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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점령한 일본열도

만화가 점령한 일본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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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만화시장을 완전 제패한 일본 만화 산업.
  • 여기서 생기는 부가가치를 따져보면, 수십만명이 연간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보다, 수억개의 반도체칩을 수출하는 것보다 많음을 알 수 있다.
세계를 지배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산업, 그 시작은 역시 인쇄된 만화책이었다. 특히 만화전문 서점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도쿄의 신주쿠(新宿)역 동쪽 출구로 나오면 서울의 신촌 같은 젊은이의 거리가 펼쳐진다. 이 동쪽 출구에서 조금 걷다보면 ‘망가노 모리(만화의 숲)’라는 만화전문서점이 나온다. 1984년에 설립된 이 서점은 도쿄에만 분점을 8개 두고 있다. 신주쿠점은 4개층을 쓰고 있는데, 모두 만화책만 팔고 있었다.

지하 1층과 지상1층 등 2개층은 외국만화와 일반인과 청소년이 볼 수 있는 만화, 2층은 어린이가 보는 만화, 3층은 성인 만화책을 판다. ‘망가노 모리’ 신주쿠점장 나가오 아사시(長尾麻史)씨는 “일본 사람들은 만화를 빌려보는 것이 아니라, 주로 사서 본다. 우리 서점의 고객은 어린아이부터 30~40대 샐러리맨까지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서점에서 만화를 고르고 있는 고객들은 초등학생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했다. 하루 매출액이 얼마냐고 나가오씨에게 물으니 영업 비밀이라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한다. 서점을 가득 메운 손님들이 계속해서 만화책을 사는 것을 보니, 매출액은 수월찮을 것 같다. 점잖은 신사가 만화책을 골라 돈을 치르고 사는 풍경, 일본이 아니면 보기 힘든 것이다.

젊은이의 거리인 신주쿠에는 이와 같은 만화 상품 가게가 많다. ‘망가노 모리’를 나와 조금 걷다보면 유명한 프라모델 가게인‘옐로 서브머린(yellow submarine)’이 있다. 이 가게는 만화 주인공을 캐릭터 상품화해서 인형이나 장난감으로 만들어 파는 곳이다. 옐로 서브머린 신주쿠점은 2개 층을 매장으로 쓰고 있다. 점포 입구에는 2m 크기의 철인28호 인형이 세워져 있었다. 이 매장에는 에반게리온 , 공각기동대, 건담, 우주전함 야마토, 철완 아톰 등 일본 유명 만화 주인공 인형이 가득차 있었다. 20세기에 출현한 세계 각국의 전차, 군함, 전투기 등 무기 모형도 가득했다. 모형 뿐만 아니라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물을 이용한 게임기와 캐릭터 상품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만화 고객은 샐러리맨



이 가게에서 파는 일부 모형들은 조립식 모형에 물감을 칠한 것이나 무선조종 장난감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고도의 정밀모형이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정밀 모형을 ‘겔러지 키트’라고 한다. 겔러지 키트는 원래 아마추어가 소량 생산하여 판매하는 수제품 프라모델이다. 그러다가 모형전문점들이 아마추어 모델 제작자를 고용해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을 원형으로 대량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밀모형들은 시장 자체가 좁기 때문에 값도 그만큼 비쌌다. 이 모형들은 기본 단가가 한국 돈으로 수백만원대였다.

‘옐로 서브머린’에서 상품을 보고 있는 고객들도 30∼40대 직장인,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도 있었다. ‘옐로 서브머린’신주쿠점장 요시유키 타고(多湖義之)씨는 “나이 많은 고객들은 자녀에게 사줄 선물을 사러 온 사람도 있지만, 자신들이 즐기기 위해 온 사람도 상당수다. 특히 정밀모형 겔러지 키트는 어른들의 장난감이다”라고 말했다. 옐로 서브머린은 둘째 층 매장 반을 고객이 프라모델을 직접 만들거나, 사용방법을 교육받는 장소로 쓰고 있었다. 이 교육장에서는 고객 50여명이 열심히 물감으로 프라모델에 색칠을 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30∼40대 직장인이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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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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