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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던 쥐, 고양이를 물어뜯다

대우차 매각협상 1000일 秘史

쫓기던 쥐, 고양이를 물어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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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GM뿐 아니라 포드, 현대자동차 등도 대우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반발하자 정부와 채권단은 국제 경쟁입찰로 방침을 바꾸고 2000년 2월 제안서를 접수, 그해 6월 가장 큰 액수를 써낸 포드만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GM은 대우차 인수의 문턱에서 또 한번 좌절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때가 GM에 대우차를 가장 좋은 조건에 팔 수 있는 기회였다고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포드는 쌍용차를 포함한 일괄인수 가격으로 7조7000억원을, 현대차-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은 5조∼6조원을, GM-피아트 컨소시엄은 4조∼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포드는 9월 중순 돌연 대우차 인수를 포기, 우리측을 당황케 했다. 포드는 비공개 원칙 때문에 그 구체적인 배경은 설명하지 않았으나, 실사과정에서 드러난 대우의 엄청난 부실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반면 우리측은 “포드가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 문제로 제 코가 석자였던 터라 이사회에서 대우차 인수 문제를 꺼내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포드가 써낸 금액도 실사를 거치지 않아 근거가 약한 것으로, 이를 얼마든지 깎아내릴 수 있는 조건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으며, 그나마 우리측 당국자가 협상의 기본 룰을 어기고 이를 공개하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포드의 갑작스런 인수포기 선언으로 여론은 포드 때리기와 책임자 인책론으로 콩을 볶는 듯했고, 정부에서도 포드의 입찰가격을 공개한 것과 우선협상 대상자를 한 곳만 지정한 게 ‘2대 패착요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두번째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현대차-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까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가 현대차에 낙찰될 경우 독과점 논란이 일 것을 우려했다는 설과,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추진해온 외자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현대차를 배제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이 대우차 인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GM측에 “다시 와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리측에 더 이상 대안이 없다는 걸 알게 된 GM은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반면 여러 업체에서 인수 의사를 보이고 포드가 기대 이상의 금액을 써내자 느긋하게 칼자루를 만지며 공치사에 급급했던 정부와 채권단은 거꾸로 칼날을 잡게 됐다.

GM의 CEO 릭 왜고너는 2000년 9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선별인수도 고려중”이라며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는 한편, 10월7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서도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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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영 < 연합뉴스 산업부 기자 > keykey@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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