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김모와 이모씨는 OO지방경찰청에 탄원서를 내기 위해 1층 민원실을 방문했다. 몇 달 전 청문감사관실에 제출한 진정서 및 탄원서에 기재한 내용을 담당관이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사팀 소속 경찰관들은 두 사람에게 사건 진행절차 및 내사종결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방경찰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고 큰소리를 지르며 민원실 밖 복도에 주저앉아 한 시간가량 소란을 피웠다. 검사는 두 사람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2심도 같은 판결을 내렸는데,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공무가 포함됨을 전제로 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형법엔 업무방해죄와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있다. 공무집행방해죄의 취지는 사적 업무와 공무를 구분해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 고발 사실 자체가 고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지
뉴타운개발추진위원회 총무인 피고인은 심모씨에게 이 위원회의 전 총무인 김모씨가 뉴타운개발추진위원장 구모씨를 선거법위반으로 고발했다고 말했고, 며칠 뒤 다른 두 사람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나 김씨는 구씨를 고발한 사실이 없었다. 화가 난 김씨는 피고인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 김씨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비록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것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죄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고발 사실 자체만으로 고발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은 작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