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아웃포스트닷컴 광고는 아이들 이마에 회사 이름을 새긴다는 발상으로 눈길을 끈다.(사진3)
한화통신의 휴대전화 ‘마이크로 아이’ 광고(사진2)는 엽기의 미학을 가장 적절히 구사한 예다. 순박하게 행동하지만 형상은 외계인 같은 무서운 아이, 선하게 생겼지만 사탄을 연상케 하는 검은 복장의 여자, 신나게 돌지 못하고 폐허의 고철더미로 정지해 버린 회전목마…. 밝고 환해야 할 이미지를 음산한 이미지로 대치해 놓았다. 그 결과 화면 전체는 익숙하지 않은 일탈의 기호로 넘실댄다. 화면 전체를 관통하는 네거티브 이미지는 한번의 반전도 없이 광고 끝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친숙해야 할 이미지를 정반대의 낯선 이미지로 치환한 이 광고는 기괴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확실히 성공했다. 그 결과 상당히 기분 나쁜 광고라는 평을 들었음에도 그 기분 나쁜 이미지를 통해 절대 열세에 놓여 있던 한화통신 휴대전화라는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데는 성과를 거두었다. 부정적 이미지를 활용해서라도 극약처방을 해야 하는 시장 상황이었던 것이다.
외국 광고의 경우도 엽기는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컴퓨터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아웃포스트닷컴(outpost.com) 광고(사진3)는 유머 섞인 엽기를 통해 회사명을 확실히 알린다는 광고 목표를 정확하게 달성하고 있다. 광고의 첫 장면엔 아웃포스트닷컴의 대변인쯤 돼 보이는 사람이 등장한다. 어떻게 하면 아웃포스트닷컴의 이름을 알릴 것인가 고심했다는 멘트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그 방법으로 유치원 원아들의 이마에 아웃포스트닷컴이란 URL주소를 문신으로 새기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화면엔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 옆에서 온몸에 문신을 새긴 근육질의 남자가 아이들에게 문신을 새길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과 이마에 글씨가 새겨진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차례로 이어진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이마에 회사 이름을 새긴다는 발상 자체가 엽기적이다. 우리나라 광고 환경에선 심의에 걸려 아이디어 자체가 사장될 그런 광고다. 그러나 이 광고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찬양하는 일차원적인 광고가 아니다. 한번 웃어보자는 투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머는 “이 광고를 보고 불만이 있으면 아웃포스트닷컴으로 접속하라”는 메시지에 잘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