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본부 독립, 실익 없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제도 및 기금운용 개선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하는데, 올해에 세 번째 재정계산이 이뤄진다. 최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이하 발전위원회)가 논의 결과를 정부에 전달했는데,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여부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은 2060년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2043년까지는 ‘적립’이 ‘지출’보다 커 기금이 증가하다가 이후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 2060년에 고갈되는 것이다. 발전위원회는 이 시점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지금’ 인상할지에 대한 판단을 정부에 미뤘다. 보험료율을 13~14%로 현 정부 임기 내에 올려야 한다는 의견, 기금 증가 기간 에는 인상하지 않으면서 그 외 다양한 재정 안정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복수로 제출했다.
최 이사장은 “보험료율 인상 문제만 별도로 논의하기보다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6개 변수를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피력했다. 6개 변수란 △보험료율 △수급연령 △소득대체율 △경제성장률 △기금운용수익률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다.
“국민연금의 문제는 저부담 고혜택으로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보험료율 인상은 이걸 해결할 중요 수단이지만 유일한 수단은 아니죠. 6차원 방정식을 1차원 방정식으로 푼다 한들 문제 해결에 도움은 안 되고 의견만 첨예하게 대립할 뿐입니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놓고 찬반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지금까지 6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논의는 없었어요.”
▼ 그래도 기본적인 개선 방향은 있을 텐데요.
“물론 보험료율이 오르지 않을 순 없습니다. 일본도 15.4%이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도 19.6%예요(2009년 기준). 하지만 현행 9%를 15~19%로 확 올린다? 그건 아니죠. 요율은 인상하는 쪽으로 가고, 평균수명이 늘었으니 수급연령은 뒤로 가야죠. 소득대체율은 이미 개선됐고요. 무엇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성장률이 최소한 4~5% 나와야 하는데….”
당초 70%로 설계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지급액)은 1998년 1차 제도개혁 때 60%로, 2007년 2차 제도개혁 때 향후 차츰 낮아져 2028년 40%에 도달되도록 변경됐다. 최 이사장은 최근 2차 제도개혁을 이끈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에 대해 “굉장히 용기 있는 일로 우리 국민연금제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는 407조 원의 기금 운용을 책임진다(7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시가총액의 6.01%. 소유지분이 5%가 넘는 회사도 236개에 달한다(7월 말 기준).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런 기금운용본부와 관련해 두 가지 이슈가 제기됐다.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한 독립기구(공사)화 여부, 국내 최대 주식투자자로서 의결권 및 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기구화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문성과 독립성은 이미 있습니다. 국민연금 이사장도, 복지부 장관도 기금운용본부 업무에 간섭하지 않아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심의와 가이드라인에 따를 뿐이지요. 별도 공사로 만든다고 해도 현재의 감독 체제를 줄일 순 없습니다. 지금과 달라질 게 없는 거죠.
그런데 기금운용본부가 밖으로 나가면 무슨 문제가 생기느냐, ‘복지 개념’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그저 수익 내는 데만 골몰할 뿐이지, 이 기금이 국민 노후를 책임지고 있다는 인식이 옅어져 큰코다칠 수 있어요. 가입자들이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봐요.”
▼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 강화는….
“본인 대리의 문제(Principal Agency Problem)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반대합니다. 가령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이지만 국민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의 주인은 2040만 명이 넘는 가입자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뜻을 알 도리가 없으니 의결권이나 주주권 행사에 문제가 생깁니다. 피터 드러커는 연금 납부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거대한 관료조직이 연금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연금사회주의’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기업을 지배하기 위해 투자한 게 아닙니다. 그 회사 수익률이 높아서 투자한 거지요. 기업이 정말 잘못되고 있다면 주식을 팔면 됩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내 채권 및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처럼 단기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도 있지만, 국민연금의 최근 5년간 평균수익률은 6%로 주요 해외 연기금보다 성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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