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의 가장 큰 고민은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다. 지금부터 노후 준비를 착실히 해두지 않으면 행복한 노후는 기대할 수 없다. 노후 설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융기관 상담서비스, 대중강연, 교육기관 등을 정리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진행하는 은퇴설계 강연.
하지만 ‘화려한 날’은 가고 이젠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문제에 당면해 있다. 과거엔 은퇴하면 자식의 부양을 받았지만 이들 세대는 은퇴한 뒤에도 부모와 자식 등 ‘딸린 식구’를 여전히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준비 없이 은퇴를 맞거나 노후 준비를 착실히 하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가정경제, 나아가 사회 전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55세 김 씨의 고민
그렇다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준비 현실은 어떨까. 중소기업에 다니는 55세 김모 씨. 지금의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그의 연봉은 5000만 원이 겨우 넘는다. 대학을 다니는 아들과 딸의 등록금과 아직 남아 있는 아파트 대출금, 생활비까지 충당하기엔 빠듯한 액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정년연장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점이다.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 300인 이하 사업장은 2017년부터 의무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김 씨가 과연 60세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평균 퇴직 연령 53세(통계청, 2012년 조사)를 넘어선 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회사로부터 퇴직 압박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회사를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저축이나 노후 준비는 꿈같은 이야기다.
대기업에 다니는 50대라면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다. 평균 연봉도 중소기업의 2배 이상인 데다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지원해주는 기업도 적지 않다. 퇴직 후 재취업과 창업 컨설팅, 재무 설계 등 은퇴준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부러운 혜택이다.
금융권, 기관 등에서도 노후 준비에 도움을 주는 상담, 강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은 퇴직을 앞둔 혹은 퇴직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은퇴 후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무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스로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실속 정보를 찾아나서야 한다.
금융권 은퇴설계 상담서비스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게 금융기관의 상담이다. 금융기관은 은퇴 준비 교육 시장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곳이다. 은퇴 금융시장은 2010년 193조 원 규모에서 지난해 300조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은행권에서는 2015년 520조 원, 2020년 98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5년 설립돼 증권사 은퇴연구소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연구소는 올해 미래에셋은퇴연구소를 새롭게 출범했다. 노후 준비와 은퇴 자산 축적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연구, 교육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직업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은퇴 시뮬레이션 ‘은퇴 스케치북’ 서비스를 홈페이지(life.miraeasset.com)에서 제공한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WM사업부와 상품전략부 등에 있던 은퇴설계 관련 업무를 이관한 ‘100세시대연구소’를 만들어 ‘100세 시대 인생대학’ 등 은퇴준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100세 시대 생활연구총서 ‘행복한 100세 시대를 위한 서드에이지(Third Age) 생활설계하기’를 발간했다. 일반적인 은퇴자산 관리 서적과 달리 여가, 재취업, 가족, 사회관계 등 다양한 삶의 요소를 구체적인 통계와 사례로 풀어내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도 각각 은퇴설계연구소, 미래설계연구소를 만들어 은퇴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신한Neo50플랜’을 내놓고 은퇴 자산관리를 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은행이 은퇴 설계를 돕는 상담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참조). 이들 금융기관은 대부분 각 지점에 상담 직원을 배치하고 있으며, 자사 고객이 아니더라도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와 은행이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는 직접 해당 증권사와 은행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은퇴 설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미래에셋과 농협은 은퇴 관련 잡지를 만들고 있다. 미래에셋은 은퇴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격월간 ‘은퇴와 투자’를 발행한다.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실장은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 준비 설계에 관심은 있지만 막막함을 느끼는 분이 많다. 그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주기 위해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퇴와 투자’는 영업점과 퇴직연구소 홈페이지(investments.miraeasset.com)에서 볼 수 있다.
NH농협은행도 NH은퇴연구소에서 계간 ‘행복설계’를 발행하고 있다. ‘행복설계’는 최근 발행된 봄호에서 중년·고령층이 ‘지키는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안전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비과세 금융상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개정 연금소득세법에 대한 자세한 해설도 실었다. 전국 농협은행 영업점과 은퇴연구소 홈페이지(pension.nonghyup.com),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NH매거진’을 통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에서 ‘100세 시대 은퇴 설계’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서비스를 활용하기는커녕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금융연구소가 전국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 재무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기관의 은퇴설계 서비스를 이용해본 고객은 30%도 되지 않았다.
더구나 은퇴설계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 가운데 39.2%는 금융기관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금융기관에서 은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던 응답자 가운데 37.6%는 은퇴를 준비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일부는 은퇴설계 서비스를 고액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로 알고 있었다.
국민연금공단 ‘은퇴설계콘서트’
은퇴 설계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강의도 들어볼 만하다. 국민연금공단은 2011년부터 베이비부머들에게 노후설계를 설명하고 상담해주는 ‘베이비부머 은퇴설계 콘서트’를 열고 있다. 올해에도 미래에셋생명, 한국주택금융공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대한은퇴자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 8개 전문기관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은퇴설계 콘서트에서는 재무, 대인관계와 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은퇴설계 강연과 상담을 제공한다. 4월 30일 서울을 시작으로, 5월 부산, 6월 서울남부·광주, 9월 서울북부, 10월 수원·대전, 11월 대구 등에서 열 계획이다. 참가신청은 국민연금공단 전국 지사와 콜센터(국번 없이 1355), 홈페이지(www.nps.or.kr)를 통해 선착순 접수(참가비 무료)하면 된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와 함께 5월 중에 ‘100세 시대 자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자산힐링캠프’를 열어 자산관리의 4대 변화 모멘텀인 ‘은퇴’ ‘4대 보험’ ‘세금’ ‘부동산’에서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한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투교협)에서도 노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를 위한 금융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6월 교육은 생애 자산설계 사례와 강창희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대표의 ‘인생 후반을 좌우하는 장수, 건강, 자녀, 부동산 편중 자산구조, 인플레 리스크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로 구성된다. 교육은 무료이고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투교협 홈페이지(www.kci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는 서울대학교와 공동으로 ‘100세 시대 인생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5월과 10월에 개강하는 노후 설계 프로그램으로 김난도, 유안진 교수 등 명망가 멘토들이 인생 후반기를 잘 보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내용들을 6주 동안 강의한다. 지난해 졸업한 1기생들은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거래하는 ‘Premier Blue Members’만 지원할 수 있다.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온라인 강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방송통신대학의 4050 교육프로그램인 ‘프라임 칼리지’다. 프라임 칼리지는 제2 인생기의 이해, 인문교양, 창업과 귀농, 외국어 지도과정과 베이비시터 양성과정 등의 수업을 온라인(prime.knou.ac.kr)을 통해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도 6월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어느 정도 노후 준비가 된 여유 있는 50대라고 하더라도 일손을 놓기엔 아직 젊다. 여전히 일자리를 원한다. 이러한 50대를 위한 취업과 창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5060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인생설계를 지원하기 위한 ‘서울 인생이모작 지원센터’(02-389-8891, seoulsenior.or.kr)가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은퇴 후 노후설계를 비롯해 재무, 여가, 건강관리 등의 인생설계 기본교육부터 각자가 원하는 분야에서 사회공헌, 재능기부, 창업,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심화교육을 제공한다. 수료생들이 실제 원하는 현장에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센터에서 적극 지원한다. 특히 수요가 가장 많은 재취업 프로그램 수료자들을 위해 별도의 취업알선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장희경 팀장은 “주차관리원, 베이비시터, 설문조사원, 경로당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직업군의 직업 교육을 하고 있으며 많은 분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0명을 모집하는 바리스타 과정에 80명 이상이 지원할 정도로 재취업 강좌는 인기가 많다. 장 팀장은 “50대 세대의 높은 학력과 지식 수준, 전문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서울시 희망설계아카데미는 지식서비스, 유통서비스, IT벤처 등의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전문경력을 보유한 만 40세 이상의 서울 거주 은퇴자를 대상으로 5월부터 두 달 동안 은퇴 후 생애설계, 재능기부와 사회공헌활동, 초기 창업기업의 이해 등의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수료자들은 ‘창업닥터’라는 이름으로 청장년 창업 기업과 서울 소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에 나서게 된다. 희망설계아카데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장년창업센터(02-3430-2240),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1588-9142)로 문의하면 된다.
이 외에도 한국산업기술대 평생학습원의 ‘행복한 인생 100세 창업과정’ 등 지자체와 대학 내 평생교육원에서도 50대를 대상으로 창업과 재취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5563 새출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은퇴 이후 심적,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강남대학교 평생교육원을 비롯한 8개 기관과 함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참조). 자세한 내용은 경기평생학습포털 길 사이트(gil.gg.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은퇴자협동조합 설립 잇따라
베이비부머의 은퇴 후 삶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서울은퇴자협동조합(070-4713-7511, www.myencore.co.kr)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립되었다. 은퇴설계 전문가인 우재룡 전 삼성생명은퇴연구소장이 조합장을 맡은 서울은퇴자협동조합은 은퇴자들의 창업이나 재취업, 공동체 활동, 생애설계와 재산관리를 위해 활동할 예정이다. 특히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創職)’과 창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신용삼 서울은퇴자협동조합 이사는 “50대는 사회적 경험이 풍부하고 학력이나 지적 수준이 높은 편이다.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우리 스스로 다양한 직업을 만들고 창업 아이템을 찾는 등 블루오션을 개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은퇴 후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재능기부 등 사회기여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은퇴자협동조합에 이어 대구은퇴자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울산, 부산, 광주, 대전 등에서도 은퇴자협동조합이 생길 예정이다. 우재룡 조합장은 “전국 각지에서 생긴 은퇴자협동조합과 함께 714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지원하는 은퇴자들의 허브 조직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