은 통상 5일 꺾기(5일 만기), 10일 꺾기(10일 만기)로 오고가는데 빌릴 때마다 선이자가 10%씩 떨어진다. 선수들은 100만원을 빌리면서 90만원을 받고 갚을 때는 100만원을 갚는다. 5일 혹은 10일마다 이자는 10%씩 늘어난다. 그러나 꽁지와 선수 간의 인간관계, 친분에 따라 이자율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노름판에서는 “처세를 한다”고 부른다.
산성, 각통게임, 1빠따
도박이 사회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경찰에 검거된 주부도박단의 모습. 경찰이 현장을 덮치자 한 주부는 창문으로 뛰어내려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창고와 꽁지가 한번 판때기를 만들면 기본 5시간이 ‘한 타임’으로 돌아간다. 그 시간 동안에는 선수들이 임의로 자리를 뜰 수 없다. 잃은 사람이 요청하고 딴 사람이 받아주면 연장에 들어가는데 연장타임은 3시간을 단위로 돌아간다. 물론 밤을 새우면서 15~24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창고와 꽁지는 판때기 뒤에 자리를 잡고 노름을 지켜보면서 선수들의 편의를 돕는다. 물도 갖다주고 밥도 시켜주면서 자기 선수를 응원한다. 다방에서 커피도 시켜 돌리고 담배도 사다준다. 선수들은 꽁지나 창고에게 일을 시킬 때마다 1만~2만원씩 돈을 날린다.
‘창고비’를 주는 방식은 크게 2가지다. 먼저 판마다 10%가량의 판돈을 떼는 방식이 있는데, 이를 ‘각통게임’이라고 한다. 이렇게 뗀 돈은 노름이 끝난 뒤 혹은 노름 중간 중간 7등분되어 선수들에게 하나씩 주고 나머지 하나를 창고가 가져간다. 보통 8~10시간 노름판이 이어진다고 할 때 창고 몫으로 떨어지는 돈은 100만~150만원이 된다.
시간을 계산해 창고비를 주는 ‘타임비’ 방식도 있다. 한 시간에 한 선수가 2만원씩 돈을 내 창고에게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6명의 선수가 5시간을 노름한다고 했을 때 선수 1인당 10만원(5시간×2만원)씩 총 60만원을 창고비로 준다.
어떤 룰을 쓸 것인지는 선수들과 창고가 그때그때 상의해 결정하는데 통상 각통게임의 창고비가 타임비보다 크기 때문에 선수들은 타임비 방식을, 창고는 각통게임 방식을 선호한다.
선수 관리가 꽁지 성공의 열쇠
기자가 들어간 세븐카드 판때기에는 금산에서 소위 ‘1빠따(제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로 불리는 M도 있어 흥미로웠다. 50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스키점퍼에 빈티지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여느 30대 못지않았다. 사람들은 M이 ‘콧구멍파기’를 잘한다고 했다. 콧구멍파기는 “패를 받아 열심히 쪼면서 절대로 뻥카를 치지 않는 스타일을 뜻하는 이 바닥 은어”다. 물론 바라던 족보가 메이드 되면(좋은 패가 들어오면) 과감하게 질러먹는 감각도 뛰어나 ‘1빠따’에 올랐다고 사람들이 알려줬다.
M은 이날도 특유의 집요함을 앞세워 초반부터 승기를 잡아나갔다. 에이스타이틀(풀 하우스, 같은 숫자 3장과 2장을 한번에 잡는 것)로 K타이틀을 잡은 ‘다슬기’를 패대기치는 보기 힘든 광경도 만들어냈다. 다른 사람의 패가 심상치 않으면 줄(스트레이트, 이어지는 숫자 5장)을 잡고도 과감히 죽었다. M의 페이스에 말린 다른 사람들, 특히 다슬기가 많은 돈을 패죽였다.(돈을 잃었다) 한 판에 100만원 이상이 오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꽁지와 창고는 자기 선수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 돈이 많다고 해서, 돈을 잘 받아낸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만도 아니다. 꽁지와 창고는 자신에게 돈을 벌어주는 선수들을 정말 열심히 관리한다.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판때기를 만들 때도 선수들의 사이즈(판돈 규모)를 봐가면서, 실력을 맞춰가면서 만든다. 잘못 깔아 타짜라도 하나 들게 되면 다른 선수들의 피해가 너무 커지고 그것은 고스란히 꽁지의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피를 빨아먹되 되도록 천천히, 그리고 감당할 수 있게 빨아먹는 것이 중요한 노하우인 것이다. ‘청룡’처럼 수천만원의 산성을 남기고 종적을 감추는 일을 꽁지는 제일 두려워한다.
꽁지와 선수의 관계는 오묘하다. 서로 필요하다보니 가까울 수밖에 없지만 언제나 채권-채무 관계에 놓여 있여 긴장관계가 조성된다. 꽁지는 혹시라도 자기 선수가 다른 꽁지 돈을 쓸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런 일이 생기면 꽁지들끼리 싸움도 벌어진다. 때로는 칼부림을 부르기도 한다. 선수 처지에서야 많은 꽁지의 돈을 쓰면 좋으련만 판때기에서 그것은 전쟁의 원인이 된다. 선수들은 산성을 지고 있을 때는 꽁지를 보고 웃다가 산성을 털고 나면 꽁지에게 욕을 퍼붓는다.
꽁지와 창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판때기가 경찰단속에 걸렸을 때 선수들을 무사히 빼주는 것이다. 그래야 판때기가 깨지지 않고 돌아가고 선수들도 안심하고 노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꽁지와 창고가 자기들을 빼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에 걸려도 꽁지와 창고를 불지 않는다. 노름을 그만두고 그 동네를 떠날 생각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이것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이 바닥의 불문율이라고 했다. 그래서 꽁지와 창고는 혹시 모를 단속에 대비해 항상 ‘관(官)작업’(경찰 등 공무원 관리)을 해놓는다.
관(官)작업은 꽁지 몫
판이 끝나면 꽁지는 판돈을 모두 걷어간다. 처음부터 꽁지에게서 나왔던 돈이 다시 꽁지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돈은 돌고 돌 뿐이고 그 사이 선수들의 산성만 쌓이는 구조다. 게다가 창고비, 뒤로 날리는 돈까지 빠져나가다보니 한 사람이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잃는 일이 많다. 반면 딴 사람은 별로 없고 땄다 해도 금액이 크지 않다. 선수들은 노름을 즐기는 대가로 꽁지와 창고의 배를 불려주는 구조인 것이다. 꽁지가 판때기에 푸는 돈은 ‘모도’라고 불린다.
판때기에선 종종 분란도 벌어진다. 기자가 들어간 판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선수 둘이 서로 짜고 게임을 하는 경우가 벌어져 문제가 될 때도 있다. 위에서 소개한 ‘용담팀’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 기자가 들어가기 전날에도 용담팀이 판때기에서 짜고 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두 사람이 서로 치고 받으면서 판돈을 높여 다른 사람을 죽이고 적당히 나눠 갖는 식인데 사람들은 이를 두고 흔히 ‘짱구베팅을 한다’고 말했다. ‘짱구베팅’은 ‘낭랑’이라고도 하는데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다.
기자가 체험한 판때기는 오후 6시쯤 시작돼 다음날 오전 3시경 끝났다. 대략 6명의 선수가 900만원 정도의 산성을 내렸고 두 사람만이 50만~100만원 정도를 땄을 뿐 나머지는 잘해야 본전, 실력이 떨어지는 ‘다슬기’는 이날만 200만원 이상을 잃었다. 다슬기는 이 돈을 5일 이내 혹은 10일 이내에 꽁지에게 갚아야 한다. 꽁지는 욕을 섞어가며 다슬기에게 날짜를 지키라고 다그쳤다. 다슬기는 지난 게임을 복기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꽁지는 이날 선이자로만 90만원, 날려준 돈으로만 20만원 정도를 벌었다. 창고는 70만원 정도를 챙겨 나갔다. 꽁지는 게임이 끝난 뒤 모도를 전부 걷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정에 없이 급조된 판이었지만 관행대로 착착 진행됐다.
이들은 내일도 그 다음날도 어디엔가 모여 판때기를 벌일 것이다. 꽁지와 창고는 또 비슷한 방법으로 매일 수십, 수백만원을 챙길 것이다. 선수들의 산성은 쌓일 것이고 그들의 생활은 파탄날 것이다. 도박공화국의 겨울은 이렇게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