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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 관련된 일이면 직위 안 가리고 맡겠다”

김병관 전 국방장관 내정자 사퇴 후 첫 심경고백

“국가안보 관련된 일이면 직위 안 가리고 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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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 내가 한 일…남 탓할 것 없다
  • ● 지명 철회 부탁하자 ‘대통령 힘들게 한다’며 거절
  • ● 김장수 안보실장 몇 번 만났지만 구명 요청 안 했다
  • ● 전작권 전환 연기하고 연합사 존속해야
“국가안보 관련된 일이면 직위 안 가리고 맡겠다”
김병관(65) 씨가 국방부 장관 후보에서 물러난 지 4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인터뷰에서 김 씨는 “명예에 손상을 입었지만 다 내가 한 일이니 남 탓할 것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엘리트 군인이었다.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가 반 년 만에 그만뒀다. 이듬해 육군사관학교에 수석 입학해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군 생활은 대체로 평탄했다. 부하들은 그를 전사(戰史)에 밝고 전술전략에 능통한 영민한 지휘관으로 기억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대장에 오른 그는 1군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요직을 지냈다. 최고위직인 참모총장은 못 했지만 그만하면 성공한 군인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

국방부 장관 낙마는 성공한 군인의 명예를 짓밟았다. 가족이 입은 상처도 컸다. 그의 부인은 “(장관 지명 후 사퇴까지의) 40일간이 평생 살아온 기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부부는 큰아들 집으로 피신했으나 언론의 집요한 취재 공세를 피할 수 없었다. 만삭의 몸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받은 그의 며느리는 미숙아 출산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

예비역들의 투서

군 고위직 출신의 촉망받던 안보 전략가가 한순간에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데는 언론의 집중포화가 큰 구실을 했다. 공직자 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그토록 많은 의혹이 여러 매체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비리 의혹 중 일부는 과장되거나 사실이 아니었다. 자질이나 능력 검증과는 거리가 먼 사소한 시비도 있었고 오해에서 빚어진 엉뚱한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감정을 자극한 도덕성, 자질 시비는 끝내 그를 주저앉혔다. 그는 만신창이가 된 채 자진사퇴하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군 안팎에선 그의 낙마와 관련해 음모론이 나돌았다. 특정 군 인맥의 ‘공작’이 있었다는 소문이었다. 일부 언론은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있나요.

“그런 건 사퇴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다 내려놓았습니다. 이 사람들이 좀 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요. 하지만 미움이 있었으니 그랬겠지, 하고 넘겨버렸습니다.”

노란 셔츠를 입은 그에게서 관록이 주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청문회를 전후해 언론과 야당에서 제기한 그의 비리 의혹은 20건이 넘는다.

▼ 다 끝난 일을 두고 새삼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사퇴 후 처음 언론에 등장하는 것이니만큼 한 번쯤 정리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끝없이 의혹이 제기됐지요. 자고 나면 또 새로운 것이 나오고. 의혹이 20여 건이나 제기된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 그게 반대논리의 핵심이었어요.”

▼ 핵심 쟁점만 짚어보지요. 장관 후보자에 대해 그토록 엄청난 양의 의혹거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 건 드문 일이었습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봅니까.

“내가 직접 그 원인을 조사한 적은 없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를 종합하면 예비역들이 야당 의원들한테 투서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어떤 의원이 ‘군대생활을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많은 불평이 쏟아지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한테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만 예비역, 현역 장교 중 일부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개인 견해 아니겠느냐’고.”

▼ 예비역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을까요.

“증거가 확실치 않아 그렇게 말할 순 없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일부 예비역이 그렇게 한 것 같아요.”

▼ 장관 자리 경쟁 때문에 특정 세력이 움직인 건지, 아니면 개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때가 되니까 움직인 건지….

“장관 후보가 안 됐다면 아무리 불만을 가졌더라도 안 터뜨렸겠지요. 개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장관 후보에서 무조건 떨어뜨리겠다고 나선 사람들 같아요. 그리고 군내 정보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이 왜곡돼 언론에 나오더라고요. 어떤 것은 기무사 자료로, 어떤 것은 헌병 자료로 보이더군요.”

“파워팩 로비 안 했다”

▼ 이미지를 가장 안 좋게 한 게 유비엠텍이라는 무기 중개업체 고문을 지낸 일이지요?

“그게 결정적이었죠.”

그가 유비엠텍 비상근 고문을 지낸 시기는 2010년 7월~ 2012년 6월이다. 유비엠텍은 독일 MTU사의 엔진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회사다. MTU사 엔진은 세계 최고의 품질로 정평이 나 있다. 많은 나라가 자국 무기에 MTU사 엔진을 장착한다. 한국 육군과 해군에도 MTU사 엔진으로 움직이는 무기가 적지 않다. 지난해 방위사업청은 K-2 전차에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을 장착한다는 계획을 일부 수정해 MTU사 파워팩을 제한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김 씨의 로비 때문이라는 게 언론이 제기한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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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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