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호

“韓 화합물반도체 기술개발, 지금이 두 번째 기회 잡을 전환점”

[인터뷰] 서광석 화합물반도체기술협의회(CST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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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입력2025-10-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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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화합물반도체 기업 성장하는 동안 韓 쇠퇴

    • 정부 지원 이어진 대만 화합물반도체, 업계 선두로

    • 韓 정부 나서서 우선 육성할 분야 지원해야

    • 산·학·연·관 통합 연구 체계, 인프라, 인력 양성 시급

    화합물반도체 기술협의회(이하 CSTA)는 화합물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올해 5월 20일 공식 출범했다. 산·학·연뿐 아니라 유관 기관 인사들이 모여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기업 지원, 인력 양성, 글로벌 협력 등 화합물반도체 연구 분야에 전주기 협력을 추진한다. 화합물반도체는 고전압, 고열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로 우주·항공, 국방,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략 자산으로 분류된다. CSTA는 국내에서 부족한 인력과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기업과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서광석 화합물반도체 기술협의회(CSTA) 초대 회장. 박해윤 기자

    서광석 화합물반도체 기술협의회(CSTA) 초대 회장. 박해윤 기자

    화합물반도체 강국 도약의 밑거름 될 CSTA

    초대 회장을 맡은 인물은 서광석 전 한국나노기술원 원장이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과 중앙교육연구전산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시스템반도체 기술개발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21년 한국나노기술원 제7대 원장으로 취임해 나노기술 연구개발 지원과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산업화 지원에 기여했다. 서 회장을 만나 우리나라 화합물반도체 산업과 기술 발달 과정과 앞으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의견을 들었다. 

    CSTA 초대 회장직을 맡았는데.

    “화합물반도체 기술은 산업경쟁력 강화, 기술 주권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기술인데, 우리나라는 현재 기술경쟁력 부족과 관련 산업의 영세성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CSTA는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기술 확보와 산학연 연구 생태계 발전을 이루기 위해 구성됐다. 나는 대학에서 30여 년간 연구하며 제자들을 가르쳤고, 3년간 한국나노기술원 원장을 맡아 화합물반도체 분야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고 기대만큼 어떤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근본 목표인 국내 화합물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짧은 기간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회장직을 맡게 됐다. 앞으로 산·학·연·관의 의견을 모아 ①핵심 연구 및 발전 전략 기획 ②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활성화를 통한 산학연 경쟁력 제고 ③협력 연구 및 연구 워크숍 활성화 등을 통한 인력 양성 등을 시도할 예정이다. 또한 젊은 학자, 벤처기업의 젊은 CEO 등 미래세대 중심으로 협의회가 구성돼 발전 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 협의회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회장은 의견을 취합하고 필요한 경우 정부와 협의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화합물반도체 기술개발 역사를 돌아보면, 1980~2000년대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고 들었다. 당시 기술 경쟁력이 어느 정도였나.



    “1960~70년대 연구하신 교수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에는 전기로가 없어서 청계천에서 전기로를 직접 만들어 고온 열처리를 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한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세워지면서 화합물반도체 연구가 본격화됐고, 1970년대부터 레이저 다이오드, LED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화합물반도체 에피성장(결정 기판 위에 재료를 특정 방향으로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갖도록 성장시키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과 양자 구조에 대한 기초 연구를 토대로 1980~90년대에는 이동통신과 광통신용 화합물반도체의 초고속 전자소자 및 광소자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됐다. 1990~2000년대에는 대학과 출연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여러 산업체가 RF(Radio Frequency) 소자(라디오 주파수 대역의 고주파 신호를 송수신하고 처리하는 부품이나 장치), RF 패키징, MMIC(마이크로파 주파수 대역(300MHz~300GHz)에서 작동하는 초소형 집적회로(IC)) 및 모듈, MMIC 파운드리, 초고속 광통신 소자 등 다양한 제품들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구현했다. 화합물반도체 산업화에서 가장 성공한 분야는 청색 및 백색 GaN(질화갈륨) LED 제품인데, 2000~2010년대 삼성전자, LG전자, 서울반도체, 중소·중견기업 등이 이를 이끌었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사이 중국의 저가 정책으로 국내 LED 산업은 경쟁력을 잃었고, 산·학·연 기술협력도 대폭 축소됐다. 또한 연구 지원 프로그램도 단절되면서 발전이 지속되지 못했다.”

    5월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화합물반도체기술협의회(CSTA)’ 발족식에 참가한 60여 전문가 및 기업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5월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화합물반도체기술협의회(CSTA)’ 발족식에 참가한 60여 전문가 및 기업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소버린AI 구축 위해서라도 화합물반도체 복합 광소자 개발해야

    2000년대 들어 화합물반도체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투자가 위축됐다고 들었다. 이런 움직임이 산업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화합물반도체 산업은 다양한 반도체 재료와 응용 시스템에 따라 소량 다품종, 기술 집약적 특성을 갖고 있다. 실리콘반도체와 차별화한 장기간의 기술개발과 산업 육성 전략이 요구된다. 오늘날 쓰이는 광통신용 레이저 광소자 기술, 이동통신용 RF 소자 기술 등은 30여 년간 반도체 재료 성장, 공정 기술, 소자 기술개발 등 장기간 연구 끝에 상용화됐다. 그런 기술 집적 사례가 많다. 2014년 나카무라 슈지 등 3인이 청색 GaN LED 기술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은 1986년 GaN 에피층 성장 기술이 개발됐기에 가능했다. 또 미국 국방성(DoD)은 1987년부터 약 8년간 ‘MIMIC(Microwave and Millimeter Wave Integrated Circuit)’ 프로그램에 약 5억 달러를 투입해 마이크로파 및 밀리미터파 IC 개발을 추진했고, 1995년부터 후속으로 ‘MAFET(Microwave and Analog Front End Technology)’ 프로그램을 약 4년간 1억2000만 달러 수준으로 운용했다. 단기적으로 경제성, 양산성만을 고려한다면 양자컴퓨터, 광컴퓨터, 우주항공산업 등 미래 복합 기술 분야의 기술개발과 산업화는 계속 어려워질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의 화합물반도체 산업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한국과 대만의 어떤 차이가 오늘날 경쟁력 격차로 이어졌다고 보는가. 

    “2000년대 초 한국의 화합물반도체 기업인 ‘나리지온’이 GaAs HBT RF-IC(갈륨비소 기반의 HBT(이종접합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기술을 이용한 고주파 집적회로) 파운드리 사업을 하다가 성공의 문턱에서 접었다. 반면 같은 시기 대만의 ‘윈세미컨덕터’는 화합물반도체 RF 소자와 MMIC 파운드리 기업으로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광소자, 전력소자 사업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이 화합물반도체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대만 정부의 끈기 있는 관심과 지원으로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대만의 실리콘 파운드리 기업 TSMC는 2022년부터 6인치 팹에서 전력용 GaN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PSMC와 VIS가 8인치 팹을 통해 전력용 GaN 파운드리 분야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은 정부가 반도체 설계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해 생태계를 조성한 점에서 우리나라와 결정적 차이를 보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전력반도체, RF, 5G/6G, 전기차, 우주항공, 방산 등에서 화합물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 ‘두 번째 기회’가 될 걸로 보는가.

    “두 번째 기회를 잡을 전환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의 반도체는 화합물반도체 기반의 고효율 전력회로, 초고속 RF 회로, 광학 IC를 결합한 복합 시스템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미국 DARPA(국방고등연구계획국)는 차세대 패키징 등 기술개발 기반을 구축하는 데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엔비디아가 차세대 AI시스템 구축을 위해 개발하는 화합물반도체 기반의 고효율 800V HVDC 전력 시스템도 미국에 기회가 될 걸로 보인다. 영국, 독일,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도 차세대 전력, RF, 광학 등의 기술개발을 위한 국가적 화합물반도체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낙후된 기반 시설, 영세한 기업들, 소극적 태도의 수요 기업 등 어려움이 많다. 이를 바꾸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

    화합물반도체 응용 영역이 전력반도체, 광통신, 레이저, 차세대 통신 등 매우 다양한데,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국내 화합물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시급한 건 수요 확보다. 그런 면에서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RF 반도체를 한국에서 개발해야 할 가장 적합한 분야로 본다.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는 현재 산업자원부 프로그램으로 중점 지원하는 데 반해 GaN 전력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 프로그램은 부족한 상황이다. 5G/6G 응용을 포함한 GaN 전력반도체 IC 파운드리 시장은 2024년에 37억 달러에서 2033년 66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대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또 RF GaN 전력반도체는 K-국방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중요한 분야다. 이외에 GaN LED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 LED 및 레이저 다이오드 분야를 고려할 수 있다. 미국 국방성 및 DARPA 등은 미래 전자시스템을 위해 실리콘 포토닉스와 화합물반도체/실리콘 복합 기반의 광전자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AI 구축을 위해서라도 화합물반도체 복합 광소자 개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현재 국내 생태계가 영세한 현실을 극복하려면 협력과 소통을 기반으로 산·학·연·관의 노력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연구개발 체계를 정립하고, 장기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가 영국과 싱가포르다. 영국은 2020년부터 정부가 웨일스 지역에 화합물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나노팹 구축(Institute for CS), 재료 및 에피 시설 구축(CISM), CS 응용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지원 아래 △화합물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한 로드맵 구축과 거버넌스 확립, △중소·중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공정/에피성장/측정, 인력양성을 위한 개방형 인프라 구축 및 활용,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및 활용을 위한 협력 체제 확립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화합물반도체의 전주기적 생태계 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형 화합물반도체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실제 가능하면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와 같이 취약한 화합물반도체 산업구조하에서는 각 인프라 시설에서 우수 장비와 기술로 공정·에피성장·측정 서비스를 파일럿 양산형으로 낮은 가격과 사용자 친화적으로 서비스한다면 연구개발은 촉진되고, 개발비도 낮출 수 있다. 또한 ‘공유팹’ 개념으로 연구 장비를 일정 기간 인프라 시설에 설치해 운용할 수 있고, 장비를 개방형으로 활용한다면 경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국내 인프라 기관들과 출연 연구기관들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 기관을 만들어 유럽의 IMEC, 대만의 TSRI 같은 대규모 연구 서비스 기관으로 변신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 시급

    차세대 화합물반도체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도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산·학·연 차원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실리콘반도체와 화합물반도체 분야 간 괴리는 대학에서 화합물반도체 인력구조 약화를 초래해 현재 인재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화합물반도체 인재 양성은 교육 프로그램 확충과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2025년부터 한국나노기술원에서 시행 중인 화합물반도체 나노스쿨을 통해 실무 교육을 하는 것이 하나의 예다. 대학과 협력해 인프라 기관과 출연 연구소를 중심으로 화합물반도체 실무교육의 다양화와 고도화를 계속 추구해야 한다.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면 대학에서 화합물반도체 교원도 확충될 것이고, 전문 인력 양성도 본격화할 것이다.”

    향후 10년 안에 한국 화합물반도체 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는가. 또 이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전 세계 화합물반도체 산업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10% 내외를 차지하며, RF 소자와 광소자 분야의 주요 해외 기업들은 연간 수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약 14%, 순이익률은 약 15~20% 수준을 보이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1000억 원 매출의 RF 소자 기업과 3000억 원 매출의 RF 필터 기업이 최대 규모다. 앞으로 기존의 LED 기업 이외 10년 내 연매출 3000억 원 규모의 기업들이 전력 소자, RF 소자, 광소자, RF 필터 소자에서 성장해 발전하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 지속적이고 치밀한 연구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며, 소통과 협력의 산·학·연·관 협력 체계 구축과 인프라 기관의 우수한 서비스, 실무형 우수 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CSTA 회장으로서 앞으로 협의회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을 육성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이를 지원할 체제의 확립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단기적으로는 화합물반도체 발전을 위한 운영체계 구축과 연구기획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는 생태계 조성까지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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