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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세계 평화는 과연 올 것인가

세계적 碩學들의 난상토론

21세기세계 평화는 과연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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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는 왜 전쟁을 해왔는가. 빈부격차 때문인가, 문명간의 충돌 때문인가. 세계는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는 없는 것일까. 노벨평화상 100주년을 맞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21세기의 세계 평화를 구축하는 방안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에릭 홉스봄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 김대중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참석한 이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아시아권 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초청받은 연세대 문정인 교수가 독자들을 세계적인 고담준론의 세계로 안내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은 노벨상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노벨평화상이다. 노벨평화상은 고뇌와 자기 희생 없이는 받을 수 없는 ‘가장 역설적인’ 상이다. 1901년 앙리 뒤낭과 프레데리크 파시가 최초로 수상하고, 지난해 유엔과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공동 수상하기까지 100여 년을 거치며, 노벨평화상은 그 지명도와 영향력을 더해왔다.

2001년 12월6일부터 8일까지, 노벨위원회는 노벨평화상 10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근교의 홀멘콜멘호텔에서 열린 이 심포지엄의 주제는 ‘20세기 분쟁의 회고와 21세기를 위한 처방’이었다. 시몬 페레스와 야세르 아라파트는 현지 사정 때문에,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병세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김대중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레흐 바웬사·데즈먼드 투투 등 생존해 있는 역대 수상자와 수상기관이 대다수 참석했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초청했다. ‘제국의 시대’ 저자로 유명한 에릭 홉스봄 교수를 비롯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케임브리지대), 조셉 나이(하버드대), 마이클 도일(프린스턴대), 헬가 하프텐도론(자유 베를린대) 교수 등 17명의 학자들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열띤 논쟁을 전개했다. 필자는 비서구권 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이 심포지엄에 초청받는 영광을 안았다.



20세기의 전쟁과 평화-회고와 전망




9개의 패널로 편성된 심포지엄은 각 주제별로 학자 대표와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제를 하고, 이에 대해 다른 학자들과 수상자들이 논평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루어진 쟁점을 사안별로 요약·정리해본다.

에릭 홉스봄 교수는 발제에서, “20세기는 가장 처절하고 살인적인 전쟁의 세기였다”고 규정했다. 그는 1914년부터 1987년 사이 1억8700여만 명이라는 막대한 인명이 전쟁으로 희생됐다고 강조하며, 이는 1913년을 기준으로 한 세계 인구의 10%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20세기를 풍미한 전쟁은 주로 국가간의 분쟁이었다. 에릭 홉스봄 교수는 이러한 전쟁 유형이 1914년에서 1989년까지 사실상 중단 없이 계속되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21세기의 전쟁은 과거의 전쟁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국가간의 분쟁은 줄어들고, 대신 국가 내부의 종족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간의 분쟁과 국가 내부 갈등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홉스봄은 21세기 갈등은 더욱 복합적인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그뿐만 아니다. 홉스봄은 최근의 전쟁은 평화와의 구분이 어려우며 전쟁과 평화가 혼재하는 모순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파했다. “평화는 전쟁의 예고가 되고 있다. 전쟁은 오로지 한시적 평화의 가능성만을 지향하고 있어, 전쟁과 평화가 혼재한다. 이러한 모순구조는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극대화시킨다”고 홉스봄은 지적했다. 르완다에서 코소보, 수단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최근 발생한 전쟁은, 전투요원의 희생은 최소화하는 반면, 비전투요원의 희생을 극대화하는 반(反)인도주의적 성격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전쟁 대상이 광역화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점이다. 과거 국가간의 분쟁에서는 주적(主敵)개념이 분명했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안보개념이 광역화되면서 주적개념은 모호해지고 전쟁 대상은 다양해졌다. ‘마약과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 따위의 슬로건은 이러한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전쟁은 사회분야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찰을 근거로 홉스봄 교수는 “21세기는 암울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그는 21세기에도 인류가 추구해온 평화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1세기에는 국가간의 갈등과 국가 내부의 갈등이 미묘하게 연동된 복합 분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홉스봄 교수는 그 이유를 국가 내부의 구조적 모순에서 찾는다. 따라서 그는 국제사회와 모든 국가가 경제·사회적인 불평등을 해소해 내부적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분쟁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내부적 평화가 자리잡을 때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분쟁의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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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정외과 교수 > cimo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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