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호

단체 채팅방서 망신 주기, 후배에게 공개 고백…직장 내 괴롭힘일까

[미치도록 궁금한 노무 이야기]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 김지혜 노무법인 혜담 대표 공인노무사

    입력2026-02-08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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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종 가리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조건 따져야

    • ①지위 이용 ②업무상 적정 범위 이탈 ③근무 환경 악화

    • 보고서 10번 이상 수정 지시, 구체적·합리적이면 괴롭힘 아냐

    • 법적 강제만으론 해결 어려워…문화 개선 병행돼야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Gettyimage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Gettyimage

    지난해 말 방송인 박나래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매니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인격적 모욕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많은 직장인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을 표했다. 특히 연예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관련 문제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①지위 이용 ②업무상 적정 범위 이탈 ③근무 환경 악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서막은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이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의 행위가 얼마나 쉽게 개인의 존엄을 침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 사건은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어 2018년 간호계의 ‘태움’ 문화가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에게 가하는 언어적·정서적 괴롭힘을 의미하는 태움은 폐쇄적 조직문화와 업무 스트레스가 결합한 구조적 문제였다. 같은 해 회사 대표가 직원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폭언과 폭행을 가한 ‘위디스크 갑질 사건’도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직장 내 권력관계가 어떻게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여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커졌고, 2019년 7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신설됐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지위’는 직급이나 직책상의 상하 관계를 의미하고, ‘관계’는 인원수·연령·학벌, 직장 내 영향력, 근속기간 등 다양한 요소에서 발생하는 우위를 포함한다. 반드시 상급자만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동료나 하급자도 특정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둘째,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야 한다. 특정 행위에 대해 사회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행위 양태가 사회통념에 비춰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돼야 한다. 반면 업무상 지시에 불만을 느끼더라도 그 행위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셋째,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켜야 한다. 여기서 근무 환경 악화란 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장실 앞에서 근무를 지시하거나 벽만 보고 종일 있으라고 지시하는 것은 근무 환경의 악화에 해당한다.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는 앞선 세 요건을 중심으로 살펴보되,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뤄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양태, 지속성과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질문을 통해 구체적 판단 기준을 살펴보자. 

    단체 채팅방에서 망신 주기, 후배에게 고백 모두 위험

    Q1. 상사가 퇴근 후에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 괴롭힘인가.

    퇴근 후 연락 자체만으로 바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긴급하거나 불가피한 업무상 필요가 있다면 정당한 업무 지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 없이 반복적으로 퇴근 후나 휴일에 연락해 근로자의 사생활과 휴식권을 침해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즉각적 답변을 요구하거나, 답변하지 않았다고 질책하는 경우, 또는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용무를 지시하는 것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현재 국회에서는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 또는 ‘퇴근 후 응답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Q2. 단체 채팅방에서 상사가 직원을 혼내는 경우는 어떤가.

    업무상 필요한 지적이라도 그 방법과 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 직원을 지목해 질책하는 것은 다른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행위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인격을 비하하는 내용을 포함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크다. 업무상 잘못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1대 1 면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수가 참여하는 공간에서 하는 공개적 질책은 피해자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유발해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근무 환경을 악화한다. 

    Q3. 보고서를 10차례 이상 수정하라고 지시한 경우도 괴롭힘인가.

    보고서 수정 지시의 횟수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수정 지시를 반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업무 지시에 해당한다. 실제로 울산지방법원은 “상사가 9일간 부서 직원에게 총 12번에 걸쳐 보고서를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수정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해 재작업을 지시하거나, 달성 불가능한 수준을 요구한다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이게 보고서냐” “초등학생도 이것보다 잘 쓰겠다”는 등 인격을 모욕하는 표현을 동반한다면 명백히 적정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수정 지시를 할 때 구체적인 수정 방향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필요하다면 예시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Q4. 고객이 욕설을 한 경우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로 한정되므로, 고객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고객의 욕설이나 폭언 자체가 곧바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렇다고 사업주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인해 근로자에게 건강 장해가 발생하거나 그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근로자 보호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고객의 부당한 언행을 방치하거나 감내하도록 강요하는 경우 별도의 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Q5.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가능한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고용노동부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구제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최근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Q6. 이성 근로자에게 사랑 고백하는 경우는 괴롭힘인가.

    고백 자체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명확히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반복적으로 고백하거나 만남을 요구하거나, 지위나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거절 후 업무상 불이익을 주거나,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다른 직원들 앞에서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명백히 괴롭힘이다. 성적 의미가 담긴 발언이나 신체 접촉을 동반한다면 성희롱에도 해당할 수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보다 10세 많은 상급자가 여성 직원에게 이성 교제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후 약 2개월 반 동안 90차례 이상 연락을 시도한 점, 연락이 되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집요하게 연락을 지속한 점, 임의로 퇴근 시간을 조정해 피해자와 함께 근무하거나 퇴근하려는 모습을 보인 점, 나아가 다른 직원들에 비해 과도한 업무를 부과한 점 등을 종합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Q7. 익명 게시판에서 특정 직원에 대해 폭언을 하면 직장 내 괴롭힘인가.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익명 게시판에 특정 인물에 대해 폭언하더라도 행위자 특정이 어렵고, 우위성을 이용한 행위로 보기 어려워 근로기준법상의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Q8. 상사가 회의 중 한 차례 욕설한 경우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

    업무상 질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욕설이나 폭언은 부적절한 행위다. 다만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지속성’과 ‘반복성’을 중요 요소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3년 5월 19일 “통화 중 ‘내 얘기 들어, 이 새끼가’라고 욕설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부하 직원의 업무 처리 방식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한 차례 욕설한 사실만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도 같은 취지를 담고 있다. 매뉴얼은 폭언·욕설과 같은 언어적 행위라 하더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져 제3자에게 전파되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공개성이 없더라도 폭언이나 욕설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피해자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법적 강제만으론 해결 어려워…문화 개선 병행돼야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에 있어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과 그 행위의 객관적 부당성이다. Gettyimage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에 있어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과 그 행위의 객관적 부당성이다. Gettyimage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과도한 성과 압박, 불합리한 업무 관행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개인의 인식 개선과 조직 차원의 제도 정비 및 문화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정기 교육을 실시하고, 괴롭힘 발생 시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신고자나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해, 근로자들이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근로자도 무엇이 괴롭힘인지 정확히 알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침묵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과 그 행위의 객관적 부당성이다. 법의 강제만으로는 존중과 배려, 합리적 소통이 있는 건강한 일터를 만들 수 없다. 우리 모두의 인식과 실천이 필요한 이유다. 

    김지혜
    ● 1986년생
    ● 前 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청원 심의위원회 위원
    ● 삼성화재해상보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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