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호

난세에 영웅 난다더니…국힘에서는 소인배만 났다

[보수혁명선언⑩ | 보수 참칭하는 정치인들에 告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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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5-07-3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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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지지율이 2020년 9월 당명 개정 이후 처음 10%대로 하락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도 여당에 밀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갈등과 당 혁신을 둘러싼 내홍, 리더들의 각자도생 등으로 당 존립도 위협받는다. 국민의힘은 이대로 침몰하는가. ‘신동아’는 오랫동안 보수당원으로 활동한 당원 11명에게 한국 보수정당의 근본적 문제점과 개혁 방향을 물었다. 1923년 1월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의열단(義烈團)의 독립운동 이념과 방략을 천명한 ‘조선혁명선언’처럼, 11명의 ‘보수혁명선언’은 한국 보수에 대한 확신과 목표를 불어넣는 최후의 방략 같다. <편집자 주> 

    국민의힘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 이유를 찾는다고 굳이 지난해 비상계엄이나 잘못된 총선 공천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6·3조기대선 과정만 봐도 답은 나온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역량이 부족한 리더는 뒤로 물러나고 진짜 능력자 중심으로 똘똘 뭉쳐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고, 위기에 따른 절실함으로 평소 발휘되지 않던 잠재능력까지 끌어내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도 그랬다. 위기의 시대에는 ‘변혁적(transformational) 리더십’이 나오기 마련이다. 

    전직 대통령의 ‘헛발질’로 이번 대선은 당이 붕괴 직전에 치르지 않았나.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을 하겠다는 리더는 변혁적 리더십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당원과 지지자들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4월 21일 권영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대선 경선 후보자들의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DB

    4월 21일 권영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대선 경선 후보자들의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DB

    대선 경선 주자들은 각자도생하고, 지도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당은 무책임과 회피의 경쟁장이지 않았나. 당원으로서 깊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낀다.



    ‘홍카콜라’라며 누구보다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자주하고, 결단과 판단이 빨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말 그대로 결단과 판단이 빨랐다. 경선에서 탈락하자마자 토라진 아이처럼 탈당과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곧장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영화 ‘친구’에서 나온 명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한 적도 없는데 훌쩍 떠나더니 수십 년 그를 키워준 정당을 향해 “두 번 탄핵당한 당”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집단”이라는 자극적 언사로 힐난했다. 당대표와 광역단체장을 두 번 시켜준 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어도 유분수였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어땠나. 역시 출마 선언 8일 만에 사퇴하고, 당 선대위 요청에도 끝내 응하지 않았다. 모든 조건은 “당에 일임한다”더니 실제로는 조건을 내세우고 실질적 소통도 없었다. 반세기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공직자로서는 무책임하고 모호했다. 그는 위기 속에서 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당원소환제 도입해 책임 정치 구현해야

    비교적 젊은 한동훈 전 대표는 어땠나. 개혁적 이미지로 새로운 보수의 가능성을 일깨워 준 그는 본선 후보가 되지 못하자 공개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당의 승리를 위해 돕겠다”는 원론적 언급은 있었지만, 김문수 후보의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 변화 없이는 선대위 참여가 어렵다는 ‘조건부 정치’를 했다.  

    이른바 국힘의 리더라는 인사들의 처신에는 신뢰감도, 책임감도, 비전도 없었다. 당황스럽고 가슴 아픈 당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난세에 난다는 영웅은 안 보이고 소인배만 난 꼴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현상은 정치의 세대교체는 이루어졌지만 리더십의 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당을 이끈 이념과 조직 기반이 사라지더니 그 빈자리를 감정적 지지와 잠시 반짝이는 인물이 채워지면서 당을 ‘선거 이벤트 기획사’로 전락시킨 게 아닐까. 

    정책보다 메시지, 숙의보다 분열, 책임보다 인기에 의존한 구조 속에서 당내 영향력은 충성 집단의 결속력에 의해 결정되고, 교육자와 중재자는 사라졌다. 

    정치는 곧 책임이 아닐까. 특히 보수 정치란 책임의 무게를 견디는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갈등 앞에서 중재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 없이는 보수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당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경선에 나섰던 리더들이다. 그들이 침묵하고 물러선다면, 그 공백은 곧 당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의 보수는 민주주의 제도와 정당정치를 존중하기보다는 즉흥적 결단과 여론의 풍향계에만 반응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은 더는 보수가 무엇을 대표하는 정당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를 당원들이 파직할 수 있도록 당원소환제라도 도입하고, 언행을 책임지는 리더만 살아남도록 여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당원에게 정당을 돌려줄 때, 비로소 책임 정치가 살아난다. 리더가 당원을 두려워할 때, 정치는 제자리를 찾는다.

    - 50대 초반, 부산 거주, 당원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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