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결혼한 A는 2009년 5월 경남 진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의 아빠는 남편이 아니었다. A는 중절수술 당시 산부인과에 아이를 갖게 한 외도남 B를 데려갔고 그가 남편 행세를 하도록 했다. 이 사실을 안 A의 남편은 A를 간통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A는 강간을 당해 임신한 것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A를 간통죄와 낙태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A가 2009년 4월 중순 일자 불상(不詳)경 대한민국 내에서 성명 불상 남자와 1회 성교하여 간통하였다”고 밝혔다.
1심과 2심은 A의 낙태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간통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 사실에 구체적 범죄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장소와 일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혼외정사를 통해 임신한 태아를 낙태했다면 낙태죄는 적용할 수 있어도 간통죄를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간통죄는 각 행위마다 하나의 죄가 성립하므로 다른 사실과 구별이 가능하도록 공소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 낙태 사실은 그 임신에 이르게 된 성관계가 있었던 사실을 추정하게 할 뿐이고, 그로써 곧 그 임신의 원인이 된 성관계가 간통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특정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13.7.25. 선고 2013도1444 판결]
■ 사실상 피의자인 참고인에게도 진술거부권 고지해야
2010년 9월 공무원 A는 군 의회 의원인 B에게 인사 청탁을 하며 1000만 원을 건넸다. 그 직후 검찰에 이 사실이 담긴 탄원서가 접수됐다. 검찰은 A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A는 뇌물공여 혐의로, B는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1심은 A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A는 “검찰이 사실상 피의자인 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A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해당 진술은 위법 수집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진술 내용이 본인과 제3자가 공동으로 관련된 범죄에 관한 것이거나 본인의 피의 사실과 관련된 것이라면 수사기관은 미리 진술거부권을 알렸어야 했다. 수사기관이 A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지만, 실질적으로 A가 진술서 작성 당시 뇌물공여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A를 참고인으로 보고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작성된 진술서에 근거한 법원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2013.7.1. 선고 2013모16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