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치료를 위해 수동운동요법을 하고 있는 의료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은 들어맞지 않았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호전되기는커녕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고, 급기야 혼자서 옷을 입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오십견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질환을 의심하며 의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낳는다고 해서 어깨도 안 쓰고 가만히 있었는데 더 아파요. 혹시 다른 병인가요?”
이런 모습은 특정 한 환자의 사례가 아니라 오십견으로 진료실을 찾은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어깨 통증은 허리나 무릎 통증과 더불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고 증상도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따라서 별생각 없이 자가진단하다 낭패를 보기 쉽다.
보통 중년 들어 어깨에 통증이 오면 쉽게 ‘오십견’이라 판단할 정도로 오십견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질환이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함이 올바른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깨통증=오십견’이라고 자가진단하거나 오십견을 나이 드는 과정이라 여겨 대수롭지 않게 대응한다면 나중에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오십견의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유착성관절낭염’으로 어깨 관절의 관절낭이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어깨 부위가 쑤시고, 팔을 올리고 내리고 펴는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어깨 관절 운동에 제한이 따른다.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해져 잠을 설치고 뒷목이 뻣뻣하며 통증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눕기조차 힘들게 된다.
원인은 어깨 관절의 퇴행성 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당뇨·갑상선 질환·결핵 등과 같은 전신성 질환, 어깨 근육이나 인대의 염증·파열 등으로 다양하고, 드물게는 확실한 원인이 없는 경우도 있다. 40 ~70대의 연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50세 이상이거나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부상이나 외상 등으로 어깨 관절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거나 반대로 지나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퇴행성 변화가 급속히 진행돼 젊은층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오십견’이라는 이름 때문에 50대에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거나 50대에 어깨 통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오십견으로 자가진단을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어깨관절 충돌증후군은 어깨를 들어올리는 힘줄이 뼈와 충돌해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오십견과 증상이 비슷해 잘못된 자가진단으로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충돌증후군이나 회전근개손상도 2차적으로 오십견을 일으키는데 이때는 기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치료 전(왼쪽)과 수압팽창요법과 수동운동요법으로 치료한 후의 어깨 관절 모습. 치료 후에 조직과 근육이 말끔하게 정리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오십견에 대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 회복되는 질환’이라고 알고 있는 부분도 논란이 많다. 일부 환자의 경우 3~4 개월 주기로 통증과 관절운동 제한이 나타났다 서서히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다 1~2년 지나면 자연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모든 환자에게 그런 게 아닐뿐더러 설사 자연치유가 된다 해도 관절 운동범위가 제한되고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급격한 삶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오십견은 어깨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다 해서 ‘동결견(凍結肩)’이라 하기도 한다. 치료는 통증 때문에 잃어버린 관절의 운동능력을 회복하는 게 관건이다. 따라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깨관절을 풀어주는 운동치료가 효율적이다. 문제는 치료과정에서 통증을 심하게 느낀 환자들이 운동치료를 기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 이런 운동치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분마취 상태에서 운동치료를 하는 ‘수압치료 후 수동운동요법’이 도입돼 치료가 훨씬 편하고 빨라졌다.
‘수압치료 후 수동운동요법’은 수압팽창요법으로 굳어진 어깨근육과 관절을 이완시킨 후, 통증으로 하지 못했던 운동을 숙련된 의사가 수동적으로 하게 해줌으로써 굳어 있는 어깨 관절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먼저 부분마취 상태에서 유착방지제와 염증치료제를 어깨관절에 함께 투여해 오그라진 관절막을 팽창시킨 후 유착된(들러붙은) 조직과 근육을 의사가 풀어준 다음 관절운동을 5~10분 시행한다. 모든 과정이 15분에서 20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치료법이다. 오전에 치료하고 오후에 퇴원할 수 있어 일상복귀가 빠르고 무엇보다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통증을 못 느낀다는 게 큰 장점이다.
다만 치료 전 정밀검사 결과, 관절염으로 인해 관절이 굳어 있거나 인대가 완전파열된 경우에는 운동요법 전에 먼저 이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하고, 운동요법 뒤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꾸준한 자가 운동치료를 실시해 다시 관절낭이 유착되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