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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통화’ 될까, ‘튤립 버블’ 재판 될까… 중국인 투자 버블설도

‘가상화폐’ 비트코인, 사? 말아?

  • 신민기|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차세대 통화’ 될까, ‘튤립 버블’ 재판 될까… 중국인 투자 버블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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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을 되찾고 싶다면 3일 안에 비트코인을 보내시오.”
지난 5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격) 산하 병원들의 전산 시스템이 갑자기 마비됐다. 국가보건서비스망과 환자보호 시스템이 다운됐고, 곧이어 컴퓨터 화면에 협박 메시지가 떴다. 사흘 안에 비트코인 300달러어치를 넘기면 파일을 복구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병원은 비상이 걸렸다. 환자들의 수술을 미루고 급한 환자는 해킹 공격을 받지 않은 다른 병원으로 보냈다.

전 세계가 랜섬웨어 공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랜섬웨어(ransom ware)는 인질의 몸값을 의미하는 ‘랜섬’과 소프트웨어의 ‘웨어’가 결합된 말로 일명 ‘사이버 인질범’이라 불리는 악성코드다. 해커는 랜섬웨어를 통해 이용자의 컴퓨터 파일을 암호화하고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한 랜섬웨어 공격의 목적은 바로 ‘비트코인’이다. 초기 랜섬웨어는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을 요구했다. 수사 당국이 손쉽게 추적할 수 있어 피해 규모도 적고, 널리 확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주고받을 수 있고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도 없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 판이 바뀌었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도 해커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



금을 닮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말로,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가상화폐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호주의 공학자 크레이그 라이트가 자신이  나카모토 사토시라고 주장하면서 가장 가능성 있는 인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사토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면서 이와 유사한 가상화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더리움, 대시, 라이트코인, 리플 등 700여 종의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는 ‘알트코인’으로 불린다.

비트코인은 금처럼 채굴해서 얻을 수 있다. 단, 광산에서 곡괭이질을 하는 대신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계산식을 풀어야 한다. 초창기에는 계산식이 비교적 쉬워서 개인도 얼마든지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 수백, 수천 대를 연결해야 채굴이 가능하다. 설계할 때부터 비트코인을 채굴할수록 계산식이 복잡해지도록 설정해뒀기 때문이다.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양도 제한돼 있다. 현재까지 약 1620만 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했고, 모두 합쳐서 2100만 개까지만 채굴할 수 있다. 따라서 화폐처럼 국가가 돈을 찍어내거나 인위적으로 돈을 풀었을 때 나타나는 인플레이션(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하룻밤 사이에 돈의 가치가 10분의 1로 떨어질 정도로 화폐와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 화폐 대신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국가의 화폐는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발행하고 관리·통제한다. 은행을 이용하는 개인 고객들의 거래 역시 은행이 장부를 독점적으로 관리한다. 각 은행들은 거래내역과 고객 정보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보안 장벽을 쌓고 철저히 관리한다. 비트코인은 반대로 거래 장부를 모든 사람에게 개방함으로써 보안을 유지한다. 네트워크상에 있는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가 각자 장부에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갖고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 장부를 위조하려면 모든 사용자의 컴퓨터에 있는 장부를 동시에 바꿔치기해야 하는데 이는 슈퍼컴퓨터 수백 대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블랙머니’ 악용되는 비트코인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사설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만큼 보안에 취약하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이 해킹을 당해 3만여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비트코인 거래소에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제때 팔거나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에서는 비트코인 거래소 업체가 일방적으로 플랫폼을 폐쇄해 1000여 개 고객 계정과 함께 410만 달러(약 47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사라져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비트코인의 익명성과 국가 간 거래가 편리하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도 다양해지고 있다. 랜섬웨어와 같은 사이버 범죄는 물론, 범죄 집단의 자금 통로로도 이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원의 김진형 팀장은 “비트코인은 거래 기록이 모두 공개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만큼 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거래소 이용 시 반드시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고,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때 사용되는 입출금 계좌가 실명으로 등록돼 있어 완벽한 익명성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보다 비싸진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세는 0원이었다. 그 후로도 1년 7개월간 비트코인은 아무런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2010년 8월 20일에는 처음으로 시세가 0.06달러(약 70원)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전기세만도 못한 값이었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아직 0원이던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라스즐로 핸예츠라는 개발자가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사기도 했다.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해 현물을 구매한 날로, 비트코인 이용자들은 이날을 ‘피자데이’로 기념하고 있다. 그가 25달러어치 라지 사이즈 파파존스 피자 두 판을 받고 지불한 돈은 1만 비트코인이었다.

불과 7년 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폭등했다. 국제 비트코인 정보 제공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7월 7일(미국 현지시간) 현재 1비트코인당 가격은 2521.24달러(약 292만 원)다. 지금 시세로 따지면 핸예츠는 2521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92억 원짜리 피자를 먹은 셈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가격이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12월 31일 968.23달러에서 무려 160%가 오른 것이다. 올해 3월 1온스당 1200달러 수준인 금값을 넘어섰고, 지난달 11일에는 3018.54달러로 사상 처음 3000달러를 넘겨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보다도 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7일 현재(현지시간) 1이더리움당 262.78달러로 지난해 말 8.03달러에서 3172% 폭등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한 데는 중국의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달러 강세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자 중국 당국은 강력한 자본 통제에 나섰다. 내국인이 국외로 자금을 송금하는 것과 국외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 중국인 자산가들의 자본 유출을 억눌렀다. 이에 중국 자산가들은 정부 감시를 벗어나 자산을 옮길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 중국 내에서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사들인 뒤 외국에서 비트코인을 팔아 달러로 환전한 것이다.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할 정도로 투자 열기는 뜨거웠다.

이어 미국과 일본 등에서 가상화폐가 법정화폐 기능을 갖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더욱 상승세를 탔다. 올해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 승인을 거부했다가 재심사 신청을 받아들였다. 4월에는 일본이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면서 비트코인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비트코인 투자 어떻게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거래소를 통한 매매거래 △채굴 △채굴위탁 등 3가지가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온라인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사고팔 수 있다. 보다 안전하게 장기 보유하려면 수수료를 내고 전자지갑을 만들어 보관하면 된다. 최소 거래 단위가 소수점 8자리여서 몇 백 원으로도 거래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는 빗썸, 코빗, 코인원 등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거래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다르다. 특히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해외 거래소에 비해 비싼 편이다. 거래량이 적은 반면 수요가 몰리면서 일종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7월 8일 현재 코빗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304만 원이다. 코인데스크가 집계한 전 세계 평균 가격인 약 292만 원보다 비싸다. 

돈을 주고 사는 대신 직접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풀어야 하는 연산 문제가 어려워져 일반인이 채굴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투자와 투기 사이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수십만 원씩 가격이 오르내리며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 많은 데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거래할 수 있어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은 3018.54달러로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바로 다음 날인 12일에는 2682.59달러로 하루만에 11.13%가 빠졌다.

이런 탓에 비트코인이 꾸준히 상승세를 탈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스탠드포인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로니 모아스는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에 5000달러까지 상승하고, 10년 뒤에는 2만5000~5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양이 한정돼 있는 반면 수요는 늘고 있어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셰바 자파리도 “비트코인이 391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비트코인 버블(거품)이 꺼지면서 폭락할 우려가 높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사키 사다카즈 노무라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상승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 마치 가격 폭등과 폭락을 불러왔던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17세기 튤립이 귀족사회에서 인기를 끌면서 튤립 뿌리 하나가 집 한 채 값과 맞먹을 정도로 투기 열풍이 불었던 것을 빗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가상통화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시장이 과열돼 있어 가상통화 이용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는 금융투자 상품이 아니어서 가치 변동률의 상·하한 제한이 없고, 투자자 보호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자산으로서 가상화폐의 가치는 차세대 통화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국제 자금의 결제 증가와 정보통신기술(ICT) 성장으로 가상화폐의 사용 빈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이런 점을 인정하더라도 최근 나타난 시세 변화는 투기 버블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화폐는 무엇보다도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최근에 투자가 급증하면서 변동성이 커져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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