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대가로 러시아 군사기술, 北으로 대거 이전
핵잠수함, 단거리 유도미사일 기술 한반도 위협
NHK “北 ‘해군의 핵무장화’ 나섰다” 평가
타타르 공단 드론 공장에 北 1만 명 파견
러시아 드론 대량생산 기술까지 北에 넘어가
김정은,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 불참…북·러 관계 균열설

4월 29일 북한 평양 화성지구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을 찾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파병군으로 나섰던 참전 열사들을 기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은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무인기(드론)’ 등 첨단기술 및 무기체계와 관련된 용어를 부쩍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군에 “무인무장장비 체계들의 인공지능 및 작전 능력 고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평안북도 구성시에 드론 격납고 7개를 새롭게 설치한 방현 공군기지에서 자폭형 드론의 공격 시범을 관람하면서다.
북한 노동당은 올해 2월 제9차 당대회에서는 AI, 대(對)위성 무기, 전자전 시스템 등을 ‘특수전략자산’이라고 불렀다. 김정은과 북한 노동당이 이런 첨단 군사기술을 수시로 입에 올리는 이유는 러시아에 있다.
파병 대가로 받은 현대 군사기술과 경제 지원
김정은은 ‘러시아’라는 동아줄을 잡고 유일 지배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과 파병 병력의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세계적 흐름에서 크게 뒤처졌던 재래식 군사력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드론과 AI 등 현대적 군사기술을 러시아에서 들여와 ‘제2경제(방위산업·군수공업의 북한식 표현)’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25전쟁 이래 변화가 없었던 군 전술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러시아의 경제 지원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빈사 상태에 놓였던 북한 경제도 다시 일으키고 있다. 군사와 경제 부분의 활력 회복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한반도에 불안감을 부른다. 주로 한반도를 노리는 재래식 전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한 것은 바로 한반도, 특히 2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밀집한 우리의 수도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노리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 강화의 실상은 무서울 정도다.
북한의 무기체계와 전술은 오랫동안 정체상태에 있었다. 북한군은 병력만 많을 뿐 1953년 정전 이래 본격적 실전 경험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랬던 북한이 2024년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현대전 경험을 쌓으면서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해 말 발행한 보고서에서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서 현대전에 필요한 전술을 경험했다”며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군사 장비는 물론 전술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력에서 뒤진 북한은 그동안 재래식 전력에선 한국에 크게 밀렸다. 이 때문에 핵과 미사일이라는 비대칭무기 개발에 몰두했다. 그랬던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서 받은 군사기술과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군사력 현대화에 나서고 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맞대고 있는 우리에게 북한군의 재래식 전력 현대화는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공개된 정보를 종합하면 러시아에서 북한에 이전된 주요 기술에는 위성발사 기술과 함께 전자전 시스템, 방공 시스템, 핵추진잠수함 기술 등이 포함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하는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생존성과 유도 능력, 그리고 정확도를 높여주는 기술이다. KN-23은 고체연료를 사용해 준비에서 발사까지 시간이 짧고 사거리가 190~900㎞로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을 노린 전술 탄도미사일로 평가된다. 북한은 첩보위성 프로그램도 지원받았다. 이는 한반도의 전력 균형을 깰 수 있는 주요 기술로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유도미사일 발사 가능 핵추진잠수함을 위한 소형 원자로 모듈과 각종 부품도 북한에 공급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면 은밀한 잠항 작전 범위와 지속 시간이 크게 향상돼 한반도는 물론 미국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전자전 기술 등 다양한 군사기술이 모스크바에서 평양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4월 19일 수많은 자탄이 들어간 집속탄과 정전과 통신 이상을 일으키는 정전탄 등을 넣은 지대지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것은 러시아 기술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시험발사 거리는 136㎞. 황해북도 신계군 미사일 기지에서 미사일을 쏜다면 서울에 닿을 거리다.
이란서 드론 설계 받고, 러시아서 대량생산 기술 획득
북한 전력 현대화의 꽃은 드론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월 25일 공개한 방현 공군기지 위성정찰 사진에는 과거 북한이 개발한 신형 드론이 보인다. ‘새별-4형’은 미국의 RQ-4 글로벌호크를, ‘새별-9형’은 미국의 MQ-9 리퍼를 쏙 빼닮았다.이란 혁명수비대는 2019년 6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서 이륙해 호르무즈 상공을 정찰 중이던 미군 RQ-4 글로벌호크를 미사일로 격추한 적이 있다. 정보 당국은 이란이 당시 수거한 잔해를 바탕으로 역설계하면서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전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은 흉내 낼 순 있지만, 기체 성능을 좌우하는 다양한 기술과 부품,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드론 대량생산 기술도 러시아에서 얻은 것으로 보인다. 드론의 물량작전은 한반도에 큰 위협이다. 이는 러시아와 이란에서 실전에 사용해 상당한 효과를 본 전술이다. 이 전술에는 드론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는 지난해 9월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자폭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1년 8월 25일 북한은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비행장에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의 발사 현장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옐라부가 드론 공장의 위치도 눈길을 끈다. 우선 우크라이나에서 1000㎞쯤 떨어져 있어 드론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 아울러 공장이 자리 잡은 옐라부가를 지나는 카마강은 러시아 내륙 수상 운송로인 볼가강을 거쳐 남쪽의 카스피해로 이어진다. 카스피해의 남쪽이 바로 이란이다. 이 경로로 이란의 드론 부품 등을 쉽게 운송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프로젝트 보트’라는 이름으로 이란의 드론 완제품을 테헤란에서 동북쪽으로 200㎞쯤 떨어진 카스피해 연안의 아미라바드 항구에서 러시아의 마하치칼라까지 수상 운송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옮기는 군수 작전을 펼쳐왔다. 이를 발견한 서방 정보 당국은 이를 우크라이나에 전했다. 미국 국제관계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와 러시아의 영어신문 ‘모스크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이란의 드론과 탄약 등을 싣고 카스피해를 지나는 수송선을 공격해 왔다.

지난해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무인기 성능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북한 인사들 뒤로 보이는 것이 북한의 신형 무인기 새별-4형. 노동신문
북한은 2025년 모스크바와 평양을 잇는 철도 운행을 재개하고 직항 항공편도 취항한 데 이어 올해 6월 두만강을 지나는 자동차 전용 교량도 개통할 예정이다. 잇따른 물류 연결은 양측의 물류 수요가 그만큼 생겼다는 이야기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한국 재단 펠로인 에드워드 하웰 박사는 BBC에 “이 교량은 양측에 군사물자 및 탄약을 수송하는 유용한 경로로 활용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은 5월 8일 위성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이 다리가 북한 라선시 선봉구역 두만강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기존의 철로에서 동남쪽으로 수백m 떨어진 곳에 건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양국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군사기술 제공 때문인지 북한의 군사장비는 날로 현대화하고 있다. NHK는 북한이 지난 4월 12일 5000t급 신형 구축함에서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 등이 일본 열도를 사거리에 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구축함의 함상 방공무기는 러시아제와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은 비슷한 구축함을 매년 2척 건조할 계획이다. NHK는 이를 ‘해군의 핵무장화’라고 하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북한 군사장비 현대화에 비례한 도발의 대담화
북한의 군사적 자신감 증대는 러시아에서 제공받는 막대한 경제적 혜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NHK는 북한이 202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7%로 2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파병으로 뜨거운 ‘전쟁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지난 3월 한국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북한이 파병으로 러시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수입이 최대 144억 달러(약 21조 원), 적어도 76억7000만 달러어치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1만4000~1만5000명으로 추정되는 전투병에 지뢰 제거 등을 맡은 공병 등을 더해 2만 명 정도를 파병한 대가다. NHK는 이 금액이 북한의 한 해 GDP의 약 절반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러한 경제적 수입은 북한의 외화보유액을 증가시켜 경제 압박 효과를 상쇄하고 대북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벌써 균열이 가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북한은 2024년 러시아 파병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러시아와 밀착해 왔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모스크바를 답방할지에 관심이 모여왔다.
하지만 올해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위대한 조국전쟁승리 81주년 경축 열병식’에 김정은은 참석하지 않았다. 소련은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1945년 5월 9일을 전승절로 기념해 왔으며, 1991년 12월 26일 소련이 몰락한 뒤에는 러시아가 이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가장 큰 날이 이날이었는데, 막상 김정은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지금 아무리 돈독하다고 해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구심을 자아내는 상황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