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도매상 같은 판매장 키워 대형 유통업체 이긴다

판매농협 완성? 소매 기능을 강화하라!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입력2012-08-22 09:3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도매상 같은 판매장 키워 대형 유통업체 이긴다

    양재 하나로클럽. 국내 최대 매장 면적을 자랑하며 하루 평균 고객이 1만3000명에 달한다.



    농민과 소비자가 모두 웃는 ‘판매농협’의 구현. 지난해 3월 시작된 농협개혁의 핵심이자 농협의 꿈이다. 7, 8단계에 달하는 중간 유통단계를 확 줄여 산지-물류센터-소매상 3단계로 축소함으로써, 농민에겐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받게 하고 소비자에겐 조금 싸게 팔자는 것이다. 유통단계가 줄면 소비자는 그만큼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

    농협은 이를 위해 회원 농민들에게 공동생산, 공동출하, 공동분배를 독려하는 한편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거대 도매조직을 키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성농식품물류센터 등 대형 물류센터를 새로 짓고 축산물의 경우는 농협안심축산을 대형 패커(Packer)로 육성하고 있다.

    농협이 농축산물 도매시장을 장악하면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이 보다 싼 가격으로 빠른 시간 내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농축산물 가격이 폭락·폭등하는 일은 거의 없다. 농협의 거대 도매조직이 수급조절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매 기능 확대 절실



    문제는 농협 도매조직으로부터 농축산물을 받아 적정 이윤을 남기고 소비자에게 판매할 양심적 소매상이 우리 가까이에 많지 않다는 점이다. 농협은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이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먹을거리 안전을 책임지고 농축산물의 가격 조정을 통해 물가안정에도 기여해야 할 공기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나 자회사, 각 회원 조합 소속 판매점(종합유통센터, 하나로마트, 하나로클럽 등)은 일반 소매상보다 이윤을 많이 남기지 못한다. 농협 산하 각 도매조직의 도매수수료가 민간 도매인에 비해 싼 이유도 농협이 태생적으로 농민을 위하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간 대형 유통업체들은 굳이 우리 농축산물, 특히 농협 회원의 생산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농축산물이면 국산과 수입품을 가리지 않는다. 품질 면에서 월등한 우리 농축산물이 있어도 이윤이 많이 남지 않으면 수입산을 선택한다. 그들에게 적정 이윤이란 소비자가 감내할 수 있는 최고 가격을 의미한다.

    농협은 농축산물의 유통과 판매에 있어 정부와 국민, 농민으로부터 심리적, 법적으로 적정 이윤을 강요받는 데 반해 대형 유통업체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에 원자재의 공급단가 인하를 강요하듯, 농민에게 농축산물의 공급가격을 낮출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싸게 살수록 자신들의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농민은 수취가격이 낮아져 울상이고 소비자는 농축산물을 비싸게 구입함으로써 주머니가 얇아진다.

    2011년 말 현재 대기업 소유 3대 대형 유통업체의 농축산물 점유비는 50% 이상인 반면, 농협 각 판매점의 농축산물 점유비는 11% 대에 머물고 있다. 농협의 농산물 산지유통 점유비가 42%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소매 점유비가 너무 낮다. 매년 점유비가 늘고 있지만 대형 유통업체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형편이다. 더욱이 회원 농민에게 후한 가격을 주고 농축산물을 구입한 농협의 도매조직은 이를 보다 낮은 이윤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

    그럼에도 농협은 지난해 3월 농협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산지조합 농축산물 출하물량의 50% 이상을 중앙회가 직접 책임판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지난해 3월 개정된 농협법은 농협의 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의무조항으로 신설했다. 정부는 경제사업 활성화와 판매농협 실현을 위해 자본금 5조 원을 지원키로 했고, 이에 농협은 지역 농축협 출하물량의 50% 이상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 도매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 농축산물 전문판매장과 도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중소형 판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판매장 확장과 함께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가기 위한 농협의 활동도 막을 올렸다. 국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에 이어 농협이 최근 각 시민단체와 함께 벌이고 있는 ‘식(食)사랑 농(農)사랑’ 캠페인도 그중 하나다.

    중대형 하나로마트 신설

    소비자와 농협 농축산물 만남의 장이자 접점인 판매장 중 대표적 소매점은 ‘하나로마트’다. 이외에 ‘하나로클럽’과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하는 대규모 종합유통센터가 있다. 종합유통센터의 경우 물류센터와 구분해 매장은 하나로클럽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한다. 서울의 양재 하나로클럽이나 창동 하나로클럽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판매점의 소속은 제각각이다. 농협중앙회, 농협유통과 같은 자회사, 지역 농축협으로 3원화돼 있다.

    2012년 6월 말 현재 종합유통센터와 하나로마트, 하나로클럽을 합해 농협 소속 판매장은 모두 2131개소로 중앙회와 자회사 소속 판매장이 61개소이고 지역 조합 소속은 2070개다. 농협은 2015년까지 중앙회와 자회사로 갈라져 있는 판매장을 2015년까지 모두 1개의 자회사로 모아 농협 경제지주 산하에 둘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농협은 판매장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농협은 판매장의 체인본부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경영과 운영은 체인본부에서 집중 관리하고 실제 판매사업은 판매장에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유통업체처럼 전국 판매장의 경영관리와 마케팅 등을 표준화하고 공동 계약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판매장 확대에도 불이 붙었다. 농협은 신도시 등 신규 상권을 중심으로 대형 농축산물 전문판매장을 2012년 현재 20개소에서 2017년 26개소로 확대키로 했다. 매장 면적이 3000㎡(약 908평)를 넘어서는 판매장을 대형 판매장이라 하는데, 중앙회와 자회사 소속이 대부분이며 그중에는 산지에서 올라온 신선 농축산물을 물류센터에서 바로 파는 종합유통센터가 많다. 경기도 양주, 삼송, 김포, 화성, 파주, 시흥, 인천시, 충남 아산, 세종시 등이 신설 대상지역이다.

    현재 전국 하나로마트 2131개소 중 대형 농축산물 전문판매장을 포함해 SSM (Super Supermarket·매장면적 300~3000㎡)급 이상 중대형 판매장은 816개소이고 나머지 1315개소는 300㎡(91평) 미만의 소형 판매장이다. 농협은 또 중앙회와 7대 광역시 조합이 공동투자해 1650㎡(500평) 이상급 하나로마트(대형 전문판매장 제외)를 63개소 신설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에만 5곳이 신설됐다.

    하나로마트의 차별화

    농협은 대도시 농협의 판매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형 하나로마트를 입지여건에 따라 차별적으로 개발키로 했다. 신용점포를 마트로 바꾼 전환형과 마트만 운영하는 단독형, 마트와 신용점포, 식자재 판매점, 한우프라자가 함께 있는 복합형이 그것이다. 금융점포에 있는 신토불이 창구와 직거래장터도 전면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인터넷으로 농축산물을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e-하나로클럽도 전용서버를 도입해 독립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18개 대형 판매장 주변으로 한정돼 있는 배송권역을 2016년까지 SSM급 이상 50개소, 2020년까지는 110개소 인근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

    이렇듯 대형 전문판매장과 SSM급 판매장을 늘려 도시지역에서 대형 유통업체와 가격과 신선도, 안전성을 두고 정면승부를 벌이고 종국에는 농축산물의 가격 바로미터가 되겠다는 게 농협의 야심 찬 포부다. 농협은 2020년까지 현재 11%(5조1300억 원)에 머물고 있는 농축산물의 소매시장 비율을 2020년까지 15%(9조200억원)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생산자협동조합인 농협이 소비자협동조합인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이하 슈퍼연합회)와 6월 28일 중소 슈퍼마켓 및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한 것도 농협 생산물의 소매 기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이 협약에 따라 9월부터 서울지역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농협 브랜드의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하나로마트와 동일한 가격 및 조건으로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판매시스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확대되면 산지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읍면 농촌지역의 하나로마트는 권역별 생활물자물류센터를 이용해 공산품을 보다 저렴하게 팔 수 있도록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알고 보면 하나로마트는 1970년 지역 농민에게 생필품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쇄점 사업이 그 시작이었다. 농촌지역은 도시지역과 달리 농축산물보다 생필품 구매수요가 훨씬 많다. 실제 2011년 기준 광역시와 시지역 하나로마트의 농수축산물 취급비율은 56.7%에 달하는 반면, 농촌지역 165㎡(90평) 이하 969개 소규모 점포는 41.9%에 그쳤다. 농협법은 농축협 본연의 사업으로 조합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은 신선하고 신선한 우리 농축산물을 국민이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유통센터와 하나로마트의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통단계와 이윤의 축소로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판매농협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7월 31일 농협 판매장의 대표 격인 서울 하나로클럽 양재점을 찾았다. 흔히 양재 하나로마트라 한다. 일단 광대한 매장 규모가 사람을 압도한다. 양재점을 처음 찾은 듯한 한 주부의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여기 한 바퀴 둘러보는 데만 하루 온종일이 걸리겠어. 우리 집 가까이에도 이런 대형 하나로마트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오늘 온 김에 본전 건져가야겠다.”

    양재 하나로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