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척추성형술로 수술 없이 치료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

  • 이상준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www.cheilos.com

    입력2014-01-21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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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추성형술로 수술 없이 치료

    정상 척추(왼쪽)와 척추압박골절상을 입은 척추의 MRI 사진.

    경기 가평군에 사는 박모(69) 할머니는 6개월 전 욕실에서 살짝 미끄러진 후 허리통증이 너무 심해 인근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는 요추 3번 골다공증성 압박골절.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으면 낫는다고 해서 한두 달 침대에서 꼼짝 않고 누워 지냈다. 하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져 몸을 일으키기 힘들고 허리가 굽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소화가 되지 않아 늘 소화제를 달고 살았다.

    다시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 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얘기만 듣자 혹시 큰 병인가 싶어 서울의 전문병원을 찾아 MRI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는 척추압박골절로 뼈가 주저앉았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아 척추 뼈가 썩어가는 무혈성 골괴사증이 생겨 가슴 부위 뼈까지 더 주저앉았다는 것. 박 할머니는 척추 뼈가 썩었다는 말에 곧 죽을병이라고 생각했지만, 뼈 성분의 액체를 주사기로 주입해 굳히는 간단한 척추성형술을 받고 회복돼 시술 당일 걸어서 귀가할 수 있었다.

    이유 모를 허리통증

    사람의 뼈는 통상 사춘기에 성인 골량의 90%가 형성되지만, 35세부터는 골량이 서서히 줄어들고 50세 전후론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골량이 줄면 단단하던 뼈가 푸석푸석하게 변해 약간의 충격에도 쉽게 골절을 일으키는 상태가 되는데, 이를 골다공증이라고 한다.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당뇨나 고혈압처럼 심각한 성인병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골다공증이 진행된 노년층의 뼈 조직은 매우 약화돼 낙상뿐 아니라 기침, 재채기 같은 작은 충격에도 척추압박골절 등 심각한 질환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고령자는 주의해야 한다.



    척추압박골절은 갑작스러운 사고나 격한 운동 중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골다공증으로 인해 골밀도가 낮아져 푸석푸석해진 척추 뼈에 미세하게 금이 가거나, 뼈가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주저앉고 찌그러진 깡통처럼 납작한 형태로 변형되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보통 폐경기 이후 중년 여성이나 노화가 시작된 노인층에서 골다공증 발병 후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평소 허리 굽은 노인을 보면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라 여기며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척추압박골절이 발병하면 허리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구부리면 통증이 다소 완화된다. 이 때문에 이런 자세를 유지하다 그대로 척추 뼈가 굳어버리는 것이다. 고령층에서 이유를 알기 힘든 허리통증이 오고 다리엔 증상이 없으면서 허리가 굽는다면 척추압박골절을 의심하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료 시기 놓치면 척추 괴사

    척추압박골절은 서 있을 때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위인 중간 흉추 또는 흉추와 요추의 접합 부위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허리나 등에 심한 통증이 찾아오므로 일상생활이 어렵고, 찌그러진 척추 뼈로 인해 몸이 점점 앞으로 굽어지는 척추전만증이나 옆으로 구부러지는 척추측만증 같은 변형이 올 수 있다. 또한 어깨 등 다른 신체 부위에도 2차 통증이 발생한다.

    문제는 통증에 그치지 않는다. 척추압박골절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무혈성 괴사’라는 생소한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척추압박골절 초기엔 엑스레이, MRI 검사에서 압박골절 진단을 받은 후 1~2주 누워 지내면 저절로 뼈가 아물어 치료된다고 무조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젊은 사람과 달리 뼈의 치유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 환자가 이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척추 뼈로 가는 혈액이 막혀 그 부위가 죽어버리는 척추 무혈성 괴사로 진행되기도 한다.

    척추성형술로 수술 없이 치료


    무혈성 괴사가 생기면 골절된 뼈는 아물지 못하고 속에서 녹아버려 텅 비게 된다. 약해진 부위는 척추 뼈 위아래가 완전히 붙어버릴 때까지 계속 내려앉아 자연스레 허리나 등이 굽는다. 또한 무혈성 괴사로 연속적인 골절이 발생하면 키가 줄고 허리나 등이 굽는데, 구부러진 척추 뼈는 가슴과 배를 압박해 심장, 폐, 복부의 장기 기능까지 떨어뜨려 척추통증뿐 아니라 가슴통증, 소화불량, 잦은 기침 등을 동반하게 한다. 약해진 심폐기능과 소화기능은 전반적인 체력을 약화시켜 노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망률을 높인다.

    외국의 한 조사에선 노인에게 척추골절이 발생하면 5년 생존율이 78%에서 61%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신체적 고통은 치매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까지 부르기 쉽다. 더욱이 통증이 심해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누워만 있으면 심부정맥 혈전증이나 폐렴, 욕창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골다공증도 더 악화된다. 누워만 있을 경우 매월 5%가량의 골 소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다른 부위의 골절 가능성도 더 커진다.

    척추성형술로 수술 없이 치료
    15~20분 만에 치료

    척추압박골절은 치료가 늦어질 경우 생명까지 위협하지만 치료법은 매우 간단하다. 환자 몸 상태나 척추 뼈의 손상 정도, 신경 손상 여부를 판단해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요법 등을 시행한다. 손상 정도가 심해도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한데, 척추성형술(골시멘트 보강술)이 주로 시행된다.

    척추성형술은 주사기와 비슷한 특수 장비로 골절 부위에 액체 상태의 골시멘트를 주입해 굳히는 방법으로 국소마취를 하고 15~20분이면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 직후 통증은 사라지고, 절개하고 꿰매는 수술적 부담도 없어 환자에 따라 시술 당일 2~3시간 안정을 취한 후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골시멘트는 주입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뼈의 강도로 굳어 골절 부위를 고정시킨다. 하지만 치료가 늦어져 허리 근육에 변성이 온 경우엔 통증 완화 효과만 있다. 그러므로 되도록 2차 변화가 오기 전 빨리 치료하는 게 좋다. 또한 추간공협착을 동반한 척추압박골절엔 신경을 풀어주는 미세감압술을 시술해야 할 경우도 있다.

    척추성형술로 수술 없이 치료
    척추압박골절을 예방하려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 금주, 금연 등을 통해 골다공증부터 예방해야 한다. 굽이 적당하고 편한 신발을 신고, 되도록 미끄러운 곳을 피하는 등 낙상에 의한 골절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이유 없이 허리통증이 생기는 등 척추압박골절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경험 많은 전문의를 찾아 정밀진단과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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