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아’가 각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물을 검토해 선정한 이달의 보고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1월6일 발표한 ‘2010년 해외 10대 트렌드’다. 새해 세계경제 트렌드의 키워드로 ‘전환’을 꼽은 이 보고서는 국제질서와 경제상황, 산업적 측면에서 모두 새로운 체제에 대한 모색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편집자>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10년은 지금까지 지속돼온 트렌드가 심화·가속되는 흐름과 새로운 트렌드로 전환 또는 변화하는 흐름이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지난 10년을 마감하는 동시에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시기로서의 1년인 셈이다.
1 G7에서 G20체제로 국제질서 전환
과거의 국제질서는 미국이 정책의제를 설정하면 G7 등 서방선진국들이 이를 사전에 조율한 후 국제기구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미국은 경제력·군사력의 확고한 우위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국제사회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행사해왔다. 한때 일본이 대미(對美) 최대 채권국가로 부상함에 따라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미국은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로 이를 극복했다. 신흥국의 경제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의 의사결정 또한 미국과 유럽이 주도했고, 금융안정포럼(FSF),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등 국제 모범준칙 제정기구도 미국, 영국 등 서방 선진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해왔다.
하지만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질서에 관한 최고위급 논의기구로서 G20의 역할이 부각됐다. 주지하다시피 G20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선진국과 신흥국 재무장관들이 세계금융시장의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999년 결성한 회의다. 본래 G20회의는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장관급 회의체였지만, 미국은 이를 정상급으로 격상시켰다. G20회의의 격상에는 신흥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위기극복과 새로운 질서 형성에 신흥국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G20 정상회의는 그간 세 차례 논의를 통해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 및 출구전략 공조화 등 위기극복을 위한 최고위 협의체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특히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회의는 향후 세계경제 불균형의 조정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IMF에 지시한 바 있다. 이는 G7이 행사하던 글로벌 리더십의 일부분이 이미 G20으로 이관됐음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 2010년 11월 제5차 G20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균형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델 수립이 논의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G20을 통한 국제현안의 합의수준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불균형 해소방안에 관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이견이 있고, 금융규제에 관해서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 사이에, 금융시스템 안정방안을 놓고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대립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G7과 달리 G20에는 경제체제와 정치체제가 다른 국가들이 함께 모여 있다. 시장자본주의와 국가자본주의,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들 사이의 논의는 일정부분 한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정치적 결합으로 EU의 위상 강화
2009년 12월1일 리스본조약이 발효됨에 따라 EU는 한층 더 통합이 심화된 정치공동체로 탈바꿈할 계기를 마련했다. 리스본조약을 통해 EU 회원국들은 국가주권의 상당 부분을 EU에 이양하는 등 체제를 개편했고 경제통합에 이어 정치통합을 강화하고 있다. 리스본조약은 EU 주요기관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사회 의장직과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직을 신설하는 등 국제외교무대에서 EU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과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회원국 간 불협화음이 드러나는 사례가 빈번했으나, 유럽중앙은행과 유로그룹(Eurogroup)의 영향력 확대 등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EU의 감독·관리 권한이 강화됐다. 이는 눈앞의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했던 EU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2010년 EU의 통합은 심화(Deepening)와 확대(Enlargement)라는 두 축이 맞물려 돌아가며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강대국 위주로 운영되던 체제에서 EU 자체가 중심이 되는 체제로 전환되면서(통합의 심화), 유로 지역 확대나 신규회원국 가입을 통한 양적인 팽창도 시도될(통합의 확대) 전망이다. EU는 리스본체제의 정착을 위해 당분간은 ‘통합 심화’에 주력하고 이후 유로 지역 확대, 신규회원국 가입 순으로 ‘통합 확대’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EU는 ‘G3체제(미국-중국-EU)’라는 새로운 세력균형을 이루기 위해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전망이다. EU의 정치적 통합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법·제도가 완비되지 못했고, 업무수행에 필요한 리더십도 아직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고 보면, 당장 G3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경제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불안요인이 아직 상존하고 있는 만큼 EU는 당분간 내부통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금융부문의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재정적자가 확대되어 정부의 대응여력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회복되는 회원국과 그렇지 못한 회원국 간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3 경제정상화를 위한 출구전략의 모색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하면서 각국의 정책적 관심은 위기대응책이 낳은 부정적인 유산을 처리하고 그 부작용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점차 이행될 것이다. 금융부문에서는 일부 기한이 만료된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종료하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출구전략을 실시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9년 10월과 12월에 두 건의 유동성 프로그램을 종료한 데 이어 2010년 2월에도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들을 예정대로 종료할 방침이다.
재정부문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재정을 건전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세계 각국에서 시작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2012년까지 재정적자폭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EU 회원국들 역시 재정준칙 준수를 위한 세수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출구전략이 완료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2010년 상반기 동안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금리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겠지만, 실제 금리인상은 하반기 이후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물가수준이 높지 않지만 경기회복이 지속되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유동성 흡수, 금리인상 등 금융부문의 출구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FRB는 2009년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초저금리(제로금리)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그간 공급한 유동성 규모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이를 전량 회수하는 데는 적어도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FRB가 다양한 유동성 회수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공급수단으로 매입한 장기채권을 모두 매각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2010년까지는 대부분의 국가가 2009년의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출구전략은 2011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은 10년의 중장기 계획을 통해 재정건전화를 추진하고, 상대적으로 재정적자 문제에 민감한 EU도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계획을 갖고 있다.
4 달러 약세 지속과 환율갈등
2010년 동안 달러는 전반적으로 약세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시장에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와 초저금리 지속, 기축통화 대체논의 본격화, 지역통화 도입 움직임 등 달러화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우세하다. 이러한 상황은 1970년 이후 진행된 세 차례의 달러 약세기와 유사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만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나 제2의 두바이월드 사태,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 등이 부상할 경우 달러가 일시 강세로 반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달러 약세로 인해 일부 지역과 원자재 시장에서 거품이 형성되고 있고, 이 거품이 부분적으로 조정되는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적으로는 비(非)달러 통화지역에, 상품별로는 금, 원자재 시장에 국제자본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국제자본이 비달러 통화지역 중 중국과 유럽 등으로 유입됨에 따라 이들 국가는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세계의 주요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선진국의 경기회복과 금리인상 등으로 신흥시장에 몰린 국제자본이 이탈하게 되면, 신흥국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우려도 높다. 과거에도 캐리트레이드 형태로 신흥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단기간에 청산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나 금융혼란이 발생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2010년에는 달러 약세로 미국의 수입수요가 둔화되면서 금융위기 이전까지 지속됐던 미국의 소비 붐과 그에 따른 성장 견인력이 약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신흥국과 자원수출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강화되고 선진국 등 국제사회에서 이들 국가에 환율 조정을 강하게 요구함에 따라 발생되는 국가 간 환율 조정의 차이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환율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도 높다.
5 신흥국이 세계경제 회복을 견인
2010년 세계경제는 선진국이 1.5%의 저성장을 보이며 부진한 가운데, 신흥국은 5.3%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며 세계경제를 주도할 전망이다. 위기 이전과 비교해볼 때 2007년 성장률 대비 2010년의 성장률은 신흥국이 64% 수준인 반면 선진국은 56% 수준이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신흥국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빨라져 전세계 GDP 대비 신흥국의 비중이 상승했다. 참고로 세계 GDP 대비 신흥국의 비중은 2001년 37.7%에서 2004년 40.4%로 높아졌으며 2007년 43.7%, 2010년 47.4%다.
신흥국 중에서도 특히 브릭스(BRICs)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한 ‘BICs(브라질, 인도, 중국)’가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중국은 2010년 9.8%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GDP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내수부문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인도 역시 2010년 8.1%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 브라질 또한 자원가격 상승으로 2009년 0.3%에서 2010년 4.4%로 빠른 회복세를 실현할 전망이다.
중국, 인도 등 주요 신흥국은 인프라투자 확대, 소비 진작 등 수출보다는 내수 확대 정책 위주로 고성장을 지속하려 할 것이다.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신흥국 중저소득층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확대 또한 신흥국 내수시장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중저소득층 시장에 대한 기업의 투자 확대는 고용창출, 소득향상, 시장 확대, 투자 확대로 이어져 선순환 메커니즘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다국적기업뿐 아니라 신흥국 기업도 경쟁적으로 신흥국 중저소득층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6 국지적 금융불안의 지속
미국 모기지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발생한 재정건전성 악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금융지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미국의 주택모기지 부실이 지속되고 있고 상업용부동산발(發) 금융부실 확대 가능성도 있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지원과 FRB의 주택저당증권 매입이 종료되는 2010년 2/4분기 이후에는 주택시장 불안이 증가할 우려가 높다.
신흥국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의 위축,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정책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확대 등은 국가 신용위험(소버린 리스크)로 인한 국지적 금융불안을 야기했다. 2009년 11월 두바이의 채무상환유예 요청,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일시적으로 고조된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이 상당히 이루어졌고 경기도 회복되고 있어 2차 금융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펀더멘털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의 신용위험 상승은 신흥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기피 현상을 야기할 우려가 높다. 두바이 사태 당시 두바이나 중동국가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여타 신흥국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동반 상승한 바 있다. 이러한 일부 국가의 신용악화는 부실자산문제가 심각하고 신흥국에 대한 대출이 많은 유럽 등 선진국 금융기관의 손실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
7 글로벌 M·A를 통한 신흥국 기업의 부상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이 선진국 기업에 비해 작았던 신흥국 기업이 속속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포춘(Fortune) 글로벌500’에 속한 신흥국 글로벌 기업은 2003년 23개에서 2008년에는 56개, 2009년 69개로 세 배나 증가했다. 특히 신흥국 기업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탄탄한 내수기반과 불황에 강한 중·저가품 시장에서 힘을 축적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8년 전세계 해외(cross-border)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8.5% 급감했지만, 중국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오히려 64% 증가했다. 신흥국 기업이 글로벌 M·A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 기업은 선진기업을 M·A함으로써 첨단기술과 글로벌 브랜드를 일거에 획득하고 있다.
2008년 3월 인도 타타자동차가 미국의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함으로써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일거에 획득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는 축적된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삼아 자국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선진기술 습득 통로로 해외기업에 대한 M·A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신흥국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진시장의 동종업체(경쟁기업)를 M·A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 한 예로 멕시코의 시멘트업체인 CEMEX는 2005년 유럽 시장점유율 3위인 영국의 RMC를 58억달러에 인수하고 2007년 호주의 링커사를 142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해외 M·A를 통해 세계 메이저 업체로 급성장한 바 있다.
8 에너지, 희소광물 등 자원확보 경쟁의 심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물량 증가에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원자재 확보를 둘러싼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원자재 수요증가와 달러 약세 및 글로벌 과잉유동성에 의한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있고, 경제위기로 자원개발 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공급이 단기적으로 불안해질 가능성마저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종전 구미 선진국이 주도하던 자원 확보 경쟁에 중국과 일본이 가세하면서 자원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자원개발에 투자되는 자금의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한 예로 2000년 이후 구리 등 비철금속의 탐사비용은 연평균 18.6% 상승했다. 자원 확보를 위해 민관협력으로 투자를 확대하는가 하면 자원기업과 다른 분야 기업 사이의 전략적 제휴도 강화되고 있다. 자원개발은 투자기간이 길기 때문에 금융, 플랜트산업, 자원개발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글로벌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이 SK에너지, 포스코, STX 등 민간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자원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편 희소금속에 대한 확보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금속의 과다채굴을 막기 위해 생산과 수출을 제한하면서 촉발된 공급불안이 주원인이다. 특히 2차전지(리튬), LCD(인듐), 하이브리드차의 모터(니오브) 등 주요 신성장산업에 쓰이는 희소금속에 대한 주요국 사이의 확보 경쟁은 확산일로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리튬은 아직까지 경제성이 입증되지 못하였음에도 한국, 일본, 프랑스가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안정조달대책을 수립하면서 희소금속 확보를 둘러싼 한·중·일 3국간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09년 9월 ‘신경제성장 전략지원과 개정 정책’에 희소금속 확보 전략을 포함시킨 바 있다. 한국 정부도 2009년 11월 ‘희소금속 소재산업육성 종합대책’을 발표해 고갈 우려가 높고 확보율이 낮은 크롬, 텅스텐, 망간, 몰리브덴 등 4종에 대해 생산광구의 지분을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9 국가 간 그린 테크놀로지 경쟁의 본격화
2009년 경기침체로 역(逆)성장을 경험한 녹색산업은 2010년부터 경기회복과 각국 정부의 정책지원에 힘입어 꾸준히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2004∼08년 동안 4배 이상 급성장했던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경기침체와 주요국의 지원 축소로 2009년 40% 가까이 급감했지만,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야심 찬 중장기 보급목표를 채택하면서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신흥시장의 석유수요 증가, 원유 채굴비용 상승, 달러 약세 등으로 인한 고유가 장기화 전망도 재생에너지 투자의 활성화를 촉발했다.
전세계 청정에너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2002년 6억달러에서 2008년 135억달러로 연평균 68%씩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시장을 선점한 유럽, 일본은 물론 후발주자인 미국, 중국, 인도 등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도 비곡물 바이오에탄올과 비실리콘 태양전지 등 차세대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집중해 미래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편 자동차 산업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에 대응해 2010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한 그린카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GM은 2010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볼트’를 출시할 계획이며,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선점한 도요타와 혼다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개시할 계획이다. 중국의 BYD오토도 순수전기차를 개발해 2010년 미국에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10 남아공월드컵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 고조
대표적인 저개발지역으로 인식되던 아프리카가 최근 정치적 안정과 함께 지속적인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나미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세네갈의 정치안정도는 이미 라틴아메리카 국가 평균을 넘어섰고, 2003년 이래 아프리카 경제는 5%대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평균(3.4%)을 1.6%p 상회한 수치다.
여기에 2010년 월드컵 유치로 남아공은 인종분쟁 국가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는 국가로 위상이 높아졌다. 1996년 이래 정치안정도와 규제의 질, 국가신용등급 등에서 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남아공은 2008년 이후 평균 3.5%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또한 남아공 시장은 1994년 이후 흑인을 위한 재분배정책으로 인해 흑인 중산층(이른바 ‘블랙 다이아몬드’)의 구매력이 상승해 글로벌 기업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및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주요 선진국들의 아프리카 선점 경쟁 또한 가속화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2008년 기준 세계 총 석유매장량의 10%, 생산량의 12.4%를 보유하고 있으며 남아공은 백금, 다이아몬드, 금, 우라늄 등 비(非)석유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최근 세계 각국은 이처럼 풍부한 부존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자원외교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현재 미국의 최대 석유 공급원은 나이지리아이며, 중국은 수입원유의 30%를 아프리카에서 조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