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기업 구조조정은 부실기업과 그들의 연쇄도산이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하였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기업의 부실은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 탓에 미미한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없는 부실한 재무구조와, 한 기업이 도산하면 계열기업이 연쇄도산하는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으로 대표되는 기업 지배구조에 기인했다. 따라서 기업 재무구조를 개선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벌의 잘못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부실 계열사를 과감하게 정리는 것이 기업 구조조정의 목표였다.
셋째, 공공부문 개혁은 정부의 규제 남발과 낮은 생산성이 민간부문의 비효율을 조장하고, 비효율적이고 부실한 공기업이 정부 재정을 악화시키고 높은 생산비용을 초래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불필요한 규제를 척결하고 정부부문을 축소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공공부문 개혁의 목표였다.
마지막으로 노사관계 개혁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대립적 노사관계가 불법·폭력적 파업을 빈발하게 하고 이것이 기업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생산비용을 높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외국투자의 유입을 가로막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노·사·정간의 대화를 통해 노사에 모두 득이 되는 생산적 관계로 개선하는 것이 노사관계 개혁의 목표였다.
지난 5년 동안 이 4대 부문 개혁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부문별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기업과 금융부문의 부실이 상당 부분 제거되었고, 스스로 책임지지 않고 정부에만 의존하려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많이 사라졌다.
먼저 금융부문 개혁을 보면 수많은 부실 금융기관이 청산되고(2012개중 531개) 금융기관의 인력과 점포수가 감축되었다. 158조9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효율적인 금융인프라 구축을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와 통합 금융감독원을 설치하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부실채권의 기준과 부실여신 규모 실사를 강화했고 적기시정조치제도, 예금부분 보장제도 및 채권시가평가제를 도입했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한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를 유도했고 전자금융을 확산했다. 그 결과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1999년말 기준 12.9%에서 2002년 9월말 기준 2.4%로 낮아졌고,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이 1997년말 기준 7%에서 2002년 6월말 기준 10.8%로 높아졌다. 또 2000년의 4조2000억원 적자에서 2002년 3·4분기 기준 5조4000억원 흑자로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
사라진 ‘대마불사론’
둘째, 기업 구조조정은 4대 부문 개혁 중 성과가 가장 큰 부문이다. 무엇보다 ‘대마불사론’이 퇴조했다. 5대 재벌기업과 재계 순위 6위 이하 기업에 대해 각각 업종교환(빅딜)과 기업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실시했다. 기업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재벌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1인 총수 지배의 선단식 문어발 경영을 지양했다. 후자를 위해 회장비서실을 폐지하고 재벌회장들이 등기 이사로 취임하도록 하고,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다.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고 상호직접출자 금지, 연결재무제표 도입, 집중투표제·대표소송제 등을 도입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도입했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도입해 부실기업의 퇴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상시 구조조정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와 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도입, 부실기업의 경영정상화와 전문적인 구조조정체제를 구축했다. 워크아웃의 결과 대상 기업 83개 중 52개 사가 조기졸업하거나 정상화됐다. 16개 기업은 정리됐고, 현재 15개 사가 남아 있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대기업 빅딜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 이런 정책의 도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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