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제(8월 8일) 발표한 2013 세제개편안에 대해 먼저 묻겠습니다. 정부는 ‘조세정의 실현’ ‘세제 정상화’라고 하지만 사실상 증세 아닌가요.
“지난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재무장관들과 나눈 얘기인데요, 현재 각 나라는 재정 건전화 방안 마련에 대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율을 올리거나 세목을 신설하는 등 증세는 어려운 형편이에요. 워낙 글로벌화해 있다보니 (증세하면) 다른 나라로 가버리니까요. 그래서 다들 비과세 축소나 지하경제, 특히 역외탈세 방지 등 세원의 베이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런 추세에 맞춰 박근혜 정부도 처음부터 비과세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원을 확보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번에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기존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종교인과 연소득 10억 원 이상의 농업인을 새롭게 과세 대상에 포함시킨 것 등이 이런 방향의 결과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세 부담이 중산층 이하에서 6300억 원 줄고, 고소득층에서 2조5000억 원 정도 늘어납니다. 근로자 세 부담을 늘리려고 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증세하면 달아난다”
▼ 민주당 등 야당 반대가 거셉니다. ‘서민 살상용 세금폭탄’이란 말까지 나왔는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뀜으로써 전체 근로소득자 중 상위 28%의 세 부담이 어느 정도 증가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 세 부담을 따져보면 총 급여 4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사이에 있는 분들은 연 16만 원 정도 늘어나요. 그럼 매달 1만3000원가량인데, 이 정도를 가지고 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해주셨으면 합니다.”
중산층 월급쟁이 세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신동아’ 인터뷰 사흘 후인 8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기재부는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는 세 부담이 늘지 않고, 5500만 원에서 7000만 원 사이는 세 부담이 2만~3만원 증가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중산층 세 부담액이 기존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현 부총리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안타깝다”며 “(수정안으로 줄어든 세수는) 전자계산서,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를 더욱 확대해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 강화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것을 국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찬성할까요.
“이미 학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사안이고, 세액공제로 고소득층 부담을 더하는 것이 맞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여당은 정부와 같은 견해고요, 야당도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면서 법인세는 그대로 뒀다는 점에서도 불만이 큽니다.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법인세 누진세율을 현행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그렇다면 향후 법인세는 낮아지는 건가요.
“아직 정한 건 없습니다. 우리나라 법인세 수준(현행 최고세율은 22%)이 높은지 낮은지는 좀 더 분석해봐야 합니다. 다만 대다수 국가가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하는 만큼, 우리도 단일세율로 간다고 방향을 설정했다고 봐주세요.”
비과세 축소와 함께 세수(稅收) 확보의 또 다른 축은 지하경제 양성화다. 현 부총리는 “상반기에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현금영수증 및 전자세금계산서 의무 발급 확대, 금융거래정보의 과세자료 활용 범위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제도 개선의 효과로 늘어나는 세수가 얼마나 되나요.
“지하경제 양성화를 ‘세수 확보를 위해 마른 수건을 더 짠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됩니다. 이 역시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 차원에서 조세 형평성을 위한 조치입니다. 정부는 특히 대기업·대자산가, 고소득 전문직, 역외탈세 등에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에요. 지하경제 양성화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27조2000억 원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