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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해체 주장한 이헌재 경제팀 연구

전경련 해체 주장한 이헌재 경제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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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디지털 경제체제로의 성공적인 변화는 노사갈등까지 잠재울 수 있으며, 우수한 잠재 인력을 벤처기업으로 끌어들여 실업문제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촉진제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재경부 장관에 임명된 1월13일 “오너들의 이익집단인 전경련은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대기업들이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는 시각을 반영한다.

따라서 올해 이헌재 경제팀은 지속적으로 코스닥 육성책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1월14일 재경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평소에도 “코스닥은 어차피 위험한 모험시장이기 때문에 너무 건전하게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코스닥은 거품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런 웅장한 정책비전을 펴기에 앞서 당장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연초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는 금리와 총선 이후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당장 손대야 할 사안이다.

이장관은 취임사에서 금리를 한자리수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현재 금리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은행이 과거처럼 기업에 무작정 대출을 해주지 않고 철저한 여신심사를 거쳐 상환능력을 검증한 후에 대출을 해주는데다, 대기업들도 부채비율을 감안해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금 수요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 최근의 금리 인상은 채권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며 시장이 안정되면 곧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4·13 총선 이후 돈이 많이 풀려 금리가 오르리라는 ‘인플레 숙명론’도 고민거리. 현 경제팀이 경제논리에 입각해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 요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가 거시경제지표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맞물려 은행 대출청탁 등 경제논리를 무시한 민원들이 재연될 경우 시중에 자금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금리와 물가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대란설을 진화하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성장추세로 볼 때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부실이 확대돼 또다시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면서 금리 물가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안정성 유지를 특히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김주형 상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면서 안정 성장을 추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 현 경제팀의 과제”라며 “IMF 위기를 넘기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향해 가는 열쇠를 이 경제팀이 쥐고 있다”고 했다.

금리 및 금융시장과 관련해 이헌재 경제팀이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난제가 7월로 예정된 채권 시가평가제의 전면 실시다.

현재의 투신상품은 장부가 방식으로, 투신권이 손실을 떠안고 고객은 약속된 원리금을 찾아가는 형태다. 하지만 시가 평가제를 실시하면 투자자들이 손실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핵폭탄’에 비유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간주된다. 이장관도 “금융 구조조정의 대미는 채권 시가평가제를 국내 금융시장에 안전하게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9∼10월 금융시장을 뒤흔든 금융대란설이 오는 7월에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을 떠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장부가 펀드를 시가 평가 펀드로 전환, 7월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책을 펴왔다.

또한 채권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잡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채권딜러간 채권 중개를 떠맡을 인터딜러 브로커의 성공적인 도입과 사적연금 등 채권을 살 수 있는 수요기반을 확충해 채권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케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올해는 금융산업의 구조개편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재경부가 여러 업종의 금융산업을 거느릴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 도입 방침을 밝힌 상태여서 하반기부터 은행간 합병 등 제2차 금융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현 경제팀은 관치금융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철저히 시장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는데, 이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시장주의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미 사외이사 도입을 통해 은행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증권거래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며, 각종 협회들이 시장의 자율규제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을 추진하는 등 관치경제에 종지부를 찍고 자율시장을 뿌리 내리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혁에 착수한 상태다. 새 경제팀이 이를 약속대로 잘 추진해 가느냐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대우 워크아웃의 마무리작업 등 기업 구조조정의 완료도 주요 테마가 될 것이다. 아직 회생하지 못하고 있는 설비투자 등이 회복세를 나타내기 위해선 조속한 시일 내에 대우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이와 함께 1년반 넘게 진행돼온 6대 이하 그룹의 워크아웃 작업도 실효성을 한 단계 더 높여 경제구조의 중간층을 튼튼히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생산적 복지’와 ‘균형 재정’

한편 김대중 대통령이 치사에서 밝혔듯 IMF체제를 겪으며 악화된 빈부격차를 ‘생산적 복지’를 통해 해결해 가는 것도 역시 올해의 큰 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 부분은 재정과 관련된 분야로, 이장관에게는 그다지 익숙치 않기 때문에 기획원 출신 관료들과의 효율적인 정책조율이 절실하다.

이장관은 취임사에서 “재정지출을 늘려서라도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이것은 5년내에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중기 재정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데, 양자를 어떻게 조화시켜갈지 주목된다”고 말한다.

아울러 98년부터 구조조정에 투입된 64조원의 공적자금이 올해부터 회수에 들어가는데, 이중 정부가 갖고 있는 은행지분을 얼마나 제 값에 팔 수 있느냐도 이헌재경제팀의 활동을 감상하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신동아 200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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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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