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가 여야 원내대표회담 결과를 박근혜 대표에게 보고하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 내 의원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소속으로 당초 이날 오전 중국으로 출국해 고구려 유적지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주한 중국대사관이 5일까지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아 중국 방문이 연기됐다. 이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던 것.
홍 의원은 중국측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는 한 중국을 방문할 수 없다는 논지를 폈다.
“우리가 보통 관광객이면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각자가 헌법기관 아닙니까. 중국이 의도적으로 홀대한 것을 알면서 굽히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에 김 의원이 입을 열었다.
“이보게 홍 의원, 그 말도 일리가 있는데 다른 면도 있어. 고구려사 문제도 다뤄야겠지만 북한과 관련된 것도 알아볼 게 있으니 일단 갑시다.”
이 의원도 “중국대사관이 고의로 비자 발급을 늦췄다는 심증은 있지만 증거는 없어. 오늘 오전 비자가 발급됐으니 일단 고구려 유적을 보러 가는 게 어때”하며 김 의원을 거들었다. ‘명분’은 홍 의원에게, ‘실리’는 이 의원과 김 의원에게 있었다.
홍 의원은 그러나 “문수 선배, 이렇게 중국에 가면 공안들이 계속 따라다닐 게 분명한데 가봤자 뭘 챙길 수 있겠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의 논쟁은 30여 분이나 계속됐다.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홍 의원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시선을 테이블에 고정한 채 입을 다물어버렸다. 결국 그는 다음날 이 의원과 김 의원이 탄 중국 상하이행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았다.
이 세 의원은 곧잘 ‘대여(對與) 강경파 3인방’이란 한 묶음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앞에서 봤듯이 이들은 단일한 대오(隊伍)가 아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최병렬(崔秉烈) 대표 체제에서도 그랬다. 지난해 말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정국을 휘감았을 때 이 의원과 홍 의원은 각각 비상대책위원장과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아 대여 공세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올해 초 이 의원은 당무감사 자료유출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후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함께 최 대표 퇴진운동을 벌였다.
반면 홍 의원은 최 대표가 대표직을 떠날 때까지 최 대표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또 김 의원은 최 대표가 지명한 총선공천심사위원장직을 맡았다. 공천 과정에 “최 대표의 의중에 따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버텼다.
세 의원은 박근혜(朴槿惠) 대표와의 관계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 의원은 박 대표를 ‘독재자의 딸’로 규정한다. 최근 그는 박 대표를 상대로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공개적인 반성을 촉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는 박 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비주류’로 굳어졌다.
대여 강경 3인방, 이명박 지지하나
김 의원은 이와 조금 다르다. 박 대표는 7월19일 당 대표최고위원으로 재선된 직후 김 의원에게 당 개혁 및 원외 인사들의 조직화와 관련된 중책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를 거절했다.
그는 8월12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박 대표는 군부의 강탈 논란이 일고 있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 또 수도 이전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천명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나와는 뜻이 달라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 대표를 막다른 코너로 몰지는 않는다. 대여 대응 및 당 운영 방식에 대해 비판하더라도 ‘독재자의 딸’이라는 등의 자극적인 표현은 삼간다.
홍 의원은 7월22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박 대표가 대안이 된다면 또 다시 나는 당과 나라를 위해 대여투쟁의 선봉에 설 수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그 며칠 전만 해도 이 의원과 비슷한 기조로 박 대표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3인방으로 묶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당 안팎에선 3인방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대권행보에 동참하고 있지 않으냐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 의원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권 후보는 따로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