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대한항공에 나보이 공항에 화물기를 출항시켜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래서 2007년 11월 현지에 조사팀을 보냈습니다. 가보니 사막 한복판에 활주로만 달랑 있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또 화물기가 들어가면 근처에 생산기지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즉각적인 사업개시는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한국에 왔는데, 그때 조양호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해왔어요. 그런데 면담시간이 의외로 길어졌어요. 당시 카리모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이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여서 항공운송만이 살길이라며 도와달라는 요청을 강하게 했습니다. 대한항공이 항공화물 1위 회사인 만큼 함께 프로젝트를 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회장께서 면담이 끝난 뒤 ‘미래에 대한 투자’라면서 해야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겁니다. 카리모프 대통령도 ‘절대로 대한항공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주겠다. 우리를 믿어달라’고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는 우즈베키스탄 중심에 위치한 나보이 국제공항을 중앙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육성하는 사업입니다.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고 산업기반이 취약해 지금 당장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앙아시아 물류허브 구축과 미래에 대한 투자개념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 나보이는 어디에 있나요.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남쪽으로 약 500㎞ 떨어진 곳입니다. 지형학적으로 볼 때 우즈베키스탄의 정중앙에 있습니다. 지형은 산이 없고 평지입니다. 또 사막기후여서 전자 등 정보기술(IT) 관련 공장을 건설하기엔 최적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크로드의 한가운데 있는 곳입니다.”
나보이 공항, 지방공항에서 국제공항으로 변신
▼ 현재 대한항공이 나보이 공항 운영을 맡고 있지요.
“예. 그렇습니다. 나보이 공항은 대한항공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선 주 2편, 국제선은 주 1회 운영하는 소규모 지방공항이었습니다. 그런 비행장에 첨단 항공기인 747화물기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류 저장시설과 관제시스템 등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한항공에서 별도 인력까지 파견해서 준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 저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8월27일에 취항식을 가졌습니다. 지금까지 280여 차례 이상 대형화물기가 안전하게 운항하면서 안전성과 조업능력을 입증했습니다. 현재 나보이 공항은 대한항공 화물기가 취항하는 공항 중 인천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운항횟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공항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화물기가 운항하는 공항으로 바뀌었습니다.”
▼ 대한항공 입장에서 나보이에서 화물기를 운항할 만큼 수요는 충분한가요.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아요. 먼 장래를 보고 투자한 겁니다. 대한항공도 허브 공항이 인천공항 하나로는 안 됩니다. 항공화물산업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 자체 터미널이 있는 곳이 인천, 도쿄, 오사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입니다. 그런데 중앙아시아에도 허브 공항이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중앙아시아의 성장 동력이 지금 당장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크게 달라질 겁니다. 한국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자원도 많아요. 아까 이야기했듯이 양질의 노동력도 많습니다. 한국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합해지면 윈-윈 할 수 있고, 전략적인 동반자로 갈 수 있습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대한항공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 감동을 받은 것 같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한진그룹 간에는 이제 신뢰가 생겼어요. 현재 공항처리 능력 확장 및 시설 현대화를 위한 공사가 대규모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항공화물 터미널 공사가 진행 중인데, 대한항공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을 모델로 건설 중입니다. 대한항공이 터미널 설계 단계부터 건축, 운영, 조업에 이르기까지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항공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시켜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