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12월19일 서울 강남구 대치2동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 몰려든 유권자들
선거는 승자독식(Winner-take-all) 게임이기에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선거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앞으로의 정치를 이해하는 데 더욱 중요하다. 16대 대선이 과거와 비교해 무엇이 달랐고 어떤 점이 변화했는지를 살펴보자.
16대 대선결과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연령별 후보지지율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전체 유권자 중 20대와 30대 유권자 수가 절반에 육박하는 48%이고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가 29%인 점을 고려할 때, 후보간 득표수 차이가 58만표에 불과한 것은 20∼30대의 투표 참여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20대의 투표율은 47.5%로 전체 평균투표율 70.8%에 비해 23.3%나 낮았다. 이는 1997년 15대 선거 때 20대의 투표율 68%보다도 훨씬 낮은 것으로, 전체 유권자 평균투표율과의 차이도 15대 때에 비해 더 많이 벌어졌다. 즉 젊은 유권자들은 과거보다 투표에 덜 참여한 셈이다. 투표 전인 12월14일 실시된 (주)리서치 앤 리서치(R&R)의 전화여론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자 기준으로 노무현 후보가 7% 정도 앞선 것으로 조사됐으나 막상 선거결과는 2.3%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투표율 예상보다 저조
이처럼 지지격차가 좁혀진 것은 선거 전날 있었던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 해프닝 탓도 있었으나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실제로는 투표하지 않은 젊은 유권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긴 해도 앞서 설명했듯 노후보는 젊은 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노후보는 이후보에 비해 젊다는 차이점을 부각시키면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끄는 선거운동을 전개, 16대 선거를 세대교체 선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세대교체야말로 노무현 후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물론 노무현 후보가 호남에서 90% 이상의 지지를 얻었고, 이회창 후보가 대구와 경북에서 70% 이상 얻은 것을 보면 지역갈등이 약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노후보가 영남에서 20∼30% 가까운 지지를 얻고 강원에서 40% 이상의 지지를 얻는 등 전국적으로 고르게 득표한 점을 고려하면, 15대에 비해 당선자의 지역간 득표편차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응답자 중 56%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간 갈등이 이번 선거과정에서 과거에 비해 더 심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학력이 높을수록, 젊은 층일수록 이번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갈등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고 화이트 컬러층도 60% 이상이 이념갈등이 더 커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이번 대선에서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간에 생각의 차이를 많이 느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57%는 ‘매우 많은’ 차이를 느꼈다고 하고 32%는 ‘다소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이런 세대 차이에 대한 인식은 20대의 자식세대나 50대 이상의 부모세대나 마찬가지였다.
세대 차이를 경험한 사람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북한과 미국에 대한 인식 차다. 응답자의 31%는 북한에 대한 생각에서, 응답자의 24%는 미국에 대한 생각에서 세대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 간에 북한과 미국에 대한 생각에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