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누는 여자> 1631년, 종이에 에칭화, 파리 국립도서관 소장
여자가 요의를 느낄 때 가장 난처한 곳이 허허벌판이다. 허허벌판에서 요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허연 엉덩이를 만천하에 공개해야 하는 수모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요의를 해결한 후 당당하게 걸어 나오자니 쑥스럽고 그렇다고 몸을 숨기면서 조용히 걸어 나올 만한 길도 없다. 그저 동행한 사람의 얼굴을 피하는 것말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오줌 누는 여자> 1965년, 캔버스에 유채, 파리 퐁피두센터 현대미술관 소장
들어 올린 옷자락 아래로 보이는 긴 오줌 줄기는 젊은 여인임을 암시하며, 맨발은 하류층 여자임을 드러낸다. 에칭 바늘을 섬세하게 사용해 명암을 탁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렘브란트 반 라인의 이 작품은 여인이 오줌을 누는 절정의 순간을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작품 하단에 있는 서명이다. 렘브란트의 서명은 그의 야망을 보여주는데, 성과 태어난 곳의 머리글자를 사용했다. 암스테르담 이주 초기에 주로 사용한 서명이다. 이후 암스테르담에서 성공한 그는 작품에 렘브란트라고 서명한다.
여자가 요의를 참지 않고 그렇다고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집처럼 편안하게 오줌을 쌀 수 있는 곳은 단연코 해변이다. 해변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요의를 느끼면 굳이 먼 곳에 있는 화장실에 가지 않고 바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이용하면 된다. 망망대해에서 오줌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에 화장실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비밀스러운 투알렛> 연도 미상, 캔버스에 유채, 런던 크리스티미술관 소장
파블로 피카소의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오줌 누는 여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해변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오줌 누는 여인의 모습을 경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여인의 밝은 표정을 한 화면에 담아낸 이 작품은 입체주의 초기 작품이다.
해변 화장실은 편안하지만 여름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흠이다. 여자는 공중화장실을 편안하게 드나들 수도 없다. 초등학교 시절 영원한 첫사랑 여선생님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환상이 와장창 깨짐을 온몸으로 느낀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가 공중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한다. 그렇기에 여자들은 공공장소에서 요의를 해결하기 위해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야만 한다.
<샘> 1917년, 레디메이드, 파리 퐁피두센터 현대미술관 소장
당시 하수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뚫린 의자를 공개된 장소에 놓아두었다.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엉덩이를 드러낸 채 편안하게 볼일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흉이 아니었다. 하지만 18세기부터는 볼일 보는 행위를 사적인 것으로 여겨 뚫린 의자를 침실에 두고 사용했다. 이 작품은 아침에 일어나 침실 옆에서 조용히 볼일을 보고 있는 귀부인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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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동식 개인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좋겠지만 핸드백처럼 들고 다닐 수 없으니 여자들은 불결한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때가 있다. 공공장소에 있는 변기를 표현한 작품이 뒤샹의 ‘샘’이다. 받침대 위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소변기가 놓여 있다.
마르셀 뒤샹의 이 작품은 미술의 혁명을 가져왔는데, 그는 이 작품에 미술작품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세 가지 변화를 주었다. 첫 째는 받침대이고, 둘째는 서명과 연도, 그리고 현대미술 전시회에 출품했다는 점이다. 받침대로 인해 소변기는 마치 조각상처럼 보이며, 제조한 회사의 이름인 서명은 이 오브제가 미술작품임을 명시한다. 그리고 전시회에 출품함으로써 대중 앞에 미술작품으로 당당히 선보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뒤샹의 이런 의도와 달리 출품이 거절당하면서 레디메이드(기성품 예술)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