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하나다 _ DMZ문화포럼·경기관광공사 기획, 하나북스, 320쪽, 1만6000원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하나다’(이하 별들)를 한창 진행할 무렵 천안함 사건이 터져 판문점 취재가 기약 없이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책을 출간하고 나니 연평도 도발 사건이 발발해 한반도가 종전(終戰)이 아니라 정전(停戰) 상황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뼈에 새기게 됐다.
연평도 뉴스 보도를 보면서 나는 진심으로 무서웠다. 이러다 정전협정이 깨지고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심장이 다 떨렸다. 만약 이 책을 만들지 않았다면 천안함도 연평도도 그저 인구에 회자되는 남의 집 얘기처럼 먹먹하기만 했을 것이다. 비록 간접 경험이지만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이 아닐 수 없다. ‘별들’의 갈피갈피에 새긴 속뜻도 여기에 있다. 기억할 수 있을 만큼 기억하고 노력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해서 두 번 다시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픈 살도 살이요, 덧난 마음도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상처 위에 새살이 돋을 수 있도록 전후(戰後)세대인 우리가 마음을 모아야 할 차례라고 믿었고, 그 믿음이 확신으로 굳어지게 된 데에는 그 무엇보다 사람의 힘이 가장 컸다.
‘별들’을 진행하면서 나는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7명의 우리나라 대표작가에서부터 DMZ 지대를 지키며 사는 소박한 사람들까지 숫자로 헤아리면 100명이 훨씬 넘는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7명의 대표작가도, ‘내가 DMZ 전문가요’를 목청껏 외치기만 하던 누구누구도, DMZ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지은 유명 필자도,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도 아니다. 내가 직접 발로 뛰다가 만나 마치 우연처럼 ‘60인의 인터뷰’에 등장한 진정한 디엠제터들이다.
사람들은 7명의 유명 작가를 섭외해 DMZ 지대를 답사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내가 진심으로 듣고 싶은 것은 60인의 인터뷰를 완성한 것에 대한 격려다. 그만큼 힘들었고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교동도 마을에서 만난 지광식 할아버지는 KBS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이승기 머리를 잘라준 이발사로 이미 유명 인사였다. 실향민인 그분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고향집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나는 그냥 눈물이 났다. 명절이면 강화도 바다에 나가 고향집 바라보는 낙으로 살았으나 어느 날 집이 불타고 그 자리에 창고 같은 건물이 들어선 것을 보며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고 했다.
이 책은 큰소리로 무언가를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이 뭔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만 담았다. 이 책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나처럼 눈물이 나고 가슴이 뻐근해졌다면 그걸로 족할 것이다. 우리는 잊고 사는 게 너무 많지 않은가.
오내영│하나북스 편집부 차장│
New Books
산촌일기 _ 이계진 지음
아나운서,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후보…. 공적으로 이계진에게 붙는 수식어는 많다. 그러나 자연인 이계진은 ‘주말농부’를 자처한다. 그것도 15년째 산골생활을 해온, 제법 관록이 묻어나는 농부다. 그래서 책 제목 ‘산촌일기’ 앞에는 ‘주말농부 이계진의’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책에는 국회의원이나 아나운서 같은 직업적 얘기보다 개인 이계진과 그 가족의 진솔한 삶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정치인, 혹은 정치인 출신이 펴낸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갖고 집어 든 책은 흡인력이 강했다. 단숨에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야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도회지의 팍팍한 삶에 지쳐 한번쯤 꿈꿔봤을 그림(?) 같은 전원에서의 삶이 책 곳곳에 그려져 있었다. 환상과 낭만이 아닌 치열한 삶의 기록이 오롯이 담겨 있기에 그만큼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조선앤북, 320쪽, 1만2800원
대동이 탐구_ 서병국 지음
태곳적부터 해가 가장 먼저 솟는 곳을 ‘동방’이라 했다. 특히 지나인(支那人·중국인)들은 동방이 해의 정기를 가장 먼저 받는다 하여 동방을 우러러 받들었으며 방향을 말할 때에도 가장 먼저 동방을 내세웠다. 동방을 말하는 동이(東夷)는 광활해 이곳을 터전으로 하는 종족의 수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아닌 종족은 소수였고, 내세울 만한 문화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우리 민족은 예의와 도덕, 음악 등 문화면에서 가장 우수해 지나인의 찬사를 받았다. 지나의 문헌에서 동이에 대한 평가가 이중적이었음을 밝혀낸 저자는 우리 선인들이 지나인의 악의적인 비난을 비판하지 않고 묵수하는 태도를 견지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10여 년의 연구를 통해 펴낸 ‘대동이 탐구’에서 동이족의 우수한 면모와 동이족에 대한 지나인의 호평이 있었음을 처음 찾아냈다. 한국학술정보, 490쪽, 3만2000원
산 넘고 물 건너 아메리카 캠핑 로드 _ 윤화서 지음
그랜드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 옐로스톤, 요세미티….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에 소재한 대표적인 국립공원들이다. 우리나라에도 국립공원이 적지 않지만, ‘반도’에 있는 국립공원과 ‘대륙’에 위치한 공원은 우선 그 규모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메리카 캠핑 로드’는 주인공 부부가 2008년 가을부터 미국 유타주에 1년2개월간 머물며 미국 본토에 있는 국립공원 46개 가운데 27곳을 돌며 기록한 캠핑기다. 틈만 나면 낡은 스바루 왜건 한 대를 끌고 5만㎞를 달려 기록한 대서사다. 드높은 하늘과 광활한 대지, 하늘을 찌를 듯한 고산 준봉과 울창한 숲, 그리고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이는 해변 등 영화 속에서나 만나봤음직한 풍경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미국 국립공원의 매력에 빠져보자. 바다출판사, 356쪽, 1만8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불안증폭사회 _ 김태형 지음, 위즈덤하우스, 308쪽, 1만3000원
한국인들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일해왔다. 그 결과 한국은 GDP가 증가해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에 도달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도 되었으며, 올해에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의 글로벌 리더 국가로 급성장했다. 그렇다면 경제적이고 외면적인 지표들이 상승하는 것만큼, 우리 한국인은 예전보다 더 행복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늘의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으며, 마음이 평화롭지도 않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세계 50위권에 불과하다. 또한 한국은 OECD 국가 중 남녀 소득 격차, 국채 증가율, 세부담 증가율, 저임금 노동자 비율, 근로시간, 노동유연성(해고의 용이성), 산재 사망자, 비정규직 비율, 이혼율, 자살률, 사교육비 비중 등이 1위다. 게다가 출산율은 꼴찌다.
오늘의 한국 사회가 떠안고 있는 이 부끄러운 기록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인들의 마음이 아파도 보통 아픈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마음이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릿고개가 먼 과거의 일이 된 지 오래임에도 오늘의 한국인들은 예전보다 더 크게 생존을 위협당하며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고, 사회적 스트레스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주고 사회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던 공동체들은 전면적으로 와해되었다. 우리는 이기심,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라는 9가지 심리의 포로가 되었고 그 결과 한국인의 불안은 무한대로 증폭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나는 ‘불안증폭사회’에서 한국인의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든 주범은 1990년대 후반의 경제위기가 강요했던 트라우마이며,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적 사회발전모델이 그것을 한층 악화시켰음을 논증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병들어 있는 한국인을 하루빨리 건강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 한국의 젊은이들 중 절반 이상은 ‘전쟁이 나더라도 총을 잡지 않을 것’이며, ‘기회만 있다면 외국 이민을 가겠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키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난 조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나라의 미래인 청년들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회, 그래서 지킬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계속 위기를 방치한다면 결국 멸망할 수밖에 없다.
내가 ‘불안증폭사회’를 읽는 독자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한국인이 잘못된 길에 들어섰음’을 깨닫자는 것이다. 즉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시급히 사회적인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김태형│심리학자│
New Books
우리만 모르는 5년 후 한국경제 _ 조명진 지음
2010년으로부터 5년 뒤인 2015년.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생명을 다한다면? 만약 그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이 책은 이 같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대외국에서 동아시아 안보를 자문하는 안보 전문가로 활동하는 조명진 박사는 “5년 후인 2015년을 전후해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생명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의 전망이 현실이 됐을 때 우리 눈앞에는 어떤 현실이 펼쳐질까. 전세계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대혼동에 휩싸이게 될 것이 자명하다. 저자는 중국이 미국 달러를 더 이상 기축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2015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차지하고 있던 힘의 균형이 무너져 G20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경BP, 288쪽, 1만3800원
아주 중요한 거짓말 _ 실리아 파버 지음, 박지훈 옮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에이즈를 일으키는가?’ 이 책은 지금껏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명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이 질문에 이렇게 반문할지 모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HIV가 에이즈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럼 에이즈에 걸려서 죽은 사람들은 뭔데? 아프리카의 에이즈 환자들은? 병원검사에서 에이즈라고 판명되는 건? 그 수많은 의사와 과학자의 판단이 모두 틀렸다는 말인가?’ 이 책에는 이 같은 반문에 답해줄 충격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저자는 정부와 제약회사에서 알려주지 않고 때로는 사람들의 두려움에 의해 자체 검열되었던 에이즈에 관한 숨은 사실들을 낱낱이 폭로하고 있다. 에이즈에 대해 다시 생각(Rethinking)해보자는 운동과 맥이 닿아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소름이 끼칠 만큼 놀랄 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 440쪽, 1만9800원
진실에 눈을 뜨다 _ 해리 크라이슬러 지음, 이재원 옮김
노암 촘스키, 하워드 진, 타리크 알리, 찰머스 존슨 등 진보 지식인들은 어떻게 그런 정치적 통찰에 도달했을까? 불의를 목격하고, 정치권력이 가리는 진실을 깨닫고,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고, 나아가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행동하게 된 그들의 직접적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진실에 눈을 뜨다’는 지식인과 사상가 20인이 자신들이 세계의 진실에 눈뜨게 된 첫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은 대담집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세계 명사와의 대담 프로그램 ‘역사와의 대화’에서 20인을 가려 뽑은 이 책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부모의 영향,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의 조우를 통해 각 인물의 ‘정치적 각성’의 순간을 추적하고, 그러한 각성에서 비롯된 비판적 사유를 통해 그들이 갖게 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한다. 이마고, 371쪽, 1만6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귀농 경영 _ 서명선 지음, 지식공간, 272쪽, 1만4000원
내가 있는 이곳은 비가 오면 흙냄새가 진동하는 시골이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드넓은 하늘과, 늘 제자리를 지키는 믿음직한 산과, 쉼 없이 흐르는 강이 있는 경상북도의 한 마을이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 꽃이 좋아 / 산에서 / 사노라네’ 김소월의 시처럼 나 역시 이곳으로 포르르 날아들었다.
나는 그다지 낭만적인 사람이 못 된다. 신문사에 근무하던 시절의 습관인지 일식당을 경영하며 생긴 버릇인지 이곳에 오면서도 그저 농사만 짓는 농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주머니 사정이 풍족했다면 근사한 목장 하나 짓고 세상모르는 목장지기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꿈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재 나는 연 매출 30억원의 농기업 송광매원을 꾸리고 있다. 남은 ‘대단한 성공 아니냐’고 말하지만 나는 고개를 젓는다. 농사만 지어서 올린 매출이라면 대단할지 모른다. 그러나 재배만 해서는 연소득 4000만~5000만원을 올리기도 힘든 것이 농사다.
내가 심은 작물은 토종 매실이다. 매실은 이곳 칠곡에서는 낯선 작물이고 더구나 토종 매실은 국내에서도 재배하는 농가가 없었다.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한걸음도 뗄 수 없었다. 토종 매실 묘목을 구할 때도, 매실 가공품을 만들 때도, 가공공장을 설립할 때도, 매실 식초 제조 기술을 배울 때도, 매화축제를 열 때도 늘 누군가의 도움이 뒤따랐다.
그 과정에서 농업이란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임을 깨달았다. 농업을 2차, 3차 산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자원들을 하나로 뭉쳐야 했다. 그 힘들을 모으는 데 내가 앞장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농가들을 설득해 계약재배반을 조직, 현재 연간 100t의 매실 생과를 수확한다. 연구소의 도움으로 매실 가공품을 만들어 한국전통식품 베스트 5를 비롯한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고, 또 농업신지식인에 뽑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소에서 아토피 개선 물질을 개발해 내일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각종 지원 사업이나 공모전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었다. 그 사이 나는 개발한 제품을 가지고 언론에 홍보하거나 유통업체를 뚫었다. 그렇게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며 협력한 것이 연 매출 30억원의 농기업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귀농을 준비한다면 버릴 게 한 가지 있고, 가질 게 한 가지 있다. 버릴 것이란 낭만이다. 농업은 낭만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가질 것이란 새로운 시선이다. 농업은 흙속에 묻힌 진주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저 너머를 바라보는 힘, 이 둘을 ‘경영 마인드’라는 한 단어로 풀이해 이 책에 담았다. 부디 귀농을 준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서명선│송광매원 대표│
New Books
성실함을 버리면 병 안 걸린다 _ 아보 도루 지음, 이근아 옮김
직장과 가정, 사회는 30~40대 직장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상사, 부하, 가족의 요구에 묵묵히 성실하게 응하다 보면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긴장할 수밖에 없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화와 균형은 인간 면역의 핵심. 대식세포를 비롯한 면역의 핵심 메커니즘의 작동이 바로 자율신경계의 상태에 지배를 받는다. 결국 성실하게 모든 일을 해내려다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직장인의 면역계통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면역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아보 도루는 중년의 언저리에 접어든 3040세대에게 ‘성실하게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성실한 모범생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성실함 때문에 병에 걸리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없다고 역설한다. 모범생 같은 삶이 몸의 면역력을 망가뜨려 병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고 끝내 암세포까지 만들어낸다는 것. 이아소, 252쪽, 1만3000원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_ 윌리엄 A. 서든 지음, 최은정 옮김
1987년 10월14일. 세계 최고 기관으로 꼽히던 영국 기상청은 다음날 날씨를 이렇게 예보했다. “가벼운 소나기가 내리고 간간이 맑은 날씨를 보이며 약한 바람이 불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영국에는 1703년 이래 최악의 폭풍이 들이닥쳤다. 저자는 최첨단의 방법으로 화려하게 무장한 예측전문가든 손금이나 타로카드를 읽는 점쟁이든 미래를 예측하는 실력은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점쟁이의 실수를 볼 때와 달리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전문가들을 접할 때 사람들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왜 그럴까? 저자는 그 이유가 사람들의 선입관에 있다고 강조한다. 통계자료와 고성능 컴퓨터, 전문 자격증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은 그들이 하는 일에 관해 잘 알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어쩌다 한번 실수가 나오는 것이라 생각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스마트비즈니스, 484쪽, 2만5000원
베스트 플레이어 _ 매슈 사이드 지음, 신승미 옮김, 유영만 해제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무대의 주연이 되어 열정을 다하는 사람과 관람석에 앉아 그 열정에 열광하는 사람이다. 열정이라는 에너지를 불태우는 사람은 확고한 목적의식과 가슴 뛰는 열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광만 할 뿐 자신의 열망을 위해 열정을 연소시키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을 지배할 만큼 비범해졌고, 우리는 여전히 평범함에 머물러 있다. 무엇이 우리와 그들을 이렇게 확연하게 갈랐는가.” 이 책은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와 같은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꿈을 향한 여정에서 보여주는 열정과 도약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성공에 이르기 위해 어떤 자세와 태도를 취하고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행성B, 364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핫트렌드 2011 _ 한국트렌드연구소·PFIN 지음, 리더스북, 230쪽, 1만5000원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공존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공존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서로에게 적응하고, 때로는 싸우다 지치고, 혹은 이해와 배려를 나눈 끝에야 공존에 이른다. 그리고 지금, 세계와 대한민국은 디지털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며 만들어가는 생태계에서 공존하는 기술을 배워야 할 때다.
‘핫트렌드 2009’부터 3년째 트렌드 연구를 계속해온 한국트렌드연구소와 PFIN은 새 책 ‘핫트렌드 2011’에서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와 공존하는 기술을 ‘공진화’라는 키워드로 삼아 2011년의 화두로 지목한다. 어떻게 보면 세계적 경제위기와 요동치는 국제정세,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 이후의 아슬아슬한 남북관계와 같은 외형적 어수선함 속에서 왜 새삼 디지털이라는 낡은 기술(?)을 꺼내들었을지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봐도 석유, 강철, 자동차, 컴퓨터와 같은 시대를 바꾼 기술이나 상품은 사람들이 열광하던 초기의 도입기보다 10년이나 20년이 지난 후 그 기술과 상품이 일상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할 때 정말로 세상을 바꿔왔다. 그런데 지금 바로 디지털의 진화가 그렇다.
스마트폰 태풍은 일상을 집어삼킬 기세고 SNS는 일상의 그릇이 되고 있으며 소비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가상현실을 실제 현실로 끌어오는 모바일 라이프를 기대하게 되었다. 이 변화는 PC와 휴대전화, 초고속인터넷이 이끌어온 지난 20년을 하나로 묶을 만큼 크고, 따라서 그 시대와 구별되는 전환기의 개막을 의미한다. 이것을 과소평가하고 여전히 한국이 디지털 강국이라고 오판하다가는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될 것이다. 이 새로운 시기의 이름은 제2기 디지털 혁명이다.
공진화란 관계를 통해 진화하는 공존의 기술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화한 생태계에서 공존할 만한 변화를 꾀하지 못하면 공룡의 멸종처럼 진화에서 도태될 수도 있는 위기와 경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속도가 관건이던 디지털 1기는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한국인에게 축복이었지만, 공유를 속성으로 하는 디지털 2기는 끼리끼리 문화와 수직적 네트워크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가혹한 체질개선을 요구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핫트렌드 2011’은 공진화의 관건이 기술력이나 의도적인 성장산업의 육성보다는 문화와 일상적 가치관의 변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야 용어에 익숙해질 만한 클라우드 컴퓨팅, 증강현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스마트폰 등을 신기한 기술과 상품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한층 본질적인 문제들을 건드리는 문화적 대상으로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운 공존은 때론 아름답지 않은 생존의 치열한 사투 위에서 꽃피우는 것이다.
김경훈│한국트렌드연구소장│
New Books
페이스 오프 상하이 _ 신동흔 지음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는 중국은 이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 국가로 부상했다. 30년 전 중국이 개혁개방을 표방한 이후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삼아 세계가 중국을 바꿔왔다면, 앞으로는 중국이 세계의 모습을 바꿔갈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중국은 경제대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공산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중국은 주요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은 여전히 후진국의 모습을 띠고 있다. 경제적 자유가 확대된 만큼 정치적 자유가 확대되지 않은 것에 따른 모순도 중국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 정점에 상하이가 있다. ‘페이스 오프 상하이’에는 기자 출신의 저자가 상하이에 1년 동안 체류하며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상하이의 다양한 얼굴을 담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의 다양한 모습과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늠자다. 랜덤하우스코리아, 271쪽, 1만4000원
경제생태계 보호 _ 크레이그 토머스 지음, 신승미 옮김
이 책은 경제의 작용을 환경과 자연보호운동에 비교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경제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제생태계란 우리가 일하고 여가생활을 즐기고, 계획을 세워 저축하고 투자하는 일상생활의 각종 사안을 경제를 염두에 두고 생각하는 세상을 뜻한다. 경제생태계의 기능과 법칙을 이해하면 경제생태계 내에서 번성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최고 가치를 생산해낼 일에 집중할 수 있고, 훌륭하게 결정하도록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작용하는 각종 힘을 이해하지 못하면 만사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러나 들어오는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할 도구가 있다면 마음은 늘 평안하다. 마찬가지로 경제생태계의 강력한 법칙을 알고 존중하면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골치 아픈 일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지훈, 240쪽, 1만3000원
할리우드 시크릿 _ 장익준 지음
셜록 홈스가 물방울 하나에서 대서양이나 나이애가라 폭포를 읽어낸다면 ‘할리우드 시크릿’ 저자 장익준은 할리우드 영화에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조각모음해서 미국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밝혀낸다. 대표적인 예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부각되던 2008년에 저자는 일찌감치 ‘오바마가 된다’고 단언했다. 예언의 근거는 할리우드 영화였다. “액션부터 코미디까지 부시 대통령을 비꼬는 내용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어렵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된다면 결국 여자 대통령이냐 흑인 대통령이냐 하는 선택인데, 여자 대통령이 나오는 드라마가 시즌 연장에 실패한 반면, 흑인 대통령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반응이 좋았다. 그러니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미국을 읽는 70가지 코드가 담겨 있다. 다빈치프로젝트, 472쪽,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