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가운데 최근 학생과 학부모들을 맥빠지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일부 명문대학에서 서울 강남 소재 고교나 특수목적고 학생을 우대하는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들 학교 외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입시에서 원천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고교평준화 폐지 등 여러 해법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사회갈등을 초래하는 이념적 해결책보다는 첨단 과학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시행중인 교육방송을 한 차원 향상시키는 것이 바로 그 방안이다.
지난 9월16일 두 가지 행사가 치러졌다. 하나는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2차 모의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새천년민주당이 개최한 ‘서민경제 살리는 e-Learning 활성화 방안’정책세미나다.
anybody, anytime, anywhere
세미나에서 학계·방송·정부측은 이구동성으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e-Learning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저녁뉴스에는 “수능 모의평가 결과 언어와 수리영역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이하 EBS) 수능방송 및 인터넷 강의내용이 73.3~83%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출제를 담당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강정 원장은 “수험생들이 수능방송 및 인터넷 강의가 실제 수능시험과 연계되어 있음을 체감할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했다”고 밝혔다.
EBS 강의내용의 수능출제율이 80%대에 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4월1일 사교육비 문제해결을 위한 단기대책으로 EBS 수능방송 인터넷 강의가 시작됐다. 회원수는 110만명을 넘었고 1일 평균 VOD(Video on demand) 이용편수가 15만건에 달해 국내 온라인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 접속자 10만명의 www.ebsi.co.kr이 오픈되어 연간 3000편 이상의 강의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EBS는 지난 8월말 해외 e-Learning조사단 2개팀을 구성해 교육방송의 선진국인 호주 등지의 현지조사에 나섰다. 필자는 이 조사단에 참여해 향후 한국의 e-Learning사업 전개방향에 대한 대안을 찾아봤다.
e-Learning의 특징은 한 마디로 3-any(anybody, anytime, anywhere)로 표현할 수 있다.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내용을 습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e-Learn ing에서는 질의응답(Q&A)을 통해 쌍방향(two way) 학습과 실시간 다중작업도 할 수 있다. 텍스트로는 설명이 곤란한 현상이나 원리, 구조 등은 동영상 처리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박테리아의 세계나 태아출생의 신비, 유기농산물 생산과정, 고구려시대 서민의 복장을 클립 동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중·고교 교육의 세계화
e-Learning에는 수업대체형과 수업보완형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수업대체형은 말 그대로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수업받는 형태다. 수업보완형은 학교 교육을 보완하는 형태로 현재 한국에서 시행하는 수능방송이 여기에 해당된다.
수업대체형은 호주나 캐나다처럼 광활한 영토를 가진 나라에서 통학 불편 등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우편을 이용한 형태였으나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매체를 이용하게 됐다. ‘without tutor’, 즉 학교도 교사도 없는 학습이다. 방송대학도 한 사례다. 후자는 교사중심의 공교육이 한계에 부딪히자 보조적 교육기구로 전자매체를 도입한 것이다. 매체, 콘텐츠 그리고 학습자와 교육자간 유기적 결합을 추구한다.
필자는 먼저 호주 애들레이드시에 소재한 ‘호주교육네트워크(EdNA·Education Network AUSTRALIA, 이하 ‘에드나’)’를 방문했다. 에드나는 호주 내에서 행해지는 인터넷 교육 촉진을 목표로 운영되는 온라인 무료 교육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