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는 6억 제한, ‘빚투’는 방관…李 정부 대출의 이중성

[노정태의 뷰파인더] ‘빚투’ 35조, 마이너스 통장 40조…악성 채무자 양산할지도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jeongtaeroh@ries.or.kr

    입력2026-05-18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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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의 부익부 빈익빈 줄여주는 ‘담보’와 ‘보증’

    • 2021년 보증인 제도 사라진 후 남은 건 담보뿐

    • 주택담보대출·주식담보대출 등 다양한 ‘주담대’ 있어

    • 6·27대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한 6억 제한

    • 주택에 비해 변동성 심한 주식 대출은 무규제

    • ‘빚투’ 방관으로 악성 채무자 구제는 어불성설

    이재명 대통령은 5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회 국무회의에서 2002~2006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빚을 아직도 갚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 연체 채권추심 문제를 지적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5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회 국무회의에서 2002~2006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빚을 아직도 갚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 연체 채권추심 문제를 지적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법률이란 국민적 합의인데, (빚이) 죽을 때까지 열 배 스무 배 늘어나서 (평생) 갚아야 한다. 이게 국민적 도덕 감정에 맞냐. 필요하면 입법을 해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아보라.”

    5월 12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21회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한 말이다. 맥락을 짚어보자. 이 대통령은 2002~2006년 사이에 벌어진 가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일명 ‘카드대란’을 언급하고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는 신용카드를 손쉽게 발급해 줬다. 수많은 이들이 간단한 절차로 손에 넣은 카드를 마구 긁었다. 할부 구입뿐 아니라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대출까지 서슴지 않았다.

    상환 계획 없는 대출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들은 이 카드빚을 갚기 위해 저 카드빚을 내는 소위 ‘돌려막기’에 손을 댔고, 빚은 점점 더 늘어만 갔다. 그렇게 시작된 빚잔치는 개인의 파산을 넘어 기업까지 흔들었다. 국내 1위 카드사였던 LG카드가 2006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던 것이다.

    이때 큰 빚을 지고 생활고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이 빚을 갚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 악성 채무를 인수해 추심하는 민간업체가 바로 ‘배드뱅크 상록수’다. 이 대통령은 바로 이 기구를 문제 삼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채권추심 업체를 ‘약탈적 금융’으로 간주하고, 법을 바꿔서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국무회의에서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李 “한국 금융의 풍경 아름답지 않다”

    빚은 갚아야 한다. 하지만 이자에 이자가 더해져 채무자의 노력으로는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를 갚는 것도 힘든 지경에 이른다면, 그 빚이 한없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채무자에게 가혹한 일이란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빚에 짓눌려 정상적 경제활동을 못 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사회 전체에도 손해다. 스스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큰 빚을 진 사람은 외부로부터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상환 능력을 잃은 저소득·취약계층의 7년 이상 장기 연체 채무를 매입해 소각하거나 감면해 주는 프로그램, 일명 ‘새도약기금’을 마련한 것은 그런 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 논의를 끝낼 수는 없다. 배드뱅크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이 대통령의 수사법도 문제지만, 그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따로 있다. 금융 전반, 특히 대출을 대하는 이 대통령과 정권의 태도, 그로부터 추진되는 전반적 정책기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 체계에 대한 이 대통령의 다른 발언을 되짚어 보자.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 합니까. 거꾸로 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에 발을 맞추기라도 하는 듯, 5월 3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 같은 주제의 글을 올렸다. “한국 금융의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며 금융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 ‘성저십리(城底十里)’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는데, 이 견고한 이중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신용이 높은 사람은 이미 충분한 자산과 소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돈이 궁하지 않다. 반대로 신용이 낮은 사람은 자산이 없거나 부족하고, 소득은 낮다. 요컨대 돈이 더 필요한데 돈을 빌리면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빌려주는 돈의 가치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담보로 맡기거나, 돈을 빌려가는 사람이 잘 갚을 수 있는지 그 능력을 평가해 금융기관이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전자를 담보대출, 후자를 신용대출이라고 한다.

    세상에 착한 금융, 나쁜 금융은 없다

    신용대출의 작동 원리는 쉽다. 1억 원을 누군가에게 빌려줘야 한다고 해보자. 신용점수 1000점 만점을 달성하고 있는 신용 우수자에게 빌려줄 것인가, 아니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돌려막기 등을 남발해 600점이 채 되지 않는 저신용 구간자에게 빌려줄 것인가.

    답은 정해져 있다. 대부분 자신의 돈을 저신용자가 아닌 고신용자에게 빌려주고자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 즉 대부 행위란, ‘돈을 못 받을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군가 돈을 빌려줄 때는 반드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 믿음이 어긋나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른바 ‘위험비용’이다. 더불어 돈을 남에게 빌려주는 대신 직접 운용했다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빌려준 순간,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류가 ‘이자’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자란 결국 돈을 빌려준 사람이 감수하는 위험비용과 기회비용을 합산한 대가다.

    이러한 일반 원리에 따라 이자가 책정된다. 그러니 채무 상환 능력이 높은 사람에게는 낮은 금리가 적용되며 더 많은 대출이 승인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대로 채무 상환 능력이 낮은 사람에게는 높은 금리가 적용되며 적은 대출이 승인되거나, 승인되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현상을 두고 ‘한국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는 둥 ‘잔인한 금융’이라는 표현은 이상하다. 한국만 이런 게 아니다. 전 세계의 모든 금융시스템이 같은 원리에 따라 돌아간다. 

    이번에는 담보대출을 살펴보자. 담보대출은 크게 ‘인보증’과 그 외의 담보대출로 나뉜다. 인보증은 ‘내가 못 갚으면 대신 갚을 보증인’을 세우는 것이다. 좋게 말해 보증인이지만 거칠게 말하면 ‘인질’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원시적 채무상환 보증 방식이다. 대한민국은 2013년부터 은행권의 개인대출 연대보증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예외적 허용 사례까지 폐지됐다.

    인보증도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긴 하다.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 은행’이 대표적이다.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 원금을 갚기는커녕 버는 족족 이자로 빼앗기는 방글라데시의 빈민들을 5인 단위로 조직해, 그들 서로를 보증인으로 세우고, 작은 규모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 실상을 보면 다소 냉혹한 지점이 드러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연대채무자로 묶어서 누군가 못 갚으면 그의 이웃이나 친척에게 부담이 돌아가게끔 설계한, 철저한 연대채무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그라민 은행은 97%의 놀라운 채무상환율을 기록하며 방글라데시의 빈곤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세상에 착한 금융 나쁜 금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장경제가 발전할수록 인보증은 줄어들고 그 외의 담보대출이 늘어나게 된다. 사람 대신 가치가 있는 물건을 맡아두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출이 바로 흔히 ‘주담대’라 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집값 전부를 지출할 여력이 없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일단 집을 구입하게 한 후 그 집을 은행이 담보로 잡고 집주인은 은행에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다.

    내 집이지만 은행에 매달 빚을 갚는다. 얼핏 들으면 월세와 뭐가 다를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형식적이지만 내가 집주인이기 때문에 월 상환액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할 걱정이 없다. 물론 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가 높아질 수 있지만, 금리가 높아지면 모든 물가가 영향을 받아 월세 또한 높아지게 되므로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또한 집값이 올라가면 그 상승분은 집주인의 몫이 된다. 

    주식 ‘빚투’ 무너지면, ‘카드대란’급 참사

    세상에는 또 다른 ‘주담대’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주식담보대출, 혹은 증권담보대출이 그것이다. 내가 산 주식을 담보로 해 증권사가 돈을 빌려준다. 보통 보유 주식 평가금액의 50% 내외를 증권사를 통해 대출받을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른 이유로 증권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주식을 더 사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 이른바 ‘빚투’라 하는, 빚내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최근 빚투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5월 기준 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빌린 신용융자 잔고는 35조 원을 초과했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 역시 40조 원에 육박하고 있는데, 그 금액 중 상당수가 주식시장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 지수가 8000에 도달한 주가 폭등 중 일부는 빚으로 쌓아 올린 것이다.

    이 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던 시점부터 꾸준히 주가 부양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해 왔다. 주식투자를 권하고 있으며, ‘빚투’ 또한 특별히 죄악시하고 있지는 않다. 주택담보대출을 대하는 태도는 정반대다. 지난해 6월 27일 수도권 및 규제구역의 주택담보대출 상한선을 6억 원으로 제한했다. 상당한 현금을 쌓아두고 사는 부자가 아닌 다음에야 빚을 내 집을 사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임에도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단행했다.

    주식은 주택에 비해 가격변동이 훨씬 심하다. 무너지지 않는 한 주택은 천천히 낡아갈 뿐 사라지지 않고, 그만큼 가치가 유지된다. 반면 주식은 때로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가격이 요동친다.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사라지지 않았어도 상장기업으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될 경우 ‘상장폐지’를 당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을 보며 의아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건, 그래서다. 똑같은 ‘주담대’인데 주택담보대출은 꽁꽁 틀어막은 반면 주식담보대출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방관하고 있다. 이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위험한 일이다.

    지금의 높은 주가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많은 국민이 ‘빚투’에 나섰다가 갑자기 주가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수많은 이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주식투자자들이 빚을 못 갚고 악성 채무자가 되면 그들에게 돈을 빌려준 증권사도 타격을 입는다. 그러한 연쇄작용이 경제시스템 전체를 뒤흔드는 것을 흔히 ‘버블 붕괴’라 한다. 

    ‘빚투’를 방관하면서 악성 채무자를 구제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만약 주식 빚투 대란이 벌어진다면 그 여파는 2002년 카드대란보다 작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법을 바꿔서라도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악성 채무자가 대거 양산될 소지가 충분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주택담보대출을 정상화해 실수요자들에게 건강한 금융을 제공하고, 빚투 주식투자 심리에 적절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코스피의 가파른 질주가 경제적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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