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교통안전과 관련, 201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를 국정지표로 내세웠다. 교통안전공단은 이 같은 국정지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뛰는 일선기관 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교통사고 발생률이 가장 높은 ‘오명’을 씻기 위해 교통안전공단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 1956년 충남 금산 출생<br>● 1978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br>● 1979년 행정고시 23회<br>● 1997년 건설교통부 육상교통기획과장<br>● 2005년 건설교통부 운항기술국장<br>● 2006년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장<br>● 2008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br>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교통안전과 관련, 201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를 국정지표로 내세웠다. 교통안전공단은 이 같은 국정지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뛰는 일선기관 중 하나다. 12월4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교통안전공단본부에서 정상호 이사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정 이사장은 교통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확률의 문제이며 분명한 원인이 있는 만큼 과학적 관리법도 있고 문화수준과 관련된 것이므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를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 교통안전공단은 흔히 자동차검사를 통해 수입을 얻고 그 대가로 교통안전에 대한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아는데 맞습니까?
“자동차검사를 하지요. 교통안전공단 수입의 70%는 자동차검사에서 생깁니다. 법상 교통안전공단 설립 취지는 자동차검사해서 번 돈으로 교통안전 사업을 하라는 거지요. 모자라는 부분은 정부가 지원합니다. 육해공 교통 중에 바다는 빼고 육지와 하늘의 안전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운수업체 안전 진단, 자동차 성능시험, 운전 종사자 교육, 철도 및 항공기 관련 시험업무, 교통사고 유자녀 지원 등의 일도 합니다.”
▼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률이 가장 높은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사고의 90% 이상이 운전자 때문에 발생합니다. 위법했다든지, 과속했다든지, 부주의했다든지 하는 운전자 과실로 발생합니다. 결국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이나 문화가 선진국보다 미흡하다고 봐야지요. 교통안전 수준은 국제적으로 자동차 1만대당 몇 명이 사망했느냐로 따집니다. 우리나라는 3.2명인데 체코, 터키 다음으로 3위입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나라인 아이슬란드는 0.5명입니다. 경제규모로는 우리가 세계 10위에 가깝지만 교통안전 측면에서는 후진국인 셈입니다.”
▼ 도로환경의 문제는 없습니까.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는 도로시설이 기본적으로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사업용 운전자의 사고율이 자가용 운전자보다 5배 높아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5년 이내에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겠다는 것을 국정지표로 내세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만3000명에서 6000명대로 줄어드는 데 13년이 걸렸는데 선진국은 반감기가 보통 25년이에요. 2012년까지 295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거니까 매우 도전적인 과제죠. 교통안전공단만으로는 해낼 수 없습니다. 국토해양부, 지자체, 경찰, 시민단체 등이 모두 힘을 합해야죠.”
▼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특별한 대책이 있습니까.
“우리나라 교통사고에는 특징이 있어요. 사업용 운전자의 사고율이 자가용 운전자의 사고율보다 5배나 높아요. 사업용 운전자와 관련된 교통사고 사망률이 1만대당 12명이에요. 자가용 운전자와 관련된 교통사고 사망률은 2.2명입니다. 이런 악성 요인을 먼저 관리해야죠. 흔히 광고에서는 프로는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교통 분야에서는 프로가 아름답지 않아요. 주행거리가 긴 것을 감안해도 그래요. 미국 사업용 운전자는 우리나라보다 주행거리가 길어도 사고율이 낮아요.”
▼ 선택과 집중을 한 겁니까.
“그렇죠. 그런데 직원들이 어렵다는 겁니다. 첫째는 사업용 운전자의 사고율을 낮추는 것은 일종의 성과관리라서 목표를 정해놓고 달성하지 못하면 이사장이 책임져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 둘째는 택시운전기사를 교통안전공단에서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 이름이 교통안전공단이고 사업용 운전자의 사고율을 줄이지 않으면 교통사고 절반 줄이기를 달성할 수 없는데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하느냐고 했어요. 국토해양부는 할 일도 많고 경찰은 도둑 잡기도 바쁜데 우리가 해야지라며 설득했습니다.”
▼ 효과가 있었습니까?
“2008년말에는 오히려 1.6% 늘었어요. 그런데 2009년에 들어와서는 전년 동기 대비 사업용 운전 관련 사망자수가 7.3% 줄었어요. 최근 3년 평균 1%가 줄었으니 꽤 준 셈입니다. 전체 운전 관련 사망자수는 2% 줄었습니다.”
▼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그동안 음주단속 강화나 도로 정비를 주로 했지만 한계가 있었지요. 그래서 저는 교통사고는 확률이고 과학이고 문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했어요. 방어운전은 교통사고 발생 확률을 줄이는 겁니다. 교통사고는 운이 좋지 않아서 난 것이 아니라 분명 원인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과학이지요. 그리고 운전자의 안전에 대한 의식과 습관과 관련된 문화입니다. 그래서 천사2020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사’자는 사망과 사고를 의미하는데 교통사고 다발 운수업체 1000개와 교통사고 취약 지역 1000곳을 집중 관리해서 각각 20%씩 사고를 줄이자는 것이지요. 그러면 전체적으로 10%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 그런 통제가 마음대로 됩니까?
“올해 초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서 각 지사에 교통사고 줄이기 할당량을 배정했습니다. 서울지사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50명 이상 줄이라고 지시했어요. 그리고 사고 다발 운수업체들을 옐로, 블루, 레드로 분류해서 직원 한 사람이 20~30개 업체를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레드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매주 찾아가도록 했어요. 그리고 다른 업체들에는 매주 e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아 했죠. 그러나 자기 회사도 아닌데 신경 써주고 사고도 줄어들어 결국 보험료도 줄어들게 되자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비상경영체제 선포로 성과지향 조직으로 바꿔
▼ 허위 보고가 올라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2중 3중으로 점검하지요. 궁극적으로 경찰에서도 사후 정보를 보내주기 때문에 허위보고를 할 수는 없습니다. 예전에는 교통사고 관련 통계를 1년에 한두 번 대외적으로 공개할 때만 우리도 알 수 있었어요. 그해 통계는 이듬해 4월에야 알 수 있는 겁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정작 필요할 때 알 수가 없어요. 교통사고를 절반 줄이라는데 성과관리가 됩니까?
그래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사별로 노력한 결과 올해부터는 경찰로부터 거의 매월 교통사고 통계를 받습니다.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기본을 마련한 겁니다. 그리고 교통사고 줄이기 목표를 정해놓고 각종 업무를 거기에 맞춰 추진하도록 했어요. 성과지향적으로 바꾼 겁니다. 과학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장치도 있습니다. 디지털운행기록계를 분석한다든지 운수업체를 찾아가 진단을 해주거나 교육을 하거나 안전관리계획을 분석해준다든지 해요.”
▼ 2008년 9월1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는데….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니까 직원들이 그동안 별일 없었는데 무슨 비상이냐고 그래요. 그래서 정부 국정지표로 교통사고 절반 줄이기를 내세웠는데 전혀 준비가 안돼 있으니 비상이 아니고 뭐냐고 말했어요. 1997년부터 민간업체도 자동차검사를 할 수 있게 경쟁체제로 바뀌었는데 교통안전공단 검사 점유율이 12년째 계속 떨어지는데도 대책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어요.
2008년에 적자였거든요. 공기업이기 때문에 적자 나면 채권 발행도 못하고 은행에서 빌려서 갚아야 한단 말입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공기업 경영평가를 하는데 지표를 보니까 교통안전공단이 꼴찌예요. 이게 비상이 아니고 뭐냐고 했어요.”
▼ 직원들이 따라와줬습니까.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핵심업무인 사고와 검사 문제에 집중했어요.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매일 오전 9시에 담당 직원들과 회의를 했어요. 그렇게 소통을 하다보니 천사2020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 겁니다.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격려나 질책을 넘어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자동차검사가 아니라 교통안전을 파는 곳으로 변화
▼ 성과는 있었습니까.
“그렇게 두 달 동안 해보니 사고야 당장 줄지 않지만 검사 점유율은 올라갈 줄 알았는데 2008년 10월에 24.7%로 역대 최저로 떨어진 겁니다. 저도 당황했죠. 시장과의 싸움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직원들만 고생시켰구나 하는 후회도 했어요.
우리 검사소는 100개가 안 되지만 민간업체는 전국에 1000개가 넘어요. 경쟁이 되겠어요? 그래서 제가 도입한 것이 카드업체와 제휴해서 할인도 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기법이었어요. 검사소장들에게는 성과목표량도 할당했어요. 다행히 11월에는 25.5%로 올라가더니 점차 올라가 이제 30%로 안정궤도에 올랐어요. 전년 동기 대비 5% 올랐는데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처음에는 노조에서 ‘그렇게 목표량을 정하면 서비스가 나빠집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현장을 다녀보니 그렇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서비스가 더 나아졌다는 반응을 얻었어요.”
정 이사장은 1년4개월 동안 현장지도를 212회 했는데 워낙 바빠 파워포인트로 만들지 못하고 칠판을 갖다놓고 분필로 써가며 지도했다고 한다.
“스타벅스가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팔 듯이 여러분은 자동차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안전을 파는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용어를 공유하게 되니 생각도 변화하게 된 겁니다.”
▼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예를 들면 사내망에 두 가지를 개설했어요. 하나는 업무와 생활과 관련된 누리마당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핫라인인데 현장지도 후에 핫라인으로 반응이 올라와요. 강의를 듣고 보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실적이 나오자 매일 회의를 매주 회의로 완화했어요. 이제 자동차검사 관련 회의는 매달 합니다. 그래도 사고 관련 회의는 매주 합니다.”
▼ 공무원 출신으로 공모에 참여해서 이사장을 맡게 됐는데 취임 후 처음으로 느낀 벽은 무엇입니까?
“직원들이 비상상황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현실 인식의 벽부터 느꼈어요. 성과관리를 해야 하는데 노조가 기득권을 옹호하려고 하지요. 사고를 줄이겠다고 하니까 운수업체에서는 ‘귀찮게만 하지말라’식의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였어요.”
▼ 직원들에게는 어떤 동기를 부여했습니까?
“교통안전공단이 초일류기업이 돼야 한다는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했어요. 매일 회의하면서 아이디어도 내는 등 제 나름대로 솔선수범했어요. 공감대 형성 등 소통을 위해서도 애썼어요. 온라인을 통해서나 현장에서 대화를 나눈 거죠. 노조와의 대화를 위해서 대의원회의에도 참석해서 발언했어요. 나는 3년짜리 계약직으로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이지만 여러분은 10~20년 일해야 할 정규직이다. 내가 일을 잘하는지 감독하고 나를 활용해서 회사가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여러분을 위한 길이라고 말입니다. 스킨십을 위해 서바이벌게임 등 할 것은 다했죠. 2009년초 워크숍에서는 세족식도 했어요. 임원 및 간부들이 직원들의 발을 씻어줬어요.”
정상호 이사장(왼쪽)은 직원과의 대화를 중요시한다. 소통해야 생각도 바뀐다는 것.
“노사 간에 대립투쟁적인 관계도 문제지만 공기업의 경우 노사상생이라고 하면 외부에서 볼 때는 노사가 짜고 상호공모한다고 욕을 해요. 그래서 가장 발전적인 노사관계는 가치창조적인 관계라고 봅니다. 노사가 왼손과 오른손이라고 한다면 가치창조적인 노사관계는 회사발전을 위해 같이 박수를 치는 겁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20년 무분규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 보수와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성과관리가 됩니다. 제가 취임 후 두 번 인사를 했는데 그야말로 성과지향적으로 했어요. 지사장 자리에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보내는 등 관행을 타파하니까 직원들 눈빛이 달라져요. 2008년에는 40억원 적자였는데 2009년에는 70억원 흑자입니다.”
▼ 페널티와 인센티브가 확실합니까?
“청렴 의무를 한 번이라도 어기면 아웃입니다. 성과 부진자로 2년 연속 걸리면 퇴출됩니다. 2008년에 세 명이 퇴출됐어요. 정부에서 주는 성과급은 큰 차이가 없어 직무등급에서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나게 했어요. 제가 취임했을 때는 그 차가 200만원 정도였는데 5배 늘린 겁니다. 그래서 하위 직급에서 잘하는 사람이 상위 직급에서 못하는 사람보다 더 많이 받도록 했어요.”
그는 업무성과가 있을 때는 칭찬하고 없을 때는 질책한다고 한다. 특히 업무 추진 과정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예전에 하던 관습대로 하고 혁신하지 않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한다.
4C모델과 혁신시계 만들어 사고 줄여
▼ 교통안전공단 CEO 평가는 우수한데 조직 평가는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평가 시기는 비슷한데 평가 지표가 달라서 그렇죠. 저는 2008년 7월 취임 이후부터 평가받았고 조직은 1년 동안 업적을 평가받는데 이미 인건비가 과다지출되고 자동차검사 점유율이 떨어져 있으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죠.”
▼ 경영 혁신을 위해서는 어떤 일을 했습니까.
“4C 모델을 개발했어요. 공감대 형성(Consensus building), 시스템 변화(Change system), 과정 변화(Change process), 문화 변화(Change culture)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성과를 내는 일류조직으로 변화하려면 4가지가 달라져야 합니다. 혁신시계(Innovation clock)를 만들었어요. 4C가 한 바퀴 돌면 1시입니다. 현재 우리 교통안전공단의 혁신시계는 2시10분입니다. 6시까지 가면 제 임기가 끝나는데 2시10분이라는 말은 공감대 형성에서 문화 변화까지 두 번 하고 3시에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한 바퀴 도는 데 8개월 걸렸지만 두 번째는 6개월 걸리는 등 가속도가 붙어 갈수록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올해에는 두 바퀴 더 돌리려는데 지금까지 하던 것에 더 속력을 낼 겁니다. 지난해 사고를 7.3% 줄였는데 올해에는 14% 줄일 겁니다.”
▼ 올해 특별한 계획은 있습니까.
“자동차검사를 명품으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려고 합니다. 자동차검사 시스템, 즉 시설과 절차를 동남아 개발도상국과 몽골에 수출하려고 협상 중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자동차가 진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낙관적으로 보면 세 나라, 비관적으로 봐도 한 나라에는 진출할 겁니다.”
▼ 녹색산업과 관련해서는 어떤 사업을 펼칠 계획입니까.
“요즘 녹색산업이 유행하는데 교통사고와 무관하지 않아요. 에코드라이빙(친환경운전)을 하면 사고가 줄어요. 자동차검사 때 배출가스검사를 철저히 하면 CO₂ 감축에도 기여하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법에 의거, 지역별로 차량을 통제한다든지 하는 온실가스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여기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상주체험연구교육센터에서 에코드라이빙을 교육하려고 합니다.”
▼ 아직도 시꺼먼 연기를 내뿜고 달리는 화물차 등이 보이는데 검사는 누가 한 겁니까.
“쉽게 말하면 그런 차들은 자신이 없으니까 민간업체로 갑니다. 길에서 스폿 체크를 하는데 잘 안 걸리죠.”
▼ 교통안전공단이 민간업체도 관리하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관리권이 지자체에 있어요. 물론 지자체와 교통안전공단, 때로는 국토해양부가 같이 나가서 하고 행정처분권은 지자체가 행사하죠.”
운전은 인격이고 교통안전 수준은 국격
칭기즈 칸을 좋아하는 정상호 이사장은 교통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줄기차게 달려왔다.
“내년에는 천사2020 집중관리대상 업체를 1000개에서 1500개로 늘리려고 해요. 사고다발지역도 1000곳에서 2000곳으로 늘리려고 해요. 우리나라 교통사고사망자 중 보행하다가 차에 치여 죽은 사람이 35%입니다. 보행자 사고다발지역 1000개를 더하는 거지요. 여기에다가 특별 취약요소가 있습니다. 갓길에 주차하면 치사율이 40%입니다. 봄 가을 등 행락철에는 전세버스 사고가 많습니다. 지자체와 함께 집중점검할 예정입니다.”
▼ 교통안전 문화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습니까.
“핵심은 거버넌스(협치)입니다. 교통안전 측면에서 거버넌스가 잘 안 됐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안전은 도로공사나 경찰의 일이기도 하지만 교통안전공단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공단의 성과 목표이니까요. 갓길 주차 문제도 거버넌스 차원에서 협력하는 거지요. 선진국일수록 거버넌스가 잘됩니다. 우리는 잘 안 됐는데 지난해 지자체, 교통안전공단, 검·경찰, 시민단체 등이 모여서 16개 시도에 교통안전협의체를 구성했어요. 교통안전공단지사장이 회장을 맡거나 간사를 맡아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효과가 좋습니다.”
▼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는데 운전습관과 교통체계 이면의 인간 본성을 다룬 ‘트래픽’을 읽은 적이 있습니까?
“교통안전공단 전북지사장이 추천해준 책인데 좋은 책입니다. 현재 문화 관련 분야를 읽고 있어요. 1990년대 초반 2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데 여행을 자주 했지만 도로에서 접촉사고가 나서 차가 서 있는 것을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울에서 대전 왕복하는 동안 한 번이나 두 번은 사고가 나서 서 있는 차를 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운전은 인격이고 교통안전 수준은 국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교통사고율은 민주주의와 반비례하고 부패지수와 정비례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 단속 강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단속은 한계가 있고요. 운전문화가 달라져야 합니다. 운전문화를 바꾸기 위해 지속가능한 캠페인 2개를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갓길에서 주차할 때 삼각판 표지를 설치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 좌석에 안전벨트를 매자는 겁니다. 이 두 가지만 해도 통계상 1년에 800명이 덜 죽어요. 교통사고 사망자의 35%를 차지하는 보행자 사고 취약지역만 잘 관리해도 전체 사망률이 3,4% 줄어들 수 있어요. 이런 결과를 보면 선진적인 교통안전 문화가 확산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가운전자는 방어운전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사고를 피할 수 있어요.”
정 이사장은 수필 쓰기를 좋아한다. 취임 후 블로그를 만들어 많은 글을 올렸다. 여행도 좋아하는데 몽골과 터키, 미국 그랜드캐니언이 좋았다고 한다. 국내여행에서는 백두산과 가야산 주위가 좋았다고 한다. 특히 몽골에 관심이 많다며 칭기즈 칸의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몽골과 칭기즈 칸에 우리 민족의 현재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만명으로 2억~3억 인구를 지배한 것은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칭기즈 칸은 종교와 혈통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중시하는 개방성이 있었어요. 비전을 200만 몽골사람에게 심어줬습니다. 정신적으로 통합한 거지요. 그리고 서민친화적이었어요. 칭기즈 칸은 휘하의 장수 예순베이에 대해 ‘아무리 싸워도 지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남도 자기 같은 줄 알고 지친 모습을 보이면 성을 잘 낸다’고 하면서 ‘그런 사람은 지휘자가 될 수 없다’고 했어요. 지휘자는 부하가 허기질 때 같이 허기지고 부하가 힘들 때 같이 힘들고 부하가 피곤할 때 같이 피곤한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앞으로 몽골과 친해야 해요. 역사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국가전략적으로나 가장 친해야 할 나라입니다.”
그는 2008년 7월 취임 이후 교통안전공단의 경영 혁신과 교통사고 줄이기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해왔다. 직원들과 소통하고 설득해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정작 직원들은 따라가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 스스로 예순베이 같다고 생각지는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칭키즈 칸의 경고가 제게 필요한 것 같아서 늘 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