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과 함께한 조윤선 의원. (2008년 9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조 의원은 이 식당에서 박희태 대표와 몇 차례 식사를 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 1월 법안상정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상황이 지속되던 무렵 박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과 열흘 동안 계속 저녁을 함께했는데, 술도 적잖이 마셨다고.
박 대표는 자타가 인정하는 폭탄주의 대가. 폭탄주를 얼마나 하느냐는 질문에 조 의원은 “세면서 안 마셔봐서…” 하면서 웃는다. 마시는 사람과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주량이라고.
“술자리에서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생선회도 좋아하지만 육식을 워낙 좋아해요. 변호사 할 때 고깃집에서 자주 회식을 했는데, 고기 먹고 밥 시킬 때 늘 배부른 적이 없는 거예요. 친하게 지냈던 17년 선배가 ‘지금껏 살면서 너같이 고기 잘 먹는 여자는 처음 봤다’면서 ‘니가 고기 먹는 걸 보면 두 갈래로 머리 딴 몽골 처녀가 말 타고 사냥하다가 씩 웃는 게 연상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조 기자는 이쯤에서 시 얘기를 꺼냈다. 조 의원은 좋아하는 시로 김남주 시인의 ‘사랑은’을 꼽았다. 들려달라는 조 기자의 요청에 “다 외우진 못하겠고” 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부분 부분 읊는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랑은 사과 하나를 반으로 쪼개…. 이 시의 전문은 이렇다.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 김남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다니, 뜻밖이군요.
“9년간 옥살이하셨잖아요. 나이 들었을 때 쓴 시가 아닌가 싶어요. 젊었을 땐 굉장히 거칠고 센 시를 쓰셨지요. 그런 시들은 저와 맞지 않고. ‘사랑은’이라는 시는 그런 걸 다 겪고 나서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쓴 시 같아요. 그래서 좋아요.”
이어 조 의원은 외우고 있는 시 중 하나라며 육당 최남선의 시조(‘혼자 앉아서’)를 읊었다.
가만히 드는 비가 낙수 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조 기자가 가방에서 박제천의 시를 인쇄한 종이를 꺼내 조 의원에게 건넸다. 아침에 비가 오기에 시집을 보다가 골라봤다는 다소 낯간지러운 말과 함께. 시를 다 읽고 난 조 의원이 물었다.
“어머, 이 시가 왜 좋으세요?”
“저는 특히 이 부분이 좋아요. ‘우산을 들고 그대의 마음에 들어가야 비로소 비가 내린다.’ 절절한 사랑이에요.”
“그러네요. 아주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