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0일 KBS와 MBC, YTN 등 주요 방송사와 신한은행, 농협 등 일부 금융사의 전산망이 마비됐다.
35개 사이트를 공격한 2009년 7·7디도스 공격, 70여 개국 746대의 공격 명령 서버를 이용해 40여 개 공공망을 공격한 2011년 3·4 디도스 공격, 2011년 4·12 농협전산망 공격, 올해 3월 25일 방송사 및 금융사 공격 등 북한발(發)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북한의 고위급 소식통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에 따르면 북한의 인터넷 심리전이 통일전선부 중심으로 이뤄지는 반면 사이버 테러는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산하 기관에서 주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사이버 부대 창설 때부터 김정은이 깊이 관여했다는 겁니다. 김정일과 고령의 장군들은 IT에는 무지했죠. 김정은의 한 측근인사가 ‘북한의 군사 전략상 사이버전쟁에서 우위에 서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페이퍼를 제출했고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김정은의 주도 아래 2009년 주변국들의 정치, 경제 전략 정보를 수집 분석하기 위한 4개의 해커부대가 조직됐습니다. 한국팀, 미국-일본팀, 중국-러시아팀, 동남아시아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디지털 강국인 터라 공격당할 곳이 많아요. 반대로 북한은 인터넷망이 존재하지 않죠. 공격할 곳이 없는 셈입니다. 사이버 부대는 북한이 가진 ‘비대칭 전력’인 거죠. 고위급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사이버 테러 부대는 벌써부터 디도스 공격에 쓸 좀비PC를 한국에 40만 대 넘게 확보했습니다.”
“AM 주파수 대북방송에 할당을”
심리전에 대한 두려움은 한국보다 북한이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 심리전을 통해 김정은 집단을 주민과 분리해 정권의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올 2월까지 고위 안보 당국자로 일한 A씨는 “대북 심리전은 북한의 사상적 방화벽에 구멍을 뚫는, 우리가 가진 비대칭 무기”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독자 핵개발, 미군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는데 현실성 없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에겐 핵 못지않은 비대칭 무기가 있다. 북한이 가장 겁내는 게 심리전이다. 핵으로도 막지 못하는 바이러스다. 북한 체제의 취약점은 ‘진실’이다. 북한 정권은 세계로부터 주민을 격리해 체제를 지켜왔다. 외부 세계의 진실, 내부의 진실이 알려지는 것은 핵으로 막지 못한다. 그것을 막을 백신이 없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순 없지만 북한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심리전을 많이 구사했다. 현재 신의주 라인(신의주~함흥·북위 40도)까지 북한 주민이 한국의 대북방송을 TV로 시청할 수 있다. 수신이 잘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북한 주민이 공중파로 우리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라디오의 경우 과거엔 주파수가 고정돼 있었지만, 요즘엔 장마당에서 중국산 라디오가 팔린다. 한국 콘텐츠가 담긴 USB, DVD도 활발하게 유통된다.”
하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열린북한방송을 통해 대북 심리전을 수행했다. 민주주의진흥재단(NED), 국경없는기자회(RSF)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수년 전 탈북자 상대로 샘플 조사를 했더니 12%가 열린북한방송을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북한 인구 2000만 명(북한 인구는 2300만 명으로 추산된다)의 12%면 240만 명입니다. 탈북자가 특수하다는 점을 고려해 반으로 줄이더라도 120만 명이에요. 중국 단파 라디오가 북한에 돌아다니죠. 그 사람들도 외부 소식이 궁금하니까. 한국처럼 영토가 좁으면 단파가 필요 없어요. AM, FM으로 커버하니까. 중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단파방송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송출하는 단파방송이 1980년대 북한의 대남방송이 그랬듯 북한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회의원이 된 후 그는 열린북한방송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우리도 북한 방송 개방해야”
“1970~1980년대에 학교를 다닌 이들은 북한에서 날아온 삐라를 기억할 겁니다. 북한은 더 이상 삐라를 보내지 않습니다. 삐라를 많이 수거한 사람을 표창하던 제도 역시 2007년 폐지됐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민간인들이 삐라를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과 외부 세계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죠. 북한 당국은 삐라 수거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화학물질이 묻었으니 만지지 말고 신고하라, 반드시 장갑을 끼고 나와라, 전단과 함께 담겨 있는 사탕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몸에서 이상이 생기면 반드시 알려라’고 교육합니다.
삐라가 이 정도일진대 라디오의 영향력은 훨씬 더 큽니다. 한국에서 잘 듣지 않는 AM 주파수의 일부를 대북방송으로 돌려야 해요. 비공식적으로 국경지방을 통해 한국 영화, 드라마나 외부 소식이 담긴 USB, DVD, CD를 북한에 대량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북한 내부에서 한류나 외부 소식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이럴 때 공급을 늘려줘야 합니다. 해안가 쪽으로는 현재 함흥까지 KBS 전파가 미칩니다. 평양에서도 고층아파트에서 한국 TV를 볼 수 있고요. 북한 전역에서 한국 TV를 볼 수 있게끔 더 강한 전파를 쏴야 합니다.”
그는 북한 매체도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이 보수진영과 나의 차이점인 것 같은데, 북한 TV 방송을 비롯해 언론매체를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민족끼리’ 이런 것도 다 열어야 해요. 대신 우리가 방송 등을 이용해 더 세게 심리전을 하면 됩니다. 김정은은 아버지와 다르게 직접 네이버에 들어와 한국 뉴스를 볼 겁니다. ‘벌초’ 운운하는 북한의 반응을 보면 김정일 시대와 다르게 즉각적입니다. 김정은처럼 북한 주민들이 드라마, 영화를 넘어 1980년대 북한의 대남방송이 그랬듯 시사적인 것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하면 북한과 국내 일부 세력이 반발할 겁니다. 반발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북한 매체를 개방해버리는 겁니다. ‘일베’ 같은 극단적인 사이트가 생긴 게 전염균 자체가 들어오지 않아섭니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견해도 있지만 북한 방송을 접하면 오히려 제대로 된 안보의식이 생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