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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아시아상공회의소(SACC) 부회장 우얼스 루스텐베르거

“한국에선 북한 핵실험보다 노조 파업이 더 무섭다”

스위스-아시아상공회의소(SACC) 부회장 우얼스 루스텐베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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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아시아상공회의소(SACC) 부회장 우얼스 루스텐베르거

루스텐베르거 부회장은 한국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든 사례는 2007년 5월 박광태 광주시장을 단장으로 한 ‘2007 광주시 유럽투자유치단’의 스위스 방문이었다. 당시 광주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했다.

“언론투자유치단은 스위스의 최대 상업 및 산업도시인 취리히에서 스위스-아시아상공회의소(SACC) 우얼스 루스텐베르거 부회장과 회원 60여 명을 초청,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한-EU 간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 개시로 그 어느 때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유럽의 상공인들에게 광주를 홍보하고 투자해줄 것을 적극 요청했다.”

그러나 루스텐베르거 부회장은 그날 이후 광주시 관계자들을 본 일도 없고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 조만간 한국과 EU가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유럽이 한층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유럽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한국과 스위스는 이미 2005년에 FTA를 체결했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특히 한국에는 기회가 될 겁니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한국과 EU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이고 순수하게 경제적인 상호협조가 가능합니다.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와는 다르죠. 게다가 이미 한국은 유럽 상품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유럽산 자동차, 유럽산 의류, 유럽산 가구 등이 한국시장에서 이미 자리 잡았습니다.”

7월11일, 한국과 EU간 FTA 타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협상을 시작한 지 2년2개월 만이다. 첨예하게 부딪쳤던 관세환급제도는 살아남았고, 원산지 문제도 원만히 해결됐다. 관세환급은 수출을 목적으로 상품의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할 때 부과했던 관세를 그 재료로 다시 상품을 만들어 수출할 때 되돌려주는 제도로 한국에 유리하다. 원산지 문제와 관련해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에 대한 원산지 기준은 역외산 부품사용 비율 상한을 45%로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이로써 역외산 부품을 45%까지 사용한 완성차도 한국산으로 인정받게 됐다. 한-EU 양측은 의회 비준 절차를 거친 뒤 협정을 발효하게 된다.

▼ 하지만 한국에는 FTA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농민, 노동자들이 FTA에 반대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잘못된 정보가 제공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분명한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FTA가 많은 사람과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잘 계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스위스에서도 농민들이 거세게 반대했지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FTA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FTA를 체결한 이후 한국과 스위스 간 경제협력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아직은 초보 단계입니다.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겨가는 단계죠. 한국과 스위스는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원이 없다는 점이 우선 비슷합니다. 한국이 그렇듯 스위스도 자원이라고는 석회석밖에 없는 나라입니다. 현재 빠르게 진행 중인 분야는 산학협동 부문입니다. 이미 한국의 카이스트(KAIST)와 스위스 연방공과대학(ETH) 같은 연구기관 사이에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수준 높은 기초과학을 이용해 한국에서 상품화를 준비하는 작업입니다. 한국은 연구·개발에서 상품화로 이어지는 속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나라입니다. 반면에 스위스는 높은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상품화 속도가 느립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로 TV를 보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국밖에 없습니다. 한국 기업의 상상력과 도전정신은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스위스는 그런 것을 배우고 싶어합니다.”

핵보다 무서운 노조

▼ 핵실험 등 북한의 돌발적인 군사행동이 한국 경제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6·25전쟁 이후 서울은 줄곧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 내에 있습니다. 당연히 불안하죠. 게다가 북한은 아주 이상한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서 예측도 쉽지 않습니다. 김정일의 사망이나 권력공백도 예측되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사실 정말 무서운 것은 핵실험 같은 현존하는 위험이 아니라 불확실성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 북한 문제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꺼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북한을 지원했습니다. 일단 저는 좋은 일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나 오래, 그리고 너무 많이 퍼줬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북한이 남한의 원조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지경이 됐습니다. 제가 북한 사람들을 많이 아는데 그 사람들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생각입니다. 이제는 좀 조일 때가 됐죠. 하지만 북한 문제는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것 때문에 한국 경제가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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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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