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외국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 반면 한국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비가 오든 날씨가 덥든 악조건이라면 골이 터지지 않으니까 무승부 확률이 높아지겠죠. 사실 한국이 월드컵에서 많은 골을 넣고 이기기는 어렵잖아요. 무승부로 가다가 막판에 한 골 넣고 이기기를 기대해야 하는 게 현실이에요. 자칫 경기시작 10분 만에 우리가 한 골을 먼저 넣었다가 상대팀이 초반부터 벌떼처럼 나오면 아주 힘들 거예요.”
―오늘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는데, 느낌이 어떠십니까.
“아주 좋아요. 그중에서 송종국과 차두리가 최고의 행운아가 아닐까 생각해요. 두 선수는 히딩크와 궁합이 잘 맞아서 국가대표가 됐어요. 그런 걸 보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운이 따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코스타리카전에서 차두리가 한 골 넣은 것도 운이잖아요. 안정환이 공백을 만회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뛰었는데, 그 덕을 차두리가 톡톡히 본 거죠. 차두리는 의도적으로 슛을 한 게 아니고 본능적으로 발을 갖다 댄 건데, 그게 절묘하게 꺾여서 들어갔어요. 저는 차두리가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부터 야생마 같은 기동력을 눈여겨보았어요. 차두리가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히딩크하고는 잘 통했어요. 세계에서 성인 남자 평균 신장이 제일 큰 나라가 네덜란드입니다. 무려 182cm나 되거든요. 그러다보니 히딩크 감독이 큰 공격수를 선호한 거죠. 미국 자동차가 큰 이유는 기름탱크 때문이잖아요. 많이 달리려면 휘발유가 많이 필요한데, 차두리는 기름탱크가 크다고 생각한 거죠.”
―송캐스터는 중계방송 도중 차두리 선수를 여러 차례 나무란 것으로 압니다. ‘힘은 좋은데, 세기가 모자란다’거나, ‘아버지하고 아들은 다르다’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아버지와 아들을 비교한 적은 없어요. 그건 위험한 방송이죠. 차두리가 처음 발탁됐을 때 제가 ‘체력과 기동력이 좋은데, 아직 덜 영근 것 같다’는 표현은 몇 차례 했어요. 저는 차범근씨와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예요.”
송캐스터는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이 터지자 울산 장생포로 피란갔던 시절을 빼면 줄곧 서울에서 살아왔다. 그는 전주 우석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MBC 아나운서 공채 6기로 방송에 입문했다. 송캐스터는 비교적 늦게 스포츠를 맡았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중계방송이 주말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생태계에 관심이 많았다는 송캐스터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갔다고 한다. 그의 멘트에서 농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한 예로 한국선수의 부정확한 센터링이 나오면 송캐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마치 모내기할 때 못다발 던지는 것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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