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투자한 인천대교의 위용.
맥쿼리의 사업은 M·A, 자기자본시장(equity capital markets), 인프라스트럭처 파이낸싱, 구조화 금융상품, 인프라펀드 운용, 부동산 관련 부채 및 자본 관리, IT장비 및 기술자산 전문 리스, 헤지거래, 주식파생상품 개발, 기업뱅킹, 외환관련 상품 및 거래 등의 은행 업무까지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걸쳐 있다.
특히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Macquarie Korea Infrastructure Fund)는 한국 최초의 인프라 상장 펀드로서 국내 인프라 시장 발전을 이끌고 있다. 그 내용은 도로, 교각, 터널, 지하철, 포트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다. 또한 맥쿼리의 혁신적인 기업금융팀은 차별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요 거래들을 성사시켜왔으며 매년 파이낸셜 자문 리그테이블의 상위 랭킹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맥쿼리증권은 2007년 3월 외국계 현지법인으로는 최초로 장외파생금융상품 겸영인가를 얻어 주식워런트증권 (ELW·미래에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주식 연계 증권)을 발행하고, 유동성 공급(liquidity provision) 등 다양한 주식파생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맥쿼리가 국내에서 이처럼 빠른 성장을 기록한 배경은 국제적인 사고와 현지화 전략, 선진화된 전문성과 실력 있는 현지인력 채용 등이다. 10월4일 서울 소공동 맥쿼리 사무실에서 만난 워커 회장에게서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공 요소 가운데 첫째가 현지화 전략이었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는 파트너십을 중시했고, 신한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이나 기관 투자자들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었다.
두 번째 성공요소는 한국시장에서 장기적 약속을 갖고 자기 충족적인 기관이 되도록 준비했다는 것이다. 해외 사무소에서 잠시 일하다가 다시 돌아가는 주재원들에게 의존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맥쿼리가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중요한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직원의 90%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을 보면 알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의 성공 요인은 한국 정부와 기관의 특성을 잘 받아들인 데 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 한국은 세계화에 발맞춰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한 시점이 적절했다.”
▼ 그때가 적절한 시점이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나?
“1990년대 말에 신한은행과 일시적 업무 관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 외엔 특별한 정보나 전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 오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현재 맥쿼리 본사의 글로벌 담당 이사인 니콜러스 무어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우리 회사의 세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 기자회견에서 나는 니콜러스 이사를 만나서 해외 근무를 해보겠노라고 말했는데, 그가 한국 근무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2000년 초 한국에 왔고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어떤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직감했고, 시장도 새로운 금융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틈새시장 공략
맥쿼리가 틈새시장을 공략한 점도 주효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었다. 다른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 등에만 힘을 쏟으며 관심 두지 않을 때 맥쿼리는 인프라 펀드에 역량을 집중했다. 인천대교와 용인~서울 고속도로, 서울지하철 9호선 등이 차례로 투자 대상에 들어갔다.
▼ 한국에서 이처럼 큰 성공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나?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자문은 매우 좋은 기회임을 알았다. 왜냐하면 맥쿼리가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선 세계적으로 가장 큰 금융 회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부문에선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다. 그래서 성공적인 인프라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놀랍게도 우리는 목표를 단 2년 만에 이뤘다. 그 뒤 맥쿼리의 다른 서비스 분야도 한국에서 가능성을 보았고, 그 분야 서비스 사업으로 확대됐다. 물론 나는 우리 비즈니스가 이처럼 급격하게 성장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 맥쿼리그룹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존 워커(왼쪽에서 두 번째) 회장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맥쿼리는 세계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성공 요소임을 알았다. 중앙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때의 계획 검토를 포함해 리스크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감독하고 있다. 또한 맥쿼리는 증권, 파생상품, 부동산, 투자 금융, 자문 및 펀드 운용 등 다각화된 사업 분야에서 골고루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맥쿼리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직원 모두가 스스로 리스크 관리자라고 믿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맥쿼리는 모든 직원이 리스크 관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현지 감독 규정과 법규를 철저히 이해하고 따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맥쿼리는 비즈니스 중심의 운영체계를 통해 각 사업부가 가치 창출을 위한 결정을 독립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무엇이 가장 극복하기 힘든 일이었나.
“가장 큰 장벽은 무엇보다 한국 문화, 특히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이해였다. 비즈니스 카드와 비즈니스 타이틀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도 사실 몰랐다. 그러나 한국의 현지 파트너들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곧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장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장벽도 우리의 성공을 가로막진 못했다고 본다. 모든 나라에서 사람들은 비우호적인 규제나 경쟁자 같은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이다.”
▼ 맥쿼리가 여전히 인천공항을 인수하려 한다는 루머가 있다. 사실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몇 년 전 정치권에서 이 루머가 제기됐는데, 우리는 정말 관심이 없었다. 지금 맥쿼리는 전 세계적으로 공항을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공항을 운영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한국 금융업 더 커져야
▼ 한국 금융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금융업은 올해 기록적인 이익을 남길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사실 이건 현재의 어려운 금융시장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 금융업의 문제점은 한국의 은행 섹터가 해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과 주식 및 자산 운용 부문의 금융 섹터가 더 커져야 한다고 본다. 한 나라가 성장하려면 금융 섹터의 크기와 성격이 매우 중요하다. 삼성이나 LG, SK 같은 큰 기업은 급격하게 글로벌화의 길을 걷고 있는데 그들의 성장을 뒷받침해줄 만큼 큰 은행이 한국에는 없어서 외국계 은행이나 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 큰 은행은 또 일반 대중에게도 혜택을 주는데, 그 이유는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제조업 국가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국가 경제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세계의 경제 사이클에 노출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 경제가 서비스 중심의 경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한 국가가 가장 갖추기 좋은 서비스 산업이 자산 운용이나 은행, 주식 같은 금융 서비스다. 규모나 국제적 범위 등을 제외하면 한국의 은행 섹터는 매우 강하고 건강한 편이다.”
▼ 기업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어떻게 독려하는가?
“맥쿼리의 하의상달식 ‘바텀 업(bottom up)’ 문화가 직원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아이디어를 갖게 한다. 맥쿼리는 유연한 수평적 조직구조를 갖고 있다. 경영진으로서 이런 비전과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 기회로 발전시키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당신이 하는 일이 뭔가’라고 물으면 나는 ‘직원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필요한 돈을 제공해서 그들의 꿈이 회사의 비즈니스 목표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계 안에서의 자유’라는 맥쿼리의 경영 철학은 우리 비즈니스의 근본이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곧 기업가가 되라고 요구하고 그 대신 그들에게 엄격한 통제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존 워커(가운데) 회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을 중시한다.
“한국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덜 생각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에게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지만 한국인의 전통적인 문화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사실 투자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전 세계가 늘 깨어 있다. 한국에 밤이 오면 뉴욕엔 아침이 온다. 그러나 행복한 가족은 직원들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휴가를 쓰도록 권한다.”
▼ 앞으로 맥쿼리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에서나 국제적으로나 맥쿼리의 비즈니스 전망은 상당히 밝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상품과 기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또한 규제 당국이나 투자자, 고객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오늘날의 시장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망이 밝다.”
‘빨리빨리’ 문화 사랑하는 워커 회장
▼ 맥쿼리가 하고 있는 사회책임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
“맥쿼리는 기반을 두고 있는 사회의 개선을 위해 기업이 노력해야 한다고 믿으며, 커뮤니티에 대한 노력을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도록 많은 활동을 해오고 있다. 맥쿼리의 사회공헌 단체인 맥쿼리 그룹 파운데이션(Macquarie Group Foundation)은 세계 여러 자선 단체를 후원해오고 있다. 맥쿼리는 또 직원들이 커뮤니티 봉사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매년 6월 둘째 금요일에 맥쿼리는 ‘맥쿼리 한국 커뮤니티의 날’을 정해서 지역 커뮤니티 단체나 자선 단체에서 봉사활동하는 것을 후원했다. 맥쿼리는 2006년 KAIST 경영대학원에 200만달러를 기부했고, 태권도를 배우려는 가난한 아이들을 후원하는 등 세계태권도협회의 글로벌 파트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동화책을 써서 그 수익금을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 맥쿼리 커뮤니티의 날에 임직원들은 세이브더칠드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밥퍼나눔운동본부, 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 서울시립영보자애원 등 5개 비영리 단체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맥쿼리그룹파운데이션의 ‘매칭 기부(Matching Donation)’를 통해 총 6000만원의 기금을 5개 단체에 나눠 기부했다. 매칭 기부란 직원이 10만원어치 기부를 하면 회사가 10만원을 같이 기부하는 방식이다.
워커 회장은 호주 연방정부 차관과 뉴사우스웨일스주 교통국 이사관 등을 거친 공직자 출신이다. 이후 뱅커스 트러스트(Bankers Trust) 부회장을 지냈다. 2003년 한국맥쿼리그룹 회장을 맡았고, 2008년부터 한국맥쿼리증권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한국 요리를 사랑하는 친한파 호주인이다.
▼ 한국 생활은 만족하는가?
“한국은 생활하기 매우 편한 나라다. 아시아의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대중교통도 잘 갖춰져 있고, 공기도 맑은 편이다. 서비스의 질도 매우 좋다. 나는 출장을 자주 다니는데 한국에 올 때마다 편안한 집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