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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총재가 참여한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판결문

이회창총재가 참여한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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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미문화원 대법원 상고심(1983·3·8) 재판관은 이일규(당시 재판장), 이성렬, 전상석, 이회창이었다. 대법원 상고심은 사실심이 아니라 변호인과 검사, 재판관만 참여해서 법률 적용을 따지는 법률심이다. 따라서 당시 피고인들 가운데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이회창대법관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신동아’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물었던 문부식 등 미문화원 방화범들의 행위에 대해 재판관으로서 이회창 총재의 당시 시각을 유추해볼 수 있는 판결문을 공개한다. 이 판결문은 원래 A4용지 20장 분량이었다. 판결문 원문은 내용이 길고, 전문용어도 많고, 중복되는 부분도 있어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이 판결문의 원래 형식을 해체해 국가보안법, 광주민주화운동과 미국책임론, 방화죄 등 주요이슈에 대한 당시 대법원 재판부의 법률적 판단을 살펴보았다. 한편, 이회창 총재는 “당시사건의 재판장도 주심판사도 아니었다”며 판결문 작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재판전문】

1983.3.8. 82도3248 국가보안법 위반 등

【피 고 인】 김현장 외 15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이돈명 외 4인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1982.12.13 선고 82노139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 김은숙, 동 류승열, 동 박원식, 동 최충언, 동 이미옥, 동 최인순, 동 김지희, 동 최기식, 동 허진수, 동 김화석 등의 상고 후의 미결구금일수 중 25일씩을 피고인 등에 대한 징역형에 각 산입한다.

【이 유】 피고인 등의 변호인 변호사 이돈명, 동 홍성우, 동 황인철, 동 이흥록, 동 김광일 등의 상고이유와 피고인 김현장, 동 김은숙, 동 류승열, 동 최인순, 동 최기식, 동 문길환, 동 김영애, 동 허진수, 동 이창복 등의 각 상고이유를 다음 구분에 따라 차례로 판단한다.

<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

현재 정치권에서 법률안 폐지를 놓고 공방이 한창인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와 북한에 대한 판단. 이 부분에서 판결문은 국보법 제7조 제1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피고인들이 북한의 주장을 따른 것이 아니라는 변호인측 주장을 일축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소정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라 함은 그 행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을 말하고, 정상적인 정신, 상당한 지능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 행위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것을 인식하거나 또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미필적인 인식이 있으면 되고 그 행위자에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려는 목적의식(의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판결 요지 06)』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라 함은 그 행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 이에 해당되고 정상적인 정신, 상당한 지능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 행위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것을 인식하거나 또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미필적인 인식이 있으면 되고 그 행위자에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려는 목적의식(의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풀이할 것이다.(재판 전문 제3.같은 변호인 등의 상고이유 제3점 가운데 1.)』

『우리 대한민국은 같은 동족이면서 인류역사상 가장 호전적이라는 북한공산집단과 숨막히는 가열된 대치상태를 계속하고 있다. 그들은 1.12제의를 비롯하여 거듭된 우리 정부당국의 민족적·인도적 제안을 외면하고 우리의 평화통일 방안을 거부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정부를 비방하여 정부전복을 위한 대정부 봉기를 선동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피고인 등이 부산미국문화원의 방화에 즈음하여 그 의의와 목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 작성 살포하였다는 위 삐라의 내용은 그 대부분이 공지에 속하는 북괴의 상투적인 선전과 일치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상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고 고등교육으로 높은 지식수준에 있는 피고인 등으로서는 그들의 소위가 북괴의 선전활동에 동조하고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이롭게 할 것이라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 할 것이고, 소론 미국은 이 땅에서 물러가라는 말은 역설적·상징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 이는 북괴의 상투적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는 그 기초를 달리하는 것이며 북침준비완료라는 구호는 군부정권이 현재로서 모든 북침준비를 완료하고 있다는 문자 그대로의 내용을 전달하려 한 것이 아니라 군부정권이 국민의 저항에 견디지 못할 때에는 군사적 모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군부정권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군부정권에 대한 증오심을 나타내기 위하여 쓴 충격적 효과를 노린 상징적 표현에 불과하고 피고인들은 실제로 북괴의 대남선전활동 중에 군부정권의 북침준비 완료 운운의 내용이 있는가의 여부를 알지도 못하고 알 기회도 없었다는 등의 상고논지는 피고인 등의 강변과 변소에 불과할 뿐 어느 것이나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등의 원심 판시 소위를 형법 제164조의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죄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하거나 이에 동조하여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죄의 상상적 경합죄가 성립한다고 한 원심조치는 정당하고 이에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으므로 상고이유는 그 이유가 없다고 하겠다.(재판전문 제3. 같은 변호인 등의 상고이유 제3점 중 3.)』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중앙선 매포역 건너편에 있는 예장수양관에서 3박4일간 국내 각 지방으로부터 모인 학생들과 또는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천주교 원주교구 교육원에 장기간에 걸쳐 전국 각 지방의 학생들을 모아 정기적으로 또는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 앞에 있는 옥호불상의 여관 또는 경남 양산군 통도사 경내에 있는 산장여관 또는 부산 서구 보수동에 있는 애린유스호스텔 또는 부산 부산진구 성지곡 수원지 또는 부산여자대학 지하실 등 각처를 전전하면서 또는 며칠간 숙식을 같이하고 또는 정기적으로 반복하여 전국 각 지방의 학생 등을 상대로 이와 같은 모임을 가졌다는 것이며, 그 토론 또는 발언내용에 있어서도 “현 군부의 정권 유지책으로 선포된 계엄은 조속히 철폐하여야 한다” 또는 “부산권 지식인의 운동방향, 정보교환, 현실대응책과 지식인 결속운동을 위한 친목계의 조직” 또는 “민주선언문의 낭독과 데모진압 경찰관 제지 지시” 또는 “교회의 조직과 기구를 사회변혁의 전위대로 개조하여 현 정권을 타도하여야 한다” 또는 “부산권 사회운동가 청년들에 의한 민주화 투쟁을 위한 부산민주청년회의 결성” 등이 그 중요 의제였다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집회는 이미 기독교인들의 학구적· 신앙적 모임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정치적 성향을 부인할 수 없고 또 때로는 북한 공산집단의 대남 선전 활동에 동조하여 결과적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등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며…(재판전문 제2. 같은 변호인 등의 상고이유 제2점 및 피고인 김현장, 동 김은숙, 동 류승열, 동 최인순, 동 문길환, 동 허진수 등의 같은 취지의 각 상고이유 가운데 3. 일부)』

이회창 총재는 현재도 국보법 개정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는 2001년 6월18일 ‘동아일보’와의 회견에서 “지금 보안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영해 침범 사태에서 보듯 북한의 변화 조짐이 없는데 보안법 개정 논의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크로스보팅도 당론이 없다면 몰라도 ‘보안법 개정불가’라는 당론이 있기 때문에 맞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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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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