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의 북한 조기붕괴론에 입각한 흡수통일정책, 정치적 현안문제와 경제 또는 인도적인 문제를 연계하는 정경 연계정책, 북-미, 북-일관계 발전과 남북관계 발전 사이의 ‘조화와 병행원칙’ 등을 포기하고, 햇볕론에 입각한 남북간 화해·협력, 공존·공영정책을 추진했다.
북한의 장기생존 가능성을 가정하고 흡수통일 배제원칙을 표방하여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기본합의서 이행과 냉전구조 해체를 통해 통일의 첫 단계인 남북 연합단계 실현을 위해서 포괄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는 제로섬 게임(흡수통일 대 적화통일)의 남북관계를 윈-윈 게임(공존·공영)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상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그 결과 남북 당국간에 신뢰가 조성되었고,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한의 최고 지도자간의 담판에 의해서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남남갈등과 주변 4강의 대한반도 영향력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는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체제위기에 봉착한 북한 사회주의체제와 김정일 정권을 위기관리 차원에서 ‘포용’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IMF 관리체제라는 외환위기 속에서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둘째, 일관된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대북정책의 혼선을 막고 남북간 신뢰회복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한동안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햇볕정책에 거부감을 표시했지만, 김대중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을 지켜보면서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남북간 신뢰회복에 기여했다고 본다.
셋째, 남북간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이 증대되어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고, 남북관계에 있어 다양한 연결고리를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경 분리원칙에 입각한 경협 활성화 및 창구다원화 조치로 금강산관광사업이 성사되고, 남북간 인적·물적 교류가 크게 확대됨으로써 민족 공동번영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넷째, 북-미, 북-일관계 발전과 남북관계 발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조화와 병행원칙’을 포기함으로써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미·일 등 우방과의 마찰을 줄이고, 한국 주도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미국·일본의 지지와 공조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햇볕정책의 결과로 북한이 ‘의미 있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의 일관된 햇볕정책 추진으로 남북 당국간 신뢰가 구축되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호응하면서 대내외적인 개혁·개방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북한은 대내적으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발표하고 신의주·금강산·개성 특구를 설치하는 등의 개혁·개방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북·일 정상회담 등 대외관계 확장에 나서는 등의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햇볕정책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들 수 있다. 첫째, 햇볕정책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정책이다. 둘째, 햇볕정책은 유약한 투항주의적 정책이며, 이로 인해 안보태세가 약화되었다. 셋째,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호전성은 오히려 증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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