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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살아야 사람도 삽니다”

지리산 자연환경생태보존회 회장 우두성씨

“곰이 살아야 사람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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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은 사연이 많은 산이다. 굴곡 많은 한국 근현대사와 남개발은 지리산에 많은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지리산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온몸을 던지고 있는 곰 지킴이 우두성씨(50). 누구라도 찾아오면 품에 감싸 안아주었던 지리산의 넉넉함을 되살리기 위해 반달가슴곰 방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우씨의 산사랑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전북 남원에서 남쪽으로 난 터널을 지나자 눈앞에 큼지막한 녹색평원이 펼쳐졌다. 주변으로 우람한 산의 연봉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아래 짙은 초록색을 띤 평온한 들판 구석에 한여름의 태양아래 잠겨있는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전남 구례군 구례읍이다.

들판 한켠에 위치한 읍내는 한없이 고요하다. 오후 거리는 무엇 하나 움직이는 것이 없어 흡사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가 먼 길을 달려 구례까지 찾아온 것은 이곳에 머물며 지리산의 야생동물, 특히 반달가슴곰 보호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지리산의 풀 포기 하나, 돌멩이 하나, 들짐승 한 마리라도 가볍게 여기다가는 큰코다친다는 신념으로 보살피고 있는 지리산 자연환경생태보존회(이하 보존회) 회장 우두성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동식물 보호전문 보안관’답게 그의 첫인상은 꽤 날카롭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외모에 숨어있는 예사롭지 않은 눈빛에는 사물을 꿰뚫는 직관력이 담겨 있는 듯하다.

보존회 사무실은 구례읍 봉동리 좁은 도로 한켠의 허름한 집에 자리잡고 있다. 출입문 옆에 걸린 낡은 목간판이 말해주듯 오랜 관록을 자랑하는 사무실에 들어서자 진한 곰팡내가 찾는 이를 질리게 한다. 홀에는 밀렵꾼으로부터 수거한 박제된 수달, 오소리, 너구리 등이 아무렇게나 널려있고 잡다한 자료집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책상 위에 쌓여 있다.

홀 안쪽에 혹처럼 붙어있는 사무실은 더욱 우중충하다. 아니나 다를까, 벽지가 뜯겨진 벽에는 시커멓게 곰팡이 슬어 있다. 형광등을 켜야만 사방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 어두운 방 바닥에는 수십년은 족히 묵었을 듯한 거무튀튀한 비닐 장판이 깔려있어 엉덩이를 내려놓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렇지만 이 누추한 사무실에도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다. 컴퓨터 시스템이 서울의 유수 벤처기업 못지않게 차려져 있고, 덜덜거리는 소리를 낼 망정 낡은 에어컨도 돌아가고, 팩스에서는 끊임없이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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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 언론인 · 용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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