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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서울유나이티드’대표 김우일이 털어놓은 ‘요지경 프로축구’

회장님 취미사업에 기업희생, 구단 통해 기밀비 조성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서울유나이티드’대표 김우일이 털어놓은 ‘요지경 프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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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그룹, 축구관련 기부금만 한 해 200억원
  • ●구단장 자리 놓고 회장 측근들 암투
  • ●계열사들, 은행에서 돈 빌려 축구단 지원
  • ●영수증 한 장 없는 접대비, 진행비, 판촉비, 섭외비, 기타비
  • ●모기업 지원 NO! 돈 버는 시민구단 만든다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서울유나이티드’대표 김우일이 털어놓은 ‘요지경 프로축구’
건네는 명함에 선명한 대우마크가 먼저 눈에 띄었다. 세계로 뻗어가는 대우를 상징하는 힘찬 블루. 대우P&F인베스트먼트 회장·대표이사라는 직함 아래 김우일(54) 석 자, 그리고 조그맣게 ‘전 대우그룹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이라고 씌어 있다. 이 남자에게 대우는 숙명이요 애증이구나 싶다. 3년 전 그는 ‘대우그룹 비사(秘史)’를 공개했다. 분식회계로 숨긴 40조원의 부채, 비자금으로 만든 수십 개의 위장계열사….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폭탄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대우가 아니라 축구 이야기를 하러 왔다. 열네 번째 프로축구단, 두 번째 서울 연고팀의 탄생은 축구팬이라면 가슴 설레는 소식이다. 프로축구 서울시민구단 창단 모임인 ‘서울유나이티드’는 7월1일 법인 대표이사로 전문경영인인 김우일씨를 위촉하고 7월23일 회사설립 등기를 마쳤다. (주)서울유나이티드는 연말까지 기업 컨소시엄과 시민주 공모, 외자도입으로 500억원의 창단 자금을 확보하고 2005년 K리그에 데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숨 가쁜 스케줄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김우일일까.

김우중 회장의 축구열정에 탄복

그가 회장으로 있는 대우P&F인베스트먼트는 중소기업 컨설팅과 기업 인수·합병 전문 기업이다. 하지만 24년 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과 구조조정본부에 몸담으며 부산 대우로얄즈 창단과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 그리고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는 확실히 배웠다. 이제는 프로답게 제대로 된 시민구단을 경영하고 싶었다. 서울시민구단 창단 모임인 서울유나이티드에 ‘흑자경영’을 내건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서울유나이티드의 역사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4월 ‘FC서울 서포터스창단준비위원회’가 만들어져 여론조사 등 물밑작업을 했고 이후 ‘서울구단 창단을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서창모)’으로 바뀌었다가 서울시민구단 창단 커뮤니티인 서울유나이티드로 이어졌다(회장 이영기). 여기에 2002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축구팀 없는 서포터스 ‘레드파워(서울지역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조직) 등 1만여명의 서포터스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서울 입성 권리금 250억원의 벽에 부딪혀 창단작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안양 LG치타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해 FC서울이 탄생했다. 비록 첫 서울팀이라는 타이틀은 뺏겼지만 시민구단이라는 명분은 바래지 않았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서울유나이티드 사무실에서 김우일 대표를 만났다. 그는 대뜸 대우를 화제로 끌어냈다.

“얼마 전 김우중 회장을 모델로 했다는 소설 ‘잃어버린 영웅’이 나왔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권력실세에게 쫓겨난 김우중, 그렇게 미화하면 안 되죠. 김 회장이 영웅은 영웅인데, 실패한 영웅이거든. 자꾸 그런 식으로 미화하면 국민이 아, 권력에 붙으면 기업이 살고, 안 붙으면 죽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된단 말입니다. 대우는 시장경제에 의해 무너진 거예요. 관치금융 시대였다면 무너지지 않았을 겁니다. 정부도 10조원을 도와줬으니까 할 만큼 한 거고. 한마디 더하면 여기에 국민도 협조한 셈이죠. 대우 회사채가 연리 30%일 때 25조원 어치를 발행했어요. 대우가 휘청휘청하는 데도 다 사줬거든. 금융기관에서 김 회장은 신(神)이었어요. 신이 지급보증하면 무조건 다 해줬으니까. 저는 대우의 실패가 후대 경영인들에게 참고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우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죠. 이제 축구 이야기 합시다.”

계열사에 기부금 강제 배당

-모기업 홍보수단으로 활용되는 프로구단 시대는 끝났다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모기업의 지원 없이 운영이 가능할까요?

“기업홍보, 광고효과를 들먹이며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시대착오예요. 기업이 정말 그걸 믿고 축구단을 운영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만두고 싶은 사람 손 들라고 하면 전부 들 겁니다. 제가 대우그룹 기획조정실과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할 때 기부금 담당이었어요. 김우중 회장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죠. 그룹 사내 체육대회를 하면 직접 경기에 참가했고, 출장 가서도 로얄즈가 몇 골 넣었냐고 물었으니까요. 김 회장이 축구협회 회장도 하셨고 대우로얄즈, 아주대, 거제고, 거제중, 거제초 이렇게 5개 팀을 일관되게 육성해야 한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축구 발전에 꼭 필요한 일이었죠.

이상은 좋지만 돈을 마련해야 하는 제가 죽을 맛이었죠. 축구협회 기부금이 매년 30억원, 로얄즈 운영비 60억, 아주대 30억, 초·중·고 20억 이런 식으로 해마다 축구와 관련해서 200억원 정도를 조달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했느냐면 계열사 매출액을 죽 깔아놓고 대우건설 10억, 대우전자 20억, 대우자동차 30억 이렇게 배당해서 공문을 보냅니다. 계열사 사장들은 안 내려고 아우성이죠. ‘무슨 광고효과요, 다 버리는 돈이지’ 이렇게 반박하면 할말이 없잖아요. 그럼 김 회장께 보고합니다. 김 회장이 ‘누가 안 냈어? 당장 전화해.’ 그렇게 해야만 돈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익 나는 회사도 아니고 부채로 허덕이는데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옵니까. 계열사들은 기부금을 내려 은행에서 차입을 했어요. 팀이 우승이라도 하면 저는 한숨부터 나옵니다. 우승 축하금을 따로 마련해야 하거든요. 정말 그런 일이 싫었습니다. 로얄즈 축구팀 우승하고 기업하고 무슨 관계냐고요. 기업은 제품으로 승부해야지 엉뚱한 데 돈을 쓰는 게 불만이었죠. 회장님 취미사업에 기업이 너무 큰 희생을 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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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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