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전 펠로폰네소스전쟁 원인은 “스파르타 공포심”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서 中, 러시아·이란 적극 지원
미중 격돌로 가는 4가지 경로
①전략적 타이밍 ②신호 해석 실패
③기술 패권 경쟁 ④경제·공급망 재편
이란 미군기지 타격 때 첩보위성 지원한 中
대만 독립 관련 美 외교적 레토릭, ‘中 해석’ 도화선
14~15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세계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스파르타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의 원인이 아테네의 도발이나 위협이 아닌 스파르타의 ‘공포심’이라는 놀라운 통찰력은 전쟁이 냉철한 이성적 계산보다 심리적 불안과 공포에 의해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 같은 배경에서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시작된 관세전쟁, 무역 전쟁, 희토류 전쟁, 반도체 전쟁, 인공지능(AI) 전쟁 등 비군사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대결이 실제 무력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강대국 패권 경쟁 16건 중 12건, 전쟁으로 귀결
그래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500년간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벌어진 16건의 패권 경쟁 가운데 12건은 전쟁으로 귀결됐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강대국 간 전쟁의 불가피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 확률이 75%에 이른다는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 전방위적 대결의 범위와 강도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그러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크다는 점이 문제다.무엇보다 우려되는 포인트는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두 팔 걷어붙이고’ 러시아와 이란을 적극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기, 탄약, 재정, 군수물자, 특히 스타링크 등 ISR(Intelligent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감시·정보·정찰)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며 러시아와 사실상의 대리전을 벌였다.
2023년 중국은 G7의 ‘공통 고위험 품목 목록’에 포함된 대(對)러시아 수입품의 약 90%를 공급했으며, 2024년에도 중국의 대러시아 이중 용도 물자 수출은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평가에 의하면 2025년 초 기준으로 러시아 드론에 사용되는 핵심 전자부품의 약 80%가 중국산 또는 중국 경유 물품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중국은 병력·무기·탄약을 제외한 전자부품, 공작기계, 화학물질, 드론 부품을 제재 우회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해 러시아의 장기전 수행 능력을 실질적으로 보강해 준 셈이다.
2026년 2월 28일 발발한 이란 전쟁(‘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 포함) 과정에서 중국의 이란 지원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례로 4월 15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의하면 이란의 이슬람공화국수비대(IRGC) 항공우주군은 2024년 9월 중국 민간 우주기업 어스아이(Earth Eye Co)가 제작·발사한 TEE-01B 위성 운용권을 약 3660만 달러에 은밀히 구매했다. 이란은 0.5m 고해상도의 첩보위성 데이터를 이용, 3월 14일 사우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를 정밀 타격해 미 공군 공중급유기 5대와 E-3G AWACS를 파괴했다. 또한 7개국 11개 이상 미군기지의 100개 이상 표적을 타격해 중동지역 내 미군기지의 절반이 넘는 최소 16개 시설에 피해를 주었다. 이 모든 미국의 피해는 중국이 이란에 자국의 첩보위성 데이터를 지원해 준 덕분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 외에도 상하이 소재 ‘미자비전(MizarVision)’은 ‘장대한 분노 작전(OEF)’이 개시되기 약 24시간 전에 촬영한 위성영상을 통해 F-22 스텔스 전투기와 항공모함 타격단의 위치를 공개했고, 이란이 해당 정보를 활용한 정황도 보고됐다. 이처럼 중국이 두 전쟁을 통해 미국의 군사작전 패턴을 지근 거리에서 분석하고, 대리전을 통해 미국의 정밀유도무기 재고와 전략적 여력을 약화해 온 정황이 누적되면서, 미중 패권 경쟁이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말하는 직접적 무력 충돌 위험에 직면했다는 경고음이 높아지는 것이다.
게임이론 관점에서 드러난 ‘투키디데스 함정’의 위험성
2025년 4월, 학술지 ‘동적 게임 및 응용(Dynamic Games and Applications)’에 게재된 게임이론 연구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무한 반복 갈등 게임’으로 분석해, 기존 패권국이 언제 예방전쟁을 선택하는지의 균형 조건을 엄밀하게 도출했다.연구의 핵심은 투키디데스 함정이 신흥 도전국의 부상과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국의 국력이 낮은 수준(L)에서 중간 수준(M)에 도달하는 순간에 발동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아직 기존 패권국보다 약하지만 최고 수준(H)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진 시점에 전쟁이 벌어질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에 해당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면, 현재의 국면은 상기 모델이 예방전쟁으로 수렴하는 조건들이 동시에 충족되는 ‘위험 구간’에 해당한다. 중국의 AI·반도체·군사력 등이 L에서 M으로의 전이를 기정사실화하고, 2027년 인민해방군(PLA) 건군 100주년이라는 시한이 M에서 H로 전이될 확률(p₂)을 극적으로 높이는 가운데, 미국은 아직 자국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현시점에 선제 행동을 취하려는 유인을 점점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길핀(Robert Gilpin)의 패권전쟁론(hegemonic war theory)에 의하면, 쇠퇴기에 놓인 강대국은 안정기의 패권국보다 더욱 위험하다. 유독 트럼프 행정부하에서의 미국이 캐나다·그린란드·베네수엘라·이란·쿠바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적 행태를 보이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중국이라는 진짜 도전국에 맞서기 전에 주변부를 정비하려는, 쇠퇴하는 패권국의 불안한 행동으로 해석한다. 결국 투키디데스 함정의 가장 섬뜩한 역설은 전쟁을 막으려는 두 강대국의 합리적 계산 자체, 다시 말해 미국의 예방적 공세 행동과 중국의 전략적 대응이 교차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양국을 돌이키기 어려운 전쟁 경로에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투키디데스 함정’은 다음과 같은 4가지 분야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전략적 타이밍이다. 21세기 투키디데스 함정의 요체는 ‘누가 더 강한가’의 정태적 비교보다, ‘누가 먼저 더 불리한 미래를 강요받게 되는가’를 둘러싼 전략적 타이밍의 경쟁이다. 게임이론 연구가 보여주듯, 아직 기존 패권국보다 약하지만 중간 수준의 힘에 도달해 더 높은 단계로 빠르게 전이할 가능성이 커질 때 가장 위험하다. 이 논리를 미중 경쟁에 적용하면 미국은 중국이 지금 당장 패권을 대체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보다도, 앞으로 더 불리한 전장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 더 크게 반응하게 된다. 특히 대만해협은 미국이 현재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리고 그 시간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 속도와 비교해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따라서 미국의 조기 억제, 전진 배치, 동맹 통합, 무기 재배치, 산업기반 증강 등은 시간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중국의 해군력, 미사일 전력, 상륙 능력, 군민융합형 산업기반이 일정 임계점에 도달하면, 미국은 더 늦기 전에 억제력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전쟁이 일어날지 말지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느 시점에 어떤 조건에서 벌어질지’를 둘러싼 계산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국력의 총량보다 국력의 이동 경로와 속도에 의해 작동된다. 결국 21세기의 함정은 ‘누가 먼저 유리한 미래를 선점하느냐’의 문제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둘째, 오판과 신호의 실패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힘의 구조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서로의 의도를 잘못 읽는 오판과 신호 실패를 통해 현실화한다. 일례로 대만 독립 관련 미국의 외교적 레토릭, ‘하나의 중국 정책’ 관련 표현 등은 베이징과 타이베이의 위기의식을 뒤흔드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를 미국의 단계적 봉쇄나 체제 전환 시도로 해석할 수 있고, 대만은 이를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로 오해할 수 있으며, 미국은 그 파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비대칭’은 위기를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기의 해석 자체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밀어붙인다.
또한 중국의 회색지대 압박, 합동전투준비 훈련, 해경 활동, 정보전, 사이버 침투 등은 전시-평시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게 만들어 상대의 경보 체계를 둔화시킨다. 문제는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전면전의 ‘문턱’ 아래에 있더라도, 누적되는 경우 상대에게 실제 전쟁 준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갈등의 위험은 단발적 사건보다도 작은 신호가 쌓여 만들어내는 ‘해석의 피로’에서 커진다. 미국과 대만이 이를 제한적 도발로 보느냐, 혹은 전쟁 준비로 보느냐에 따라 대응 수위는 완전히 달라진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신중한 대응을 ‘나약함’으로 오판해 더욱 대담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요컨대 21세기 투키디데스 함정은 상대의 ‘힘’이 아닌 ‘의도’를 끝내 정확히 읽지 못하는 데 있다.
기술 패권 경쟁은 21세기 투키디데스 함정의 액셀러레이터
셋째, 기술 패권 경쟁이다. 이는 21세기 투키디데스 함정의 액셀러레이터다. AI, 반도체, 사이버, 무인체계, 우주자산은 산업 혁신의 영역을 넘어 전쟁의 임계점과 억제의 지속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중국이 국산 칩-모델-인프라를 결합해 ‘중국 특색’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미국의 기술 봉쇄를 장기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의도다. 미국이 우려해야 할 포인트는 미국의 접근을 지연·방해·차단하는 능력을 축적해 가는 과정 자체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 미국의 수출 통제는 중국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단지 속도를 늦추는 수단에 불과할 수 있다. 동시에 AI의 의사결정 시간 압축과 기술적 돌파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now or never)”라는 미국의 조바심을 자극한다.무인체계와 드론의 대량화는 더 심각하다. 저가 시스템이 고가 플랫폼을 압박하는 환경에서는 방어자의 비용 곡선이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전쟁 지속능력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는 공격자의 진입 문턱은 낮추면서 방어자의 비용 부담은 높이는 비대칭을 심화시켜, 억제력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오히려 가장 취약해지는 전략적 딜레마를 초래한다. 따라서 기술 패권은 전쟁 도구의 차원을 넘어, 전쟁 임계점 자체를 흔드는 체제 경쟁의 핵심이다.
넷째, 경제와 공급망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관세, 수출 통제, 금융제재, 투자 제한, 결제망 압박, 희토류와 핵심 광물 차단 등을 통해 중국의 선택지를 좁히려 한다. 반대로 중국은 제재 회피 네트워크인 제3국 생산기지, 자원 우위, 위안화 기반 결제, 대체 공급망 구축 등으로 응수한다. 이런 경쟁의 핵심은 상대의 굴복보다 상대가 전쟁을 감수할 수 있다고 믿는 계산을 무너뜨리는 데 있다. 다만 경제적 압박은 언제나 ‘양날의 칼’이다. 너무 강하면 상대의 자립화를 촉진하고, 너무 약하면 억제력을 상실한다. 그래서 오늘날의 패권 경쟁은 관세율이나 제재 리스트를 넘어 누가 더 빨리 공급망을 재편하고,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으며, 누가 제3국을 더 폭넓게 끌어들일 수 있는지의 문제로 진화했다.
결제망과 금융 인프라의 분절화는 특히 중요하다. 달러 중심 질서가 여전히 강력하더라도 대안 결제 시스템과 디지털 통화, 우회무역 경로가 커질수록 미국의 강제력은 점차 비용이 높아진다. 따라서 경제전은 곧 체제 경쟁의 연장선이 된다. 미국은 중국을 차단하려 하고, 중국은 차단에 적응하면서 더욱 자립적 경제 블록을 형성한다. 그 결과 상호 의존은 평화를 보장하기보다 오히려 상호 제재와 보복의 경로 의존성을 강화한다.
결국 21세기형 투키디데스 함정은 전쟁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관세, 희토류, 반도체, 결제망, 공급망, 데이터 규칙을 둘러싼 충돌로 이미 진행되고 있다.
5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란전쟁, 대만 문제, 무역 갈등, 기술 규제 등 현안에 어떤 합의를 도출할 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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