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마다 선전포고하는 빅테크 기업들
플랫폼 경쟁은 승자독식, 적과의 동침도 불사
기술의 미래를 읽는 자, 왕좌에 앉는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AI 휴먼’으로
2018년 엔비디아코리아 대표에서 물러나 창업 지원 전문 비영리 기관인 드림앤퓨처랩스를 시작한 이용덕 대표.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 초빙교수로 창업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이용덕 대표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첫 직장인 필립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케팅을 했다. 개발자가 아닌 세일즈맨으로 시작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이후 유럽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로 옮겨 한국 시장을 배웠다. 세일즈맨으로 그가 깨달은 교훈은 개발이든 영업이든 ‘시간 싸움’이라는 것이었다. 또 유럽은 곧 실리콘밸리 중심의 미국 IT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예감했다. 이후 브로드컴과 엔비디아코리아에서 20년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 전문경영인으로 재직하며 코앞에서 실리콘밸리의 변화를 목격했다.
그가 엔비디아 지사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이 있었다.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린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 당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엔비디아의 GPU 기술을 활용해 만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였다. 이 빅 매치 이후 그에게도 취재와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실리콘밸리에서 바라본 AI & 퓨처 테크놀로지’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던 날, 그는 “기업의 실패는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라는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말을 인용하다 문득 ‘5년 후 나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2020년 그가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를 떠올렸다. 2018년 6월 엔비디아에 사표를 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에 지사장이라는 경력과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그가 시작한 일은 ‘드림앤퓨쳐랩스(Dream N Future Labs)’라는 멘토링 재능 기부 프로젝트였다. 창업을 목표하거나 이미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함께 ‘용다방 반상회’를 열었다. 기술 트렌드를 설명하고 10년 뒤 변화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비즈니스 코칭을 하는 모임이었다. 용다방 반상회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날수록 좀 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드림앤퓨쳐랩스가 탄생했다. 2019년 AI 전문 솔루션 회사 ㈜바로AI를 설립한 것도 드림앤퓨쳐랩스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어느새 멘토와 멘티로 그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 5만 명에 달한다.
똑똑한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
이 대표는 요즘 말이 더 많아지고 더 빨라졌다. 빠르면 살고 느리면 죽는 기술 생태계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IT 업계에서 30년간 일했고 지금도 AI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올해 처음으로 AI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변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알파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2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사람처럼 학습하고 생각하는 AGI가 10년 이내에 나옵니다.’ AGI는 쉽게 말해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추측하고 실행에 옮기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그러자 3월 1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처음으로 ‘5년 안에 인간 수준의 인식을 가진 AGI가 등장합니다’라며 10년을 5년으로 단축합니다. 제가 엔비디아에서 13년간 함께한 젠슨 황은 절대 허풍 떠는 사람이 아닙니다. 5년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근거한 얘기라는 거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4월 8일 ‘AGI를 가장 똑똑한(smart)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로 정의한다면 2년 이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테슬라의 AI 개발 실력은 전 세계 톱3 안에 들어갑니다. 이들은 향후 2~3년 늦어도 5년 안에 AGI 기술로 그들의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 위해 자금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인공일반지능 또는 범용인공지능으로 번역되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단순한 기계적 학습을 넘어 기억, 학습, 추론, 문제 해결, 창의성 등 인간의 지능을 모방해 인간 수준의 이해와 처리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다.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처럼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인공지능을 ‘좁다’는 뜻의 Narrow를 붙여 ANI라고 하는 것에 조응해, 모든 상황에 두루 적용된다는 뜻의 General을 붙여 AGI라고 한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바드, 메타의 라마 같은 ‘생성형 AI’가 초기 단계의 AGI라고 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데이터에서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AI 플랫폼으로, 판이 바뀌었다
“제가 대학교 2학년이던 1984년에 애플 매킨토시라는 퍼스널 컴퓨터가 등장했고,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출시한 뒤 지난 20여 년은 인터넷의 시대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소프트웨어 ‘짱’이라는 천재들이 컴퓨터 한 대 가지고 회사를 차립니다. 그들은 오프라인에서 하던 일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혁신으로 세계 최고 기업으로 등극합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세일즈포스. 한국도 마찬가지죠. 네이버, 카카오, 토스. 이렇게 시작된 지난 20년의 플랫폼이 지금 그 근본부터 와장창 무너지려 합니다. 2016년 바둑 잘 두는 슈퍼컴퓨터 ‘알파고’의 등장 뒤 매일 나오는 뉴스가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22년 겨울 챗GPT가 나오자 사람들은 생성형 AI를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불과 1년 반 만에 세상이 바뀐 겁니다.”그사이 생성형 AI는 텍스트 데이터로 훈련하는 LLM(Large Language Model·대형언어모델)에서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소리, 비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LMM(Large Multimodal model·대형 멀티모달 모델)으로 진화하더니 어느새 AI가 사람 대신 실행에 옮기는 LAM(Large Action Model·거대행동모델)을 얘기한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구글이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해 온 검색엔진 시장에도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전 세계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구글의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은 90.91%로 전년 동기 대비 1.9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챗GPT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은 점유율 3.64%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2.76%보다 0.88%포인트 올랐다. 구글이 서치 플랫폼에서 구축해 놓은 초격차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챗GPT의 영향력이 수치로 드러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챗GPT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챗GPT 모바일 앱 이용자는 127만3992명으로 월간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미세한 균열이 만든 기회를 빅테크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AI 패권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AGI 소프트웨어 개발이 속도전이라면,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AI 플랫폼은 자금력 전쟁이다.
초거대 AI에 자금과 인력을 쏟아붓는 기업들
“3월 말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100억 달러(13조5000억 원)를 투자해 2028년까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합니다. 이들이 개발하는 AI 반도체를 탑재한 슈퍼컴퓨터 이름이 ‘스타게이트’예요. 그러자 아마존은 향후 15년간 데이터센터에 1500억 달러(약 202조 5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맞짱’을 뜹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에요. 그런 아마존도 위기를 느낀 거죠.”오픈AI와 결별한 뒤 지난해 7월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6월 들어 그는 챗봇 ‘그록’의 차기 버전을 위해 2025년까지 대규모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초거대 AI는 거대 산업의 거대 투자를 요구하는 인프라 비즈니스가 됐다.
“이들이 왜 데이터센터에 천문학적 투자를 할까요.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세트를 처리하려면 더 많은 저장공간이 필요하고, 더욱 효율적인 컴퓨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픈AI는 챗GPT-3을 출시하면서 미리 학습된 데이터세트에 의한 파라미터(매개변수) 1750억 개를 준비했다고 했습니다. 파라미터 값이 많으면 많을수록 답변의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오픈AI 측은 1조 개 이상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챗GPT-5를 내년(2025) 말까지 출시하겠다고 했다가 지난 3월 연내 출시로 앞당깁니다. 기업들이 모든 자금과 인원을 AI에 투입하면서 AI의 발전 속도가 합리적 예측 범위를 넘어 폭주기관차처럼 빨라지고 있습니다.”
AI 기술 개발 전망에 따라 기업의 시가총액도 출렁인다. 업계에서 AI 지각생으로 불리는 애플은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더니 한때 엔비디아에도 밀려 3위로 처졌다. 그러나 6월 10일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오픈AI와 손잡고 챗GPT를 음성 비서 ‘시리’에 탑재하는 등 새로운 AI 전략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한 뒤 5개월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듯 보이지만 알파벳(구글), 아마존, 테슬라까지 가세한 ‘왕좌의 게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용덕 대표는 “모든 승부는 AI에 달렸다”고 말한다.
“미국 주식시장은 오늘 장사 잘했다고 해서 오르는 게 아닙니다. 오늘 사업이 부진해도 내일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면 주식이 움직이거든요. 지금 그 잠재력을 좌우하는 것이 AI 기술입니다. 오픈AI와 MS가 손잡고 가는 동안 애플은 생성형 AI 분야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겁니다. 올해 3월 결국 콧대 높기로 유명한 애플이 시총 4위인 구글과 손잡는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모자란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대응하자는 의미죠. AI는 ‘적과의 동침’도 가능케 합니다.”
‘페라리 vs 소나타’ 싸움에서 살아남는 법
한국은 미국, 중국, 이스라엘과 함께 독자적인 초거대 AI를 보유한 나라로 꼽힌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LG ‘엑사원’, 카카오 ‘카카오브레인’, SKT ‘에이닷’, KT ‘믿음’이 국내에서 개발된 한국형 초거대 AI 모델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도 AI 주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초거대 AI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 3901억 원에 이어 2024년 909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플랫폼 테이크스 잇 올(Platform takes it all). 플랫폼의 성격상 한쪽이 선점하면 후발 주자는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구글도 챗GPT에 선수를 빼앗긴 뒤 고전하고 있잖아요. 선두 주자인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135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은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거예요. 과연 우리나라에서 202조 원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을까요? ‘삼성 정도면 가능하잖아’ 하고 쉽게 생각하면 오판입니다. 202조 원이면 정부 예산의 3분의 1입니다. 설령 50조 원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해도 저들이 ‘페라리’면 우리는 ‘소나타’ 수준이에요.”
이용덕 대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전략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이 직접 개발할 실력이 안 된다고 판단되자 오픈AI와 손을 잡아요. 기술을 가진 오픈AI에 돈을 주고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한을 산 거죠. 그리고 4년 뒤 전 세계 시총 1위에 오릅니다. 우리 기업들도 첨단 AI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를 찾거나, 그 기술을 응용한 서비스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아야죠. 지난 3월 두바이 AI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원 모어 펌킨(One More Pumpkin)’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원 모어 펌킨’은 스토리 작성부터 배경음악까지 생성형 AI 기술만으로 제작한 영화죠. 올해 11월 부산에서 국제 AI 영화제가 열리는 건 좋은 기회입니다. ‘필름 메이킹’ 영화는 프랑스 칸이 최고였지만 AI 영화는 대한민국 부산이 최고가 될 수 있어요. 도구를 잘 쓰는 게 창의력입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창의력과 상상력이에요.”
온디바이스 AI, 휴머노이드 로봇, AI 휴먼
올해 초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는 스마트폰에 AI를 탑재해 실시간 통역이 가능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기존 클라우드 기반 AI에서 벗어나 기기 자체에 AI를 탑재하는 것을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라고 한다.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 노트북 컴퓨터, 전기차 등에 속속 적용되고 있다.“자율주행 전기차는 이미 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로봇이죠. 이제 SF영화에서처럼 자동차가 말을 걸죠. ‘용덕 씨 안녕, 오늘 스케줄 보니까 저녁 약속이 있던데 그곳을 갈까?’ 온디바이스 AI 제품이 늘어나면 AI 스마트홈이 됩니다. 향후 전 세계 가전회사들이 AI 홈 관제센터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할 겁니다. 다음은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회사에서 로봇 동료와 일하는 날이 곧 옵니다.”
지난 3월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가 오픈AI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1’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사람이 먹을 것을 달라고 하니 여러 가지 사물 중 사과를 집어서 건네준다. 말귀를 알아듣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추론하고 판단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로봇이다. 아마존·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오픈AI가 피규어AI에 투자했고, 자동차 회사인 BMW는 미국 공장에 이 로봇을 투입해 테스트를 한다고 발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선두 주자는 테슬라죠.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옵티머스’ 2세대를 발표하면서 3년 안(2026)에 2000만 원대 AI 로봇을 판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피규어 01’이 등장하니까 테슬라도 시일을 앞당겨 올해 안에 옵티머스를 공장에 투입하고 내년 말 옵티머스 로봇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합니다. 피규어AI 연합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죠. 젠슨 황이 최근 연설 때마다 로봇을 무대에 올리는 이유가 뭘까요. ‘AI 로봇의 원천 기술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 우리도 로봇 회사다’라고 선언하는 것이죠. 테슬라, 오픈AI,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은 기술의 발전 방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선전포고를 하는 겁니다. 자금과 실력과 실행력을 동원해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거죠.”
이들이 AI 로봇 개발에 필사적인 이유는 임바디먼트(embodiment·형상화, 체화)라고 하는 몸을 가진 AI, 행동하는 AI의 구현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AI 로봇이 아이를 돌보고,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를 읽어주고, ‘곰 세 마리’ 노래를 불러주고, 퍼즐 게임을 하고,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하면 먹을 것을 챙겨주고, 실시간으로 아이의 상태를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먼저 AI 로봇에 필요한 정보를 넣어주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필요한 경험이나 작업 환경을 데이터로 만들어서 AI에 넘겨주는 것을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라고 한다. 이미 전 세계에서 합성 빅데이터를 개발하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경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30년까지 사지마비 환자 2만2000명에게 칩을 이식해서 그들에게 일상을 회복해주겠다고 선언합니다. 뉴럴링크가 만드는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인데 이것이 바로 ‘AI 휴먼’입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2000년부터 5년, 10년, 20년 단위로 숏텀 미드텀 롱텀 플랜을 세우고 움직여 왔습니다. 제가 기업 대표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대표님 곁에 CTSO(Chief Technology Strategy Officer·최고기술전략책임자)를 두세요. 장기적으로 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이 뭔지, 그 기술을 개발하려면 어떻게 팀을 꾸려야 하는지, 어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인수할 것인지를 조언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젠슨 황 옆에는 이처럼 ‘미래 기술을 보는’ 사이언티스트가 16명이나 있습니다. 미래는 주어진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