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82.5% 세율…다주택자 “팔아도 남는 게 없다”
1주택자 중심 제한적 거래, 매수심리 조금만 살아나도…
각종 규제로 정비사업 위축…지방선거 결과도 변수
매수 vs 전세 고민하던 매수자, 전세로 몰리며 전세난↑
정부 대책, 전월세 공급 늘리는 방향 없어
순진하게 ‘집값 잡힌다’ 믿으면 안 돼…상황 맞춰 선택

5월 12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시세표가 붙어 있다. 뉴스1
다주택자 물량이 사라지면 결국 거래는 1주택자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신축 아파트 공급 감소가 예정된 가운데 매물까지 줄어들면 작은 수요에도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 다들 주택 매매 시장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고, 전월세 시장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전월세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면 이는 매수심리를 자극하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최고 82.5% 세율 현실화…
다주택자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됐을까. 양도소득세 중과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할 때 기본 양도소득세율(6~45%)에 추가 세율을 더하는 제도다.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중과된다. 문재인 정부인 2017년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도입됐고, 2020년 ‘7·10 대책’으로 강화됐다. 윤석열 정부는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시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회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며 분위기는 급변했다. 5월 9일 전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하며, 다주택자에게 마지막 출구를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시한이 지났다.당초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이 결정되자 시장에는 매물이 쏟아졌다. 지금의 양도소득세 중과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으며 일부 핵심지는 단기 조정을 받았다. 반면 서울 외곽이나 여타 지역은 조정 폭이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자 사이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전 급매가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퍼졌고, 막판에 거래가 늘어난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월 6일 X에서 “부동산 불패? 이제 그런 신화는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X 갈무리
공급 상황 역시 절망적이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향후 4년간(2026~2029)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연평균 1만4253가구로, 직전 4년 평균(3만2494가구)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도심지 주택 공급은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이어진 각종 규제와 사업 지연으로 정비사업은 사실상 크게 위축돼 그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 역시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의 기본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 정부는 신축 공급이 부족하니 기존 주택시장의 매물을 끌어내는 정책을 펼쳤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매도 압력을 키워 시중에 매물이 반강제적으로 나오게 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응은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매물을 더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통해 다주택자 매물을 일시적으로 시장에 끌어내 가격을 눌러놓을 수 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순간 양도차익이 아무리 커도 실제 손에 남는 수익은 급격히 줄어든다. 다주택자 처지에서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 매물이 점점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부동산시장은 다주택자가 퇴장한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1주택자 중심의 제한적 거래만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작은 수요 변화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향후 매수심리가 조금만 살아나도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큰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은 일종의 ‘극약처방’이나 다름없다. 정부 역시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집값이 다시 상승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건들거나,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소급해 없애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도 일시적으로 매물이 강제 출하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단기 정책이 사용되고 나면 어떻게 될까. 그때가 되면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아예 마르지 않을까.
매수 vs 전세 고민하던 매수자, 전세로 몰리며 전세난↑
다주택자로서는 세금을 피할 방법이 사라진 만큼 굳이 서둘러 팔 이유가 없어졌다. 결국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크지 않다. 5월 9일 이전 급매물도 외면했던 이들이다. 거래절벽이 펼쳐질 텐데, 전월세 가격 상승이 이러한 상태에 균열을 내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이미 ‘전세 품귀’와 ‘월세 전환’ 현상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전세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거나,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5월 9일 이전까지 급매물이 나오면서 여력이 있는 수요층이 매수를 고민하다 보니 전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지금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집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은 더욱 매수 결정을 미룰 테고, 결국 거주를 위해 전월세 매물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얼마 없는 전세 물량이 소진되면 전월세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다. 특히 가을 이사철이 오면 가격 상승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매수를 미뤘던 무주택자 역시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사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에 가깝다. 민간 임대시장의 공급자는 결국 다주택자이기 때문이다. 무주택자가 전월세를 공급할 수는 없다.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상당수 임대 물량 역시 다주택자들이 공급해 온 것이다. 다주택자를 시장에서 퇴장시키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전월세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상식이다.
물론 정부도 이런 우려를 인지하는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월 21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고 언급했다. 언뜻 보면 타당한 주장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현실의 주택시장은 제한된 주체만 참여하는 폐쇄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처분하고 기존 세입자들이 각각 이를 매입해 모두 1주택자가 된다면 임대차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인구, 결혼과 독립에 따른 세대 분화 등으로 신규 유입이 계속 발생한다. 실제로 한국은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가구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일부 지역은 예외일 수 있지만 수도권처럼 일자리와 인구가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이 결정되자 일부 핵심지 부동산은 단기 조정을 받았다. 반면 서울 외곽이나 여타 지역은 조정 폭이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사진은 4월 2일 서울 용산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순진하게 ‘집값 잡힌다’ 믿으면 안 돼…상황 맞춰 선택해야
이러한 사실을 정부가 진짜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다만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제 양도소득세 중과는 현실이 됐다. 주택 수를 기준으로 시장을 규제할수록 자산 양극화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규제가 본격화하면 비거주 1주택자 역시 주택을 처분하거나 실거주에 들어가는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된다. 이 모든 선택지 어디에도 전월세 공급을 늘리는 방향은 없다. 줄어드는 선택지만 있다.지금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결국 임대차 가격 상승이다. 매매 시장의 가격 등락은 투자 영역으로 볼 수 있지만, 전월세 가격 급등은 무주택 서민의 실생활 자체를 흔드는 문제다. 정부는 1주택을 권장하고 다주택자에게는 주택 처분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임대차 시장에 대한 현실적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무주택자 처지에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 인구 감소 지역이 아닌 이상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도 주택 매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정책은 다주택자를 압박해 일시적으로 가격을 눌러놓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조정 구간에서 무주택자들에게 매수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구조에 가깝다. 순진하게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향·안정화할 것이라고 믿으면 안 된다. 단기 처방의 연속이고, 정작 근본적 해결책이 돼야 할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활성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주비·중도금 대출 규제,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 규제만 늘어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은 부동산시장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도 저마다 상황에 맞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실거주 목적의 주택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신축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노리는 전략도 고민해 볼 수 있다. 다만 정비사업은 정부 정책과 차기 지방자치단체장이 누가 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 역시 양도소득세 중과만으로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 인상 등이 거론되는 게 그 이유다. 향후 집값 상승세가 다시 강해질 경우 빠르면 2026년 세제개편안, 늦어도 2027년 이후 보유세 강화 카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 뉴스나 분위기에 흔들리기보다 큰 흐름 속에서 시장 방향성을 읽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이 무엇인지 꾸준히 공부하고 고민하라. 실거주 희망자들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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