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원안 통과에 충청인의 자부심 느껴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투쟁 나설 것
- ‘핵심민원 현장 확인 처리제’ 시행
“주차장이 꽉 찼으니 다른 곳에 주차하셔야 합니다.”(50대 초반 남자)
“의장님, 한 대만 들어갈 수 있도록 신경 좀 써 주세요.”(운전자)
허겁지겁 주차장 안쪽으로 달려간 이 남자는 호루라기를 불면서 차량을 안내했다. 그러기를 한 시간, 그의 이마에서는 구슬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13년째 일요일 오전 교회 봉사활동을 계속해온 대전시의회 이상태(53) 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 느닷없이 청주공항으로 가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예고 없던 행보였다. 시의회 의장실 비서진이 “갑자기 어디를 가시느냐”고 묻자 그는 “대전이 살길을 찾기 위해서”라고만 말한 뒤 홀로 제주도로 향했다.
자유선진당 소속인 그가 제주에서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국회 예결특별위원회 위원이자 북제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김우남 의원. 김 의원과는 과거 광역의원을 함께 하며 두터운 인연을 맺은 터였다. 지금은 김 의원이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격(格)’이 높아진 터라 이 의장이 제주까지 직접 찾아갔다는 것.
이 의장 제주에서 김 의원을 만나 “대전시가 요청한 국비 예산을 최대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 의장의 노력과 간청 덕분일까. 대전시는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조성하려는 HD(Hi-Definition)드라마타운 기본계획예산 10억원과 유성구 화암사거리 입체화 건설에 필요한 예산 40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역 유일한 최다선 5선 의원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지방의원에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말, 즉 ‘자질론’‘이권 개입’ 등은 이 의장에게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그는 진기록을 하나 갖고 있다. 전국의 광역의원 중 최다선인 5선 의원이란 기록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해 지방의원 선거가 실시된 이후 6선을 지낸 기초의원은 있지만 광역의원은 없다. 이기순 강원 인제군수가 5선을 했으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군수가 됐으니 이 의장이 유일한 현역 최다선 광역의원인 셈이다.
이 의장도 지방의원이 되기 직전 흔한 명함을 가진 적이 있다. 대전에서 청년회의소(JC) 간부를 오래 지낸 것. 그러다 서른여섯 살 때인 1995년 처음 대전시의원이 됐다. 그리고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시의원에 계속 당선돼 지난해 7월 대전시의회 의장이 됐다. 누구나 이 정도 경력이면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더 높고 ‘끗발’이 있는 다른 선출직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이 의장은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니는 교회에서 13년째 주차봉사활동을 한 것은 ‘생활 의정’을 펼쳐보겠다는 생각에서였지요. 광역의회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지역현안을 제대로 챙겨 지역민들을 위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입니다. 제주도에 갔던 것도 이런 지방의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였죠.”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태 의장(가운데).
1월10일 오후 대전시의회에서 이 의장을 만나 지방의원 17년 차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 도중 그는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일일이 받으며 “곧 전화해주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지난해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일을 이야기한다면….
“가장 큰 보람은 세종시 원안 확정이지요. 500만 충청인의 단결된 힘으로 국회 원안통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행각해요. 이와 함께 지역현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 및 현장 방문 등 탁상에서 벗어나 현장을 직접 찾아 여론을 수렴하는 ‘생활 의정’을 실천해왔고 시민들이 이 생활 의정을 높게 평가해줘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쉬운 대목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과 관련해 법 조항에 충청권 입지가 명문화되지 않은 점과 무상급식 예산을 반영하지 못한 점이지요. 지속적인 노력과 대응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무상급식 예산 반영 못해 아쉬워
▼ 지난 6개월간 시의회의 주요성과를 말씀해주십시오.
“연구모임 활성화, 현장의정 강화 등의 많은 변화와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강도 높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집행기관의 미비점 290여 건을 지적하고 70여 건을 건의했으며, 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례 70건에 대한 제·개정 등 110건의 안건을 처리했습니다. 2011년도 예산 심의에서 시 73억원, 교육청 28억원 등 총 101억원의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고 지역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과 서민안정, 중소기업지원 등 서민 밀착형 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입토록 한 점도 평가받을 만합니다.
또한 대전의정발전연구회 등 4개의 연구회를 만들어 지역 현안을 주제로 21회의 세미나 및 정책토론회를 열고, 시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현장 18곳을 방문하는 등 의정에 시민의 생각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점도 다른 시도 의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대전시가 제출한 무상급식 예산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는데, 무상급식 실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요.
“무상급식은 의무교육과 같은 공공재적 성격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상급식 전면실시에 대한 우리 시의회의 의지는 확고하지요. 다만, 시청과 교육청 간 이해와 합의를 촉구하고 불용예산의 방지 차원에서 시에서 계상한 40억원의 예산을 삭감한 것입니다. 예산 심의과정에서도 대전시와 교육청이 협의하면 삭감한 예산을 부활하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했지요.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중재자 역할과 함께 시민단체, 학부모, 언론계가 참여하는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섬기는 의회’ 만드는 데 최선 다하겠다
지난해 말 대전시내에서 구세군 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태 의장(왼쪽).
“새해는 높은 생활물가와 고용 없는 저성장으로 서민의 살림살이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지요. 따라서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 살리기, 세종시와의 상생발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 등에 매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봐요. 이에 발맞추어 우리 시의회 역시 올 한 해가 지역발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시대적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는 의회’‘섬기는 의회’를 구현해 살맛나는 대전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시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책도 마련해 대전 번영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는 한 해가 되도록 해야겠지요. 또한 의정에 시민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도록 ‘민생현장 체험’과 ‘핵심민원 현장 확인 처리제’를 시행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민의 대표기관이자 의사결정기관으로서 행정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충실히 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상생의 의회가 되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지요.”
▼ 새해 시의회가 가장 역점을 둘 사업은 무엇입니까.
“우선 세종시와의 상생발전 전략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리고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사업 및 HD드라마타운 건설, 도안신도시 행정구역조정과 선거구 증설 문제 등 그동안 공들여 구상한 사업들이 착실히 추진돼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의회 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특히 충청권에 입주키로 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가 대통령 공약사항임에도 정치권 논리에 휘말려 실종되었고, 향후 입지 또한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지역의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우리 지역으로 유치되도록 적극적으로 투쟁할 생각입니다.”
▼ 신묘년 새해 시민에게 한 말씀해주시지요.
“흔히 설거지를 하지 않는 사람은 접시를 깰 일이 없고 접시를 닦지 않는 사람은 잔소리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접시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한두 장 깨진 접시보다는 잘 닦은 접시를 먼저 봐주시길 바랍니다. 시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