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호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이학렬 경남 고성군수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11-01-20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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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소속인 이학렬(李鶴烈·59) 고성군수는 2002년 제39대(민선3대) 군수로 선출된 이후 내리 세 번 당선됐다. 임기는 2014년 6월까지다.
    • 고성군의 핵심시책은 크게 네 가지. 명품 보육·교육도시 건설, 생명환경농업 확산, 조선 관련 산업 육성 및 2012공룡세계엑스포 개최가 그것이다.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경남 고성은 공룡 유적지로 유명한 고장이다. 1월4일 오전, 이학렬 군수를 만나기 전 공룡세계엑스포 행사장부터 둘러봤다. 당항포 관광지에 있는 엑스포 행사장에 들어서니 거대한 공룡 모형들이 눈에 들어온다. 2006년부터 시작된 공룡엑스포는 3년 주기로 열리고 있다. 2009년에 이어 내년에 3회째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엑스포 행사장 인근 바닷가에는 요트 교육장이 있다.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는 당항포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400여 년 전 이곳에서 이순신 장군은 두 차례에 걸쳐 왜선 57척을 전멸시켰다.

    이 군수는 조선산업과 관련된 얘기부터 꺼냈다. 고성은 전국 유일의 조선산업특구다.

    “1964년 고성군 인구가 13만5000명이었습니다. 42년간 감소하다가 2007년 조선산업특구로 지정된 이후 기업체들이 들어오면서 인구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5만4500명까지 내려갔다가 지금은 5만7300명으로 늘었습니다.”

    현재 고성군에 둥지를 튼 조선 관련 기업체는 80여 개에 달한다. 당연히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술집에서도 ‘작업복’이 들어오면 크게 반기는 분위기란다. 조선소는 5개인데 거제도의 삼성이나 대우에 비하면 소규모 회사들이다. 현재 고성군은 메이저급 조선회사인 STX를 유치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이 군수에 따르면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어 곧 공식발표가 있을 듯싶다.

    ‘하늘이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



    조선산업특구 지정은 이 군수의 집념과 끈기의 승리였다. 고성은 수산자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조선산업을 유치하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었다. 방법은 특구 지정밖에 없었다. 주변에선 다들 “말도 안 된다”고 만류했다. 이 군수는 서울로 올라가 관련 부처와 해당 위원회를 돌며 실무자들을 설득했다. 하위직 공무원들한테도 머리 숙여가며 협조를 부탁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불가능한 꿈을 이뤘다.

    “인구 증가는 농어촌 군수들의 공통된 희망입니다. 그런데 인구를 늘리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제조업 유치지요. 고성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은 조선입니다. 말이 수산자원보호구역이지 사실 고기도 잘 안 잡힙니다. 예전엔 고기 잡는 게 돈이 됐지만 지금은 어장 구조조정을 하는 실정이죠. 조선산업특구 신청은 잘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희망을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2012년 3회째를 맞는 공룡엑스포도 군 재정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2006년 첫 엑스포 때 52일간 154만명이 관람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주제가 ‘놀라운 공룡세계’였던 2009년 2회 엑스포 때는 70일간 171만명이 다녀갔다. 엑스포 행사장으로 오는 차량이 마산까지 밀리고 진행요원들이 식사도 못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특히 어린이날인 5월5일엔 10만3000명이 몰려들었다. 2회 엑스포는 11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82억원의 비용이 들었으니 36억원의 순수익을 남긴 셈이다. 참고로 올해 고성군의 예산은 3300억원이다.

    2012년 3회 공룡엑스포의 주제는 ‘하늘이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이다. 어떤 뜻이냐고 묻자 이 군수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공룡이 멸종한 것은 어떤 형태든 환경과 관련 있다고 봐야죠. 물 이야기를 해봅시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가 아니라 빗물관리부실국가입니다. 물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건 빗물을 함부로 버리기 때문이죠. 비를 상류에서부터 모아야 하는데 그냥 다 흘려버리고 말아요. 빗물이 흡수되지 않고 하천에 다 모이니 홍수가 납니다. 비가 안 오면 가뭄을 겪습니다. 비를 모으고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빗물을 저장해놓으면 가뭄을 피할 수 있습니다. 3회 엑스포의 주제는 환경 탓에 죽은 공룡을 환경으로 다시 살린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엑스포입니다. 관람동선이 빗물 경로를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어요. 빗물로 만든 생수도 제공합니다. 공룡 몸속에서도 빗물이 나오도록 했죠. 빗물 폭포도 선보일 겁니다.”

    ‘농업의 혁명’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당항포 선착장에 있는 요트학교.

    2009년 7월31일 고성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떠들썩했다. 이 대통령은 생명환경농업의 현장인 고성의 참다래마을을 찾아 직접 삽을 들고 토착미생물을 배양한 흙을 뿌렸다. 한 달쯤 뒤엔 한승수 국무총리가 고성의 생명환경농업연구소를 방문한 후 관계자들에게 생명환경농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과 총리를 불러들인 고성의 생명환경농업은 친환경농업을 뛰어넘는 차세대 농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군수는 “생명환경농업은 농업의 혁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환경농업을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친환경 농약과 비료는 최소 3배 이상 비쌉니다. 생산비가 높은 반면 수확량은 적어요. 한마디로 고비용 저수확이죠. 그런데 생명환경농업을 하는 농민들은 비료를 구매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기존 관행농업(화학농업)에 비해 비용이 절반밖에 들지 않습니다. 친환경농업과 비교해도 5분의 1밖에 안 듭니다.”

    그는 생명환경농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공룡엑스포는 3차 산업이고 조선업은 2차 산업입니다. 그런데 고성 주민의 50%가 1차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조선산업특구와 공룡엑스포로 2, 3차 산업의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남은 건 1차 산업이었죠. 관행농업으로는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없었습니다. 관행농업에서는 엄청난 화학비료와 농약을 씁니다. 농약을 쓰니 센 병충해가 나타납니다. 그러면 더 센 농약을 써야 하고. 악순환인 셈이죠. 당연히 환경에도 안 좋고 건강에도 안 좋습니다.”

    생명환경농업의 본산은 충북 괴산에 있는 자연농업학교다. 이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은 조한규라는 농학자다. 올해 77세인 그는 지난 50년간 독자적으로 농업을 연구해왔다. 많은 농민이 이곳에 와서 배우고 돌아갔다. 정통 학계의 농학자들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보다 일본, 중국 등 외국에서 더 인정을 받았다. 일본에서 초청강연도 하고 중국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이 군수는 직원들과 함께 자연농업학교를 찾아가 5박6일 동안 교육받으면서 농업에 대해 새로 눈을 떴다.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교육받고 돌아가 생명환경농업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개별적인 차원이었지요. 행정 차원에서 시작한 건 우리가 처음입니다. 처음엔 163㏊로 시작해 점차 규모를 늘렸습니다. 생명환경농업은 10만평(33만㎡) 정도의 대규모 논에서 같이 농작해야 합니다. 누구는 농약 치고 누구는 안 치면 안 되기 때문이죠. 같이 작업하면 효율적입니다. 일손도 덜고 비용도 적게 들거든요. 수확량도, 원칙대로만 하면 관행농업보다 오히려 많아요. 저비용 다수확인 거죠. 거기에 환경도 살리고 건강도 살리고.”

    반대를 뿌리치고

    군수가 생명환경농업을 해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자 주변에서 반대가 거셌다. 농민들은 반신반의했다. 공무원들도 우려했다. 일이 잘못될 경우를 생각해서였다. 특히 농민들을 상대로 영농교육을 하는 농촌지도직 공무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생명환경농법은 기존 농법과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농업교과서는 심경다비(深耕多肥)를 가르친다. 땅을 깊이 갈고 비료, 즉 거름을 많이 주라는 뜻이다. 반면 생명환경농업에서는 천경소비(淺耕少肥), 즉 땅을 얕게 갈고 거름을 적게 준다.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생명환경농업연구소 제형도 소장이 지역미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관행농업에서는 심경다비해야 합니다. 땅이 죽어 있기 때문에 20㎝가량 갈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뿌리가 안 내려가니까. 땅이 죽어 있으니 거름도 많이 줘야 하고. 그런데 생명환경농업에서는 땅이 부드럽기 때문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3㎝ 정도 살짝 들춰주면 돼요. 거름 안 줘도 미생물이 작용을 하기 때문에 뿌리가 땅속 깊이 쭉 내려갑니다. 농촌진흥청도 처음엔 반대하는 얘기를 주변에 흘렸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와 한바탕하기도 했죠. 지금은 같이 하고 있지만….”

    그는 한때 유행했던 친환경농업에 대해 “농업의 주체가 농민이 아니라 비료회사와 농약회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친환경농업 해서 돈 번 것은 농민이 아니라 비료회사와 농업회사였어요. 농민은 농업노동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생명환경농업에서는 농민이 주체가 됩니다. 농민이 농작물의 재배상태를 보고 판단하고 (비료를) 만들고 사용하죠. 여기에 어떤 농약회사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생명환경농업은 화학비료와 살충제,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토착 미생물과 톱밥, 왕겨, 가축 분뇨 등을 퇴비로 사용한다. 거기에 당귀, 계피, 감초를 발효해 만든 한방 영양제를 투입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단위 면적당 모 포기 수도 적다. 기존 농법으로는 3.3㎡(1평)당 70~80포기의 모를 심었다. 하지만 생명환경농업에서는 45포기만 심는다.

    첫해인 2008년 10월 고성의 생명환경농업은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다. 질은 물론이고 양에서도 기존 농법보다 우위를 과시했다. 양적으로는 1000㎡당 506㎏을 생산해 관행농업 수확량(476㎏)을 앞질렀다. 질적으로는 농촌진흥청 품질 평가에서 94점을 받아 91점을 받은 일반 특미를 눌렀다. 생산비는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이 쌀은 농협이 모두 사들였는데 수매가가 일반 쌀보다 2만원가량 높았다.

    이 군수의 열정에 찬 얘기를 계속 들어보자.

    “생산량이 늘어난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환경을 살린 거예요. 미꾸라지가 돌아다니고 사라졌던 미생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생명환경농업의 비법은 지역미생물을 살리는 겁니다. 미생물들이 땅에 투입되면 흙이 부드러워집니다. 흙이 살아 숨쉽니다. 땅에 막대기를 꽃아 넣으면 2m가량 쑥 들어갑니다. 지렁이가 땅 속 깊이 기어다니니 저절로 경작이 됩니다.”

    그는 “조선특구나 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의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언론에서 잘 모르더라고요. 첫해에 큰 성공을 거둔 후 서울로 올라가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 편집국장, 보도국장들을 찾아가 다 만났어요.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고 얘기했죠. 그런데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선지 깊이 공감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생명환경농법은 채소와 원예, 축산에도 적용됐다. 일반 돼지우리와 닭장의 바닥은 시멘트다. 똥물이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생명환경축산에서는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돼지우리의 경우 1m 깊이로 바닥을 파서 거기에 버섯과 폐목, 황토, 톱밥, 미생물 따위를 집어넣는다.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해안가 암반층에 남아 있는 공룡 발자국.(왼쪽) 공룡세계엑스포 행사장에 있는 공룡 모형.(오른쪽)



    “사실 우리는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겁니다. 법에 돼지우리 바닥은 시멘트로 만들게 돼 있거든요. 흙바닥 우리에 돼지가 똥오줌을 싸면 하루 만에 증발됩니다. 발효가 되는 거죠. 약간의 누룩 냄새가 날 뿐이죠. 그런 식으로 돼지우리를 만든 지 2년 지났는데 한 번도 똥을 치우지 않았어요. 대신 휘저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물이 부족해 물을 뿌려주죠. 우리나라에서 돼지 똥 치우는 데 드는 비용이 1년에 3000억원입니다. 돼지와 닭, 소 사료는 대부분 수입합니다. 자급은 4%밖에 안 돼요. 생명환경농법을 쓰면 돼지와 소 사료는 25%, 닭은 50%를 자급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절약되는 사료비용이 1조5000억원입니다. 비료 절감 비용도 1억원입니다. 이게 바로 농업의 혁명이 아니겠습니까.”

    “군수가 온 건 처음”

    생명환경농업에 이어 이 군수가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야심 찬 프로젝트가 바로 명품 보육·교육도시 건설이다. 지난해 3선 군수에 도전하면서 내걸었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자녀교육을 위해 고성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성으로 이사 오도록 양질의 보육 및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산업특구로 지정된 후 공장이 많이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공장 직원들이 자녀교육 때문에 고성을 떠나는 거예요. 이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사를 오게 만들어야겠다고.”

    이 군수는 먼저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관내 20개 보육시설과 14개 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먼저 보육 얘기다.

    “유치원부터는 괜찮은데, 보육교사들 월급이 형편없어요. 한 달에 120만~130만원 받아요. 보육교사 교육기간이 1년인데 현재 군에서 경비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들이 긍지를 갖도록 1년에 한두 번 교사 모임을 열고 학생들과 함께 서울에 올라가 뮤지컬 공연도 볼 수 있게 지원하고 있어요. 한 어린이집에서 장기 근무한 교사에겐 군에서 인센티브도 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관심을 갖는 거죠. 어느 어린이집 원장이 ‘군수가 온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군수는 지난해 10월말 직원들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명품 교육도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 10박11일 동안 미국의 5개 도시를 돌며 10여 곳의 중학교와 대학교를 방문해 몇몇 학교와 자매학교 양해각서(MOU)를 맺어 학술교류와 유학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군수는 이를 ‘미국 대학 진학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

    “고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에 곧바로 미국 명문대학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목표인원은 100명입니다. 미국 대학에 들어가는 길은 두 가지예요. 바로 4년제 유니버시티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고 2년제 칼리지로 갔다가 유니버시티 3학년으로 편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전엔 바로 유니버시티로 들어가는 게 인기 있었는데 요즘은 칼리지를 거쳐 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칼리지를 거쳐 가면 여러 가지로 좋아요. 여러 전공을 택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거든요. 학비가 3분의 1밖에 안 든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지난번에 버클리대를 가보니 칼리지를 거쳐오는 학생들을 더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학부교육은 칼리지에서 받고 오라는 거죠. 버클리대의 우수한 학생은 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디아블로밸리 칼리지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는 미국 유학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대 몇 명 갔느냐를 따지는 건 우수한 교육이 아니라는 거죠.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교육받으면 글로벌마인드를 갖게 되잖아요.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성적에 따라 서울대 어디 가라, 고려대 어디를 가라고 합니다. 자기 적성과 재능에 따라 전공을 선택해야죠. 수능시험은 못 봤어도 다른 재능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걸 미국 칼리지에 가서 찾으라는 거죠. 미국 대학의 환경이 우리보다 자유롭고 개방돼 있거든요. 서울대 다닐 비용이면 미국 명문대를 다닐 수 있습니다. 칼리지는 더 적게 들고요.”

    해군사관학교(29기) 출신인 그는 초임장교 때 서울대에 편입함으로써 일찍이 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따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명문인 텍사스주립대학교(UT오스틴)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전공은 금속재료공학. 20년 가까이 해사 강단에 섰는데 한때 미국 해사 교수도 지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중령으로 예편한 후 국회의원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도지사 해보고 싶다”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글렌데일 커뮤니티 칼리지와 자매학교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학렬 군수.

    그에게 “다음 목표는 도지사인가”라고 묻자 부인하지 않았다.

    “혹시 국회의원선거에 나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도지사를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지금부터 선거운동 할 생각은 없습니다. 고성군수 열심히 하면 경남도민들이 인정해주지 않겠어요?”

    다른 지자체장들을 안 만나봐서 모르겠지만, 군수로서 이처럼 비전과 열정,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도지사를 해도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고성엔 또 하나 좋은 일이 생겼다. 레저용 경비행장 설립이 승인된 것이다. 이 군수는 “고성을 명실상부한 해양항공 레포츠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고성의 명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다. 겨울이 되면 독수리 200~300마리가 고성에 날아온다. 우리나라에서 독수리 서식지로는 고성 외에 철원, 파주가 꼽힌다. 그런데 철원과 파주의 경우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서만 관찰이 가능해 실제로 독수리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은 고성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고성이 독수리 서식지로 자리 잡은 데는 관내 칠성고등학교 김덕성 교사의 공이 컸다. 김 교사는 지난 수년 동안 돼지비계 따위의 먹이를 제공하며 독수리들을 유인해왔다. 기자가 ‘독수리 관광 상품화’를 제안하자 이 군수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기뻐했다. 즉석에서 김 교사와 통화해 현재의 독수리 서식 실태를 확인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이 군수는 김 교사와 통화를 끝낸 후 기자에게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고성읍 덕선리에 있는 생명환경농업연구소를 방문했다. 홍보동영상을 본 후 제형도 소장의 안내로 지역미생물보관장, 한방영양제 제조장 등 관련 시설을 살펴봤다. 제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환경농법으로 560㏊를 경작했는데 올해는 700㏊로 늘일 계획이라고 한다. 제 소장은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3년째가 되니 농민들이 욕심을 내요. 수확량을 늘릴 속셈으로 매뉴얼대로 안 하고 자기 방식으로 하려는 거지요. 자칫 낭패를 볼 수가 있어요. 그런 걸 사전에 알아내 교육하고 단속하는 게 일이에요.”

    생명환경농업연구소에서 나와 승용차로 30분쯤 달려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에 있는 상족암군립공원에 도착했다. 바닷바람이 거셌다. 해안가 거대한 암반층 곳곳에 공룡 발자국이 찍혀 있는데 크기가 생각보다 작았다. 마지막으로 공룡박물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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