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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초선·다선 불문하고 공천 물갈이 할 것”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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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천 때 현역과 신인 공정하게 경쟁시키겠다
  • ●외부인사 주축으로 공천심사위 구성
  • ●대선 자금, 아는 대로 다 밝히고 용서 구할 것
  • ●현행 5년 단임제 헌법, 국민 뜻 다시 물어야
  • ●한나라당엔 저인망 수사, 노 대통령엔 강태공 수사
  • ●노 대통령은 대통령 개념 정리가 안 돼 있다
  • ●단식할 때 틈만 나면 눕고 싶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2003년 12월12일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최병렬대표.

불법 대선 자금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아는 대로 모든 것을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쉬쉬해봤자 오래 버틸 수 없는 데다, 검찰수사로 진실이 낱낱이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이 치명적타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먼저 모든 것을 밝히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잔꾀를 부리다가는 국민들로부터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화법도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다. 간결 명쾌하게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는 최병렬식 수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응축된 의미는 복잡하다.

우선 자신의 방식대로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뒤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넘어가겠다는 뜻이다. 아직도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 진영에 대한 압박은 물론, 한나라당의 전면적 개혁, 다시 말해 17대 총선에서 대대적 인적쇄신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도 암시하고 있다.

물론 대선자금 의혹에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면 경고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렇게 철저하게 부서지고 있는데, 노 대통령, 당신도 더 이상 장난치지 말고 정도를 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남 산청 천왕봉 자락의 가난한 산골 소년이 한국 최대 정당의 총수로 서기까지 지탱해준 강단이 배어 있다. 이런 ‘깡’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 ‘최틀러’다.

갑신년 세밑을 앞두고 이루어진 최병렬 대표와의 인터뷰는 이처럼 서로 밑자락을 까는 복선 없이 속사포 질문에 거침없는 답변으로 ‘화끈’하게 진행됐다. 단식을 끝낸 지 얼마 안 됐기에 먼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감정부터 건드려 보았다.



-단식 중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분노랄까, 현실 개탄이랄까. 아니면 특정 인물에 대한 감정 폭발 같은 것이 없었습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정신이 가라앉는 데다 틈만 나면 자리에 눕고 싶었어요. 책도 손에 안 잡히고. 그러니 특별한 잡념은 일어나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믿거나 말거나지만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걱정은 끊임없이 떠오릅디다.”

-대한민국이 어떻다는 것입니까. 노 대통령이 엄청난 실정(失政)이라도 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현재 대한민국은 깊이깊이 주저앉고 있습니다. 동력(動力)을 잃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회가 다원화할수록 계층별 또는 분야별 갈등과 분열은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이런 실의와 혼돈을 극복하고, 경기를 성장시키고 해외 진출을 확대해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바로 사회적 동력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노 대통령 집권 이후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어요.”

일부 언론·운동권이 한나라 매도

-그런 분열상은 해방 이후 전개된 우리 현대사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노 대통령 탓만으로 보는 것은 무리 아닙니까.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고 그것을 기쁨으로 삼는 것이 대통령의 보람이자 기본 책임 아닙니까. 그런데 노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요(이 대목부터 막 단식을 끝낸 사람답지 않게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으로서 자의식이 없습니다. 노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됐는지, 그리고 대통령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노 대통령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최 대표는 흥분을 누르기 위해 잠시 호흡을 골랐다. 이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그의 말. “노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좌절과 굴절의 역사’라며 한국사회의 주류를 범죄 집단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뜯어고치는 것이 개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개혁한다는 것입니까. 대통령 주변엔 깨끗한 사람들만 모여 있습니까. 한국을 주저앉혀 북한과 빈곤의 평준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개혁입니까. 그래서 내가 비판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려면 제대로 잘해달라는 뜻입니다. 사회적인, 또 이데올로기적인 불만과 혼재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는 사회의 메인 스트림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메인스트림, 그 다수와 함께 가면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일궈낸 뒤, 부수적으로 개혁을 실시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이를 어기다보니 한국사회는 분열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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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반병희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 bbhe4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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