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을 부풀리는데 큰 구실을 했던 금창리 핵 의혹 시설에 대해 전혀 새로운 진술이 나왔다. 조선인민군 소장(한국군 준장에 해당) 계급장을 달고 북한 인민무력부(현재는 인민무력성) 작전국 부국장과 미사일부대 지휘관을 지냈다고 하는 이춘선씨가 중국으로 탈출해 북한 핵시설에 대해 새로운 진술을 한 것.
1999년 미국이 1차로 금창리 시설을 조사한 후 탈북한 것으로 보이는 이춘선씨는 중국 공안당국에 검거돼 조사 받는 과정에서, “북한의 핵시설은 금창리가 아니라 금창리에서 30km쯤 떨어진 천마산 지하에 있다. 금창리 지하시설은 천마산 지하에 있는 핵물질 추출 공장에서 발생한 배기 가스를 빼내는 곳이다. 그런데 북한은 배기가스를 잘못 처리해, 금창리 지하터널 앞에 있는 평야지대로 대량 누설하는 사고를 겪었다. 그로 인해 금창리 일대의 수목이 노랗게 말라죽어 미국은 금창리 지하시설을 핵 의혹 시설로 단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미국 CIA에도 정보제공
이씨를 조사한 중국 공안은 이씨의 진술을 토대로 상급 기관에 올리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국내 한 기관이 이 보고서를 입수했다. 보고서를 입수한 기관에 따르면 이씨는 인민군 장성이 틀림없고, 중국 역시 이씨의 진술을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 기관은 이씨를 한국으로 빼내기 위한 공작을 준비했으나 공작금을 마련하기도 전에, 중국 공안이 이씨를 북한으로 송환했다고 한다. 북한으로 송환된 후 이씨는 처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를 데려오는 데 실패한 이 기관은 대신 중국 공안당국이 중국어로 작성한 보고서 사본을 입수했다.
‘신동아’는 이 보고서의 존재를 확인했으나 사진 촬영이나 복사본을 만드는 데는 실패하고, 대신 보고서 번역본을 입수했다. 이 기관은 보고서 사본을 한국에 나와 있는 미국 CIA 주재원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정원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대북 정책이 잘못됐고 또 국정원의 정보가 북한으로 새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공안이 작성한 이씨 조서를 읽어보면 천마산 지하 시설은 원자력 발전소가 아니라 우라늄을 정련해 정광을 만드는 시설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핵연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우라늄정광을 수입하고 있으나, 북한은 직접 우라늄을 채광해 정광→변환→농축→성형가공을 거쳐 핵연료를 만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원자력연료(주)가 핵연료를 제작하는데, 한국원자력연료(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있다. 따라서 천마산 지하시설이 우라늄 정광 시설이라면 당연히 IAEA의 사찰을 받아야 한다.
지난 6월6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제네바합의의 ‘이행 개선(im- proved implementation)’을 요구했다. “제네바 합의의 이행 개선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대해 에번스 리비어 주한 미 대리대사는 “제네바 합의는 KEDO가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는 것만 명기돼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은 그에 상응해 IAEA의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행의 개선이란 제네바 합의대로 북한이 IAEA의 일반 및 특별사찰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춘선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IAEA는 천마산 지하기지에 대해서도 사찰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씨의 진술은 예상 외로 치밀했다. 그는 수치를 적어가며 천마산 지하시설의 구조와 크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위험한 작업은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정치범들이 담당한다고 적었다. 이씨는 천마산 핵 시설 외에 함경북도 요덕에 있는 북한군의 화학무기 제조 공장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신동아’는 이춘선씨를 조사한 중국 공안당국이 작성한 보고서의 번역본 전문을 게재한다. 번역본의 우리말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원문의 뜻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글을 다듬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번역본 전문을 게재하기에 앞서, 미국이 금창리를 핵 의혹 시설로 지목하게 된 과정과 1999년에 실시한 제1차 금창리 조사, 2000년 5월에 실시한 제2차 금창리 조사를 간략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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