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사 다른 결과...설 연휴 대선 여론조사가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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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5-01-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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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한 달 만에 여야 차기주자 오차범위 접전

    ● 오세훈 이재명 각 41% ‘동률’→ 하루만에 오 26%, 이 42%

    ● ‘95% 신뢰수준±3.1%p’…100번 조사하면 5번 범위 벗어나

    ● 여론조사는 ‘응답자’, 선거는 ‘투표자’가 결정

    ● 정당 지지도 = 현 시점 유권자의 정당에 대한 태도



    ●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 결과 예측 아니다

    차기 대선이 여야 ‘1대1’ 맞대결 구도로 치러질 경우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는 조사 결과가 설연휴에 잇달아 발표됐다.

    1월22~23일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붙을 경우 ‘41% 대 41%’ 동률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3~24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오세훈 43% 대 이재명 46%, 홍준표 42% 대 이재명 45%로 이 대표가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4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원들이 서울역 쪽방촌 주민들을 지원하는 ‘온기창고’를 방문했다. [서울시 제공]

    1월 24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원들이 서울역 쪽방촌 주민들을 지원하는 ‘온기창고’를 방문했다. [서울시 제공]

    그러나 1월23~25일 ‘입소스’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오세훈 26% 대 이재명 42%, 홍준표 27% 대 이재명 41%로 이 대표가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선 조사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1월18~19일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1대1 가상대결에서 46.4%를 기록, 41.8%에 그친 이 대표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홍 시장도 43.7%로 43.0%에 그친 이 대표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오 시장의 경우 41.1%를 기록, 42.7%를 기록한 이 대표에게 근소하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슷한 시점에 ‘1대1’ 가상대결이라는 같은 조사인데도 조사 기관마다 이처럼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표본 조사’이기에 ‘오차 범위’가 있다

    여론조사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4425만 명(2024년 4월 10일 22대 총선 기준) 가운데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이념별로 편중되지 않도록 1000명의 ‘표본’을 추출해서 실시하는 ‘표본 조사’다.

    또한 여론조사는 조사 방식에 따라 ‘응답률’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전화면접원이 실시하는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ARS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은 낮다.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1월 18~19일 ‘조원씨앤아이’ 응답률이 6.7%, 무선 97% 유선 3%를 혼합해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1월 23~24일 ‘리얼미터’ 응답률이 8.7%인 반면, 전화면접 방식으로 1월23~24일 실시한 ‘한국갤럽’ 응답률은 13.3%, 1월 23~25일 ‘입소스’ 응답률은 20.8%였다.

    지난해 12월 23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관계자들이 동상 제막식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3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관계자들이 동상 제막식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응답률의 높고 낮음이 여론조사 신뢰도를 좌우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은 조사의 경우 특정 정치 성향을 띈 강성 지지층이 실제보다 더 많이 표본에 반영됐을 수 있다는 이른바 ‘과포집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조사기관이 아무리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표본을 추출한다 해도 4425만 유권자 중 표본으로 추출된 1000명에게 응답을 받아 그 결과를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이념별 가중치를 부여해 유권자 전체 분포에 맞게 ‘보정’하기 때문에 어떤 조사든 ‘표본’ 추출에 따른 ‘오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모든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3.1포인트’라는 오차범위를 밝힌다.

    1월 22~23일 ‘엠브레인퍼블릭’ 조사 결과를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이날 조사 결과는 오세훈 시장과 이재명 대표가 맞대결 구도에서 각각 41%로 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조사결과를 신뢰수준과 오차범위를 따져 해석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4425만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 가운데 1000명 표본을 추출해서 100번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95번은 오 시장과 이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41%를 기준으로 오차범위 ±3.1%포인트, 즉 41%에서 3.1%포인트 적은 37.9%부터 3.1%포인트 많은 44.1% 사이에서 지지율이 나올 것이란 의미다.

    즉 95% 신뢰수준이란 말은 100번 표본을 추출해 조사하면 95번은 오차범위 내에서 조사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다. 그런데 100번 중 나머지 5번의 조사는 오차범위(37.9%~44.1%)를 벗어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오차범위는 표본 수에 따라 달라진다. 1000명 조사 때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고, 표본을 2000명으로 두 배 늘리면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로 줄어든다. 만약 41%를 기록한 조사의 표본이 2000명이었다면, 지지율이 41%±2.2%포인트, 즉 100번 조사 중 95번은 38.8%~43.2% 사이 지지율을 보이지만, 나머지 5번은 이 범위를 벗어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1월 24일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에게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1월 24일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에게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여론조사는 ‘응답자’, 선거는 ‘투표자’의 뜻

    여론조사는 전체 모집단에서 일부 표본을 추출해 실시한 조사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오차’와 ‘오차범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선거는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 가운데 투표소에서 기표 행위를 한 ‘투표권자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표본으로 추출된 응답자의 ‘응답 결과’인 여론조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선거에서는 오차범위가 있을 수 없을뿐더러, 오차가 존재해서도 안 된다. 선거는 유권자의 최종 의사결정이라는 점에서 단 1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의 당선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에 비해 여론조사는 ‘표본’에 따른 오차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에 오차범위를 감안해서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말 그대로 ‘참고자료’일 뿐이고 그 자체가 ‘국민 뜻’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은 “표본오차보다 작은 지지율 변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허구’”라며 “여론조사 결과는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의 중간점이 어디쯤인지 가늠하는 이정표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정당 지지도의 경우 “조사 시점에서의 유권자의 정당에 대한 태도일 뿐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사 결과=선거 예측’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여론조사는 각종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심의 흐름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갤럽’이 매주 실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12‧14 대통령 탄핵 이후 12월 3주 조사에 국민의힘(24%)과 민주당(48%) 지지율 격차는 2배 가까이 벌어졌다. 그러나 한달 후인 1월 3주 조사에는 국민의힘 39%, 민주당 36%로 역전됐고, 1월 4주 조사에는 국민의힘 38%, 민주당 40%로 나타났다. 계엄과 탄핵 이후 한 달 만에 정당 지지율에 이처럼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이유는 뭘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주권자인 국민 뜻을 좇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로 정국을 끌고 가려한다면 언제든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민심의 경고가 급격한 정당 지지율 변화에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국민 다수의 관심은 이미 헌재에서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후 치러질 조기 대선으로 일찌감치 관심이 옮아가면서 여야 지지층의 차기 대선에 대한 바람이 정당 지지율에 투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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